하늘의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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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맞아도 생명위험! 최정의 핵펀치 -5편-(최종)
[AI나들이]
  • 김수광|2019-12-27 오후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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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나들이]는 공개된 바둑 인공지능(릴라제로, 미니고, 엘프오픈고 등)을 활용해 대국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AI가 모든 국면의 정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반상에서 나타나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별보다 많아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I의 수준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AI가 제공하는 참고도의 수준은 아주 높아서 전 세계 어떤 정상급 프로기사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AI의 바둑 분석을 살피는 작업은 사람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할 수 있으며, 고수의 의견을 듣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AI나들이]의 내용은 프로기사의 의견을 참조하고 있으며 10만~100만 사이의 비지트(visit)로 충분한 연산을 거쳐 제시한 참고도를 보여줍니다.

최정 9단은 3일 끝난 제2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대회 결승3번기에서 중국 여자랭킹 1위 왕천싱 6단을 맞아 종합전적 2-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2국은 허망하게 끝났다. 1국에서 최정의 펀치에 혼이 난 왕천싱이, 싸워서 돌을 살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너무 큰 손실을 입고 말았다.

그러나 초반 왕천싱의 중앙 감각을 AI는 높게 평가했다. 중반에 왕천싱이 크게 당하며 싱겁게 끝난 장면에 관해서도 AI는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 장면들을 살펴봤다.

○● 빗맞아도 생명위험! 최정의 핵펀치 -1편- (☞클릭!)
○● 빗맞아도 생명위험! 최정의 핵펀치 -2편- (☞클릭!)
○● 빗맞아도 생명위험! 최정의 핵펀치 -3편- (☞클릭!)
○● 빗맞아도 생명위험! 최정의 핵펀치 -4편- (☞클릭!)

▼ [그림1] 최정이 좌상 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흑1이 그 첫 동작이다. 상대 돌의 밑둥을 쳐서 치열하게 두고 싶다는 뜻이다. 왕천싱이 둔 백2는 평범하면서도 적절한 협공이다. 그런데 흑3이 어떨까. 결론적으로 좋지 않았다. 최정은 이 수를 두면서 중앙 진출도 노리고 좌변과 상변을 가르려고 했던 것 같은데 냉정하게 볼 때 그 의도는 실패했다. 하늘을 향해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을 본다.


▼ [그림2] 실전에서 왕천싱이 둔 백1이 빛난다. 백1로 말미암아 상변 흑은 완전봉쇄 당했다. AI도 이 자리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 [그림3] 흑1로 호구로 거칠게 돌파하고 나오는 수가 얼핏 괜찮아 보이지만, 백2가 기다린다.


▼ [그림4] 3까지 흑이 백을 잡으러 갈 때 백4가 '가닥'이다.


봉쇄된 하늘

▼ [그림5] 흑1 때 백2면 흑은 3에 두어 축을 방비할 수밖에 없고 그때 백은 기분 좋게 4로 두어 상변 흑을 완벽하게 봉쇄할 수 있다. 한편 아까 끊어놓은 수가 작용해서 흑은 A로 귀를 끊어 잡을 수도 없다.


▼ [그림6] 처음에 흑이 오른쪽으로 돌파해 보려고 하는 것도 잘 되지 않는다.


▼ [그림7] 백은 역시 1~4까지의 사전공작을 거친 뒤 5로 끊는다.


▼ [그림8]흑1로 단수치고 나와 보지만 백6으로 틀어 막으면 결국 흑은 이하 9까지 후퇴해야 한다. 이후 백10으로 자세를 잡으면 백이 우세한 싸움이다. 결국 이 부근에서 흑이 중앙으로 나오려던 시도는 좌절된다.


▼ [그림9] 그러나 첫수를 잘 두었던 왕천싱은 웬일인지 첫수의 뜻을 계승하지 않고 실전에서 지금처럼 백1로 두었다.


▼ [그림10] 실전은 이하 12까지 되어 흑도, 백도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며 경합을 하게 되었다. 이 결과는 백(왕천싱)이 나쁘진 않았지만 흑을 완전봉쇄할 수 있었던 수순을 놓쳤다는 점에서 좀 아쉬울 수 있었다.


'훗날도모' 전략

▼ [그림11] 백1의 협공이 왔을 때 AI는 흑 입장에서 다른 전략을 쓰고 싶다고 한다. 흑이 2선에 두어 다소 낮지만 근거를 위협하는 자세를 취했으니 그 뜻을 잇겠다는 것이다. 흑2로 늘어 반대편에서 이용당하는 수단을 없애 놓고서 백3으로 연결을 강요한 뒤 계속해서 4로 근거를 잡는 작전이 유력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느긋하게 두면서 백의 약점을 서서히 노리는 것이다.


▼ [그림12] 이후 백은 큰 곳인 우상귀를 차지하러 갈 것으로 보인다. 이하 7까지다. 그러면 흑은 지금까지 한껏 응축한 힘을 바탕으로 백이 끊어지는 곳을 노리러 간다. 그 수가 흑8이다.


▼ [그림13] 백1로 받을 때 흑2로 끊는다. 이후 백이 7까지 장문으로 흑 두점을 잡고 흑은 8로 좌상귀를 차지하는 갈림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변화는 흑이 우세하다.


▼ [그림14] 참고로, 수순 도중 백3으로 잡는 것은 흑4로 되단수친다.


▼ [그림15] 백1로 따내면 흑2로 막는다. 백이 흑의 주문에 걸린 꼴이다.


막심한 피해를 입은 왕천싱

▼ [그림16] 실전이다. 상변이 뜨거워졌다. 최정이 흑1에 두어 우상에서 우변까지 걸쳐 있는 백 전체를 노리고 나섰다. 사실 이곳은 왕천싱이 가볍게 행마하면 충분히 수습할 수 있는 곳이다.


▼ [그림17] 그러나 결승1국에서 최정의 강력한 펀치를 맛본 왕천싱이 상대를 의식했던 탓인지 수습하는 과정이 부드럽지 못했다. 백1은 당연했는데 최정이 흑2에 두자 백3에 두어 왕천싱은 자신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실은 최정의 흑2는 무리성이었고 2로는 A로 이어두는 게 정수였다.)


▼ [그림18] 실전에서 최정은 흑1로 칼끝을 들이댔고 왕천싱은 백2, 4로 두며 우변만 살리자고 했는데 그 사이 최정이 이하 9까지 흑 넉점을 수중에 넣었다. 이후 수순은 길었지만 왕천싱이 백 넉점을 포기한 순간 승부는 끝나 있었다.


▼ [그림19] AI는 이 접전을 어떻게 봤을까. 우선 백1은 당연한데, 흑2의 마늘모 때는 백3으로 당당히 막아서 흑4로 넘어가게 한 다음 백5로 연결자세를 취하는 식의 방법을 떠올렸어야 한다고 한다. 그랬으면 가운데 흑도 살아있지 않아서 백은 일방적으로 쫓기지 않게되고, 긴 바둑이 될 것이었다. 사실 이 예상도에는 수순이 좀 빠져 있다.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고수는 도망가면서도 역습할 날을 생각한다

▼ [그림20] 고수는 도망가면서도 역습할 날을 생각한다. AI는 연결하기 전에 백2로 물어보어 폭탄을 장치해 놓고 도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섬세한 테크닉이다.


▼ [그림21] 흑1로 잡는다면 백2로 단수쳐 놓고서 4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냥 도망하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 [그림22] 흑1로 밀어서 공격해 왔다고 하면 백2로 이어야 하는데 그다음 흑이 급공을 펼 수는 없게 되었다. 가령 바로 3, 5로 안형을 파괴하려 들면 순순히 A로 이어주지 않고 백6으로 역습할 수 있다.


▼ [그림23] 흑이 한사코 흑1로 끊으면 백2(백3의 오른쪽)로 먹여친 뒤 흑3 때 백4로 따내어서 제자리 삶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로 탄력이 풍부하다.


▼ [그림24] 흑1로 팻감을 쓰면서 패공방이 시작되는데, 이하 백12까지 곤란한 쪽은 흑이다.


▼ [그림25] 백1의 시점에 흑은 2로 이어서 강력하게 바깥 끊음을 노리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 [그림26] 그러면 백은 1로 한점을 잡아둔다. 흑2, 4로 끊으면-


▼ [그림27] 백1, 3으로 같이 단수치고서 백5로 이어둔다. 흑6으로 차단하면 백7이 좋은 수다.


▼ [그림28] 이하 백4까지 흑이 곤란하다.


▼ [그림29] 실전에선 왕천싱이 백1로 둔 탓에 최정의 흑2를 불러들여 백은 더 곤란해졌는데 심지어 이 때에도 백은 나름의 수습책은 있었다고 한다.


▼ [그림30] 백1부터 5까지의 수순은 이제 눈에 익숙하다.


▼ [그림31] 이하 5까지의 수순을 거친 뒤(백4는 흑5의 오른쪽에 먹여치는 자리) 6으로 연결하면 생사는 문제 없다. 아쉬운 대로 백은 이런 식으로 끌어갔으면 되었다.


▼ [그림32] 흑1, 3으로 나와 끊는 것은 무리다.


▼ [그림33] 수순은 길지만 이하 백13까지 백이 좋다.


▼ [그림34] 흑1, 3이 까칠한 저항이긴 하다. 이후 백A로 받으면 흑B로 이어서 양쪽이 큰 일난다.


▼ [그림35] 하지만 이하 14까지의 수순으로, 중앙 흑은 살려주고 흑세모들을 제압한 뒤 백14로 우변을 수습하면 흑의 움직임이 무리였음이 증명된다.


▼ [그림36] 이런 이유로 흑은 바로 나와 끊지는 못하고 아마도 흑1, 3 정도로 두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하 백8까지 길고도 긴 바둑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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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uc온달|2020-02-10 오전 1:07:00|동감 0
동감 댓글
참 좋은 자료인데.... 따로 방을 마련해서 볼수 있게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잘 봤습니다. ^^....
foxair|2019-12-27 오후 6:10:00|동감 1
동감 댓글
바둑의 경우의 수를 우주의 별 수량으로 비유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우주란 공간은 끝을 알 수 없는 공간.. 우리 인간도 관측할 수 있는 공간만 탐색할 수 있을 뿐, 사실상 무한이죠 (무한도 우주에게나 비유하는 것.. 유한이라면 그 끝의 벽 넘어 또 다른 세상이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죠) 우주가 무한이면 그 안의 별들도 무한.. 평행우주처럼 바둑의 모든 경우의 수를 포함 동일한 바둑도 다 포함되는 개념
reply maseukli 바둑의 심오한 맛을 모르는 아마추어하수들이 종종 그와같은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유치원생이 대학원생의 깊이를 생각할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2019-12-29 오후 9:50:00
reply 전경 아는척은 해보고 싶고..... 시비도 걸어보고 싶고..... 뭐... 그런정도 수준의 알맹이 없는 논평.....
2019-12-29 오전 8:12:00
reply 레지오마레 헐-
비유는 비유일 뿐이거늘.
2019-12-28 오전 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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