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대의원회, 김성룡 제명 의결
[취재수첩]
  • 정용진|2018-04-24 오후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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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4일 한국기원에서 연 프로기사 대의원회의에서 최근 성폭행 의혹 파문을 일으킨 김성룡 9단에 대해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 대의원회 의결만으로 즉각 제명이 실효한 것은 아니다. 이후 기사총회(프로기사 회장 손근기) 결의로 '기사회 회원자격 박탈'을 결정할 수 있다. 임시기사총회는 내달 열릴 예정이다. 참고로 '기사직 제명'과는 구분된다. 기사직 제명은 한국기원 이사회(의장 홍석현 총재)의 의결 단계를 거쳐 최종 확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한국기원 집행부의 늑장대처에 여론이 들끓는 국면에서 프로기사회 대의원들이 선제적으로 나서 “진위 여부를 떠나 드러난 현 상황만으로도 기사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하고 바둑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를 들어 선(先) 제명을 결정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평이다. 한 대의원은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해 사태를 바라본다 해도 가해자로 지목된 김성룡 9단이 일주일이 지나도록 잠적한 채 소명조차하지 않는 상태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조처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계든 스포츠계든 최근 미투와 관련해 ‘성추행, 희롱’ 수준의 의혹만 제기되어도 일단 ‘직무정지’를 시킨다. 이후 진상조사로 진위를 파악해 징계나 파면 등 처벌수위를 정하는 추세다. 파장을 최소화시키려는 안간힘이고 이것이 피해자나 팬들, 관련업계에 대해 보이는 예의이자 도의적인 자세다. 한국바둑사에 최대 추문으로 기록될 사건이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자칫 ‘공멸’을 초래할지도 모를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서도 이 정도의 결정이 그렇게 어려웠나. 도대체 무엇이 ‘발빠른 대응’을 더디게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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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의 말만 듣고선 섣부른 입장발표를 할 수 없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공연한 발표로 자꾸 기사화되고 혹여 스폰서가 떨어져나갈까 곤혹스러워 차라리 입을 닫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쩌면 현 한국기원 집행부(홍석현 총재-송필호 부총재-유창혁 총장 라인)의 의사결정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기사 총장이 정작 기사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하고 있던 차다.

유창혁 총장이 중심인 한국기원 사무국이 정책이나 의사결정하는 인적구조를 보면 주요회의에 참여하는 실장급 5명 중에 정작 한국기원 출신 직원(부장)은 단 한명뿐 나머지는 J일보 관련인사나 퇴사한 인맥으로 채워져 있다. 솔직히 프로기사 이름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이들에게 바둑계의 정서와 역사, 배경 등을 단기간에 이해하여 당면한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빠르게 대처하길 기대한다면 욕심일 터이다. 이들이 지닌 재능과 능력을 논하는 게 아니다. 이처럼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의사결정 과정과 인적구성을 지적하고 싶어서이다. 도무지 전략도 기획도 없어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 50여 명이 21일 '최근 논란이 인 바둑계 미투에 관해 피해자를 지지하고 조속한 해결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고 프로기사 대의원들이 결단을 내릴 때까지 한국기원 집행부는 고작 “윤리위원회를 구성해서 적극 대응하겠다”는 말만 내세웠을 뿐이다.

프로기사 게시판을 통한 미투 폭로글은 이미 4월11일 모 여자기사가 올렸고 후속 폭로가 이어질 조짐을 보였다. 여자기사들의 미투운동 기미는 실은 이보다 한달 앞선 3월 초순 유창혁 사무총장이 국가대표 감독시절 한 ‘성차별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할 무렵을 전후해 태동하고 있었다. 이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선제적인 대책에 나서야 했는데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4월11일 첫 미투글이 올랐고 16일 밤 디아나 초단의 김성룡 9단 성폭행을 폭로하는 핵폭탄급 글이 이어지자 그제야 다음날(17일) 부랴부랴 윤리위를 구성하고 보도자료를 돌리는 등 사태수습에 나서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윤리위 구성을 발표하고 사흘 뒤 연 1차 윤리위 회의에서 갑자기 윤리위원 대거 교체와 미투관련 실무조사단을 구성하겠다는 정도의 내용만 외부에 알렸다.

윤리위원의 구성 면면도 공개하지 않았다. 노출되면 언론의 접촉을 피할 수 없고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의 사적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이럴 거면 애초 가족관계나 다를 것 없는 바둑계 내부인들로 굳이 윤리위를 구성할 이유가 있었나.

대의원회의에서 김성룡 9단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했는데 얘기가 길어졌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과 이 시간 이후 전개되는 상황이 있다면 포함해 조만간 한번 더 [취재수첩]을 쓸 작정이다. 그때는 이 글과 마찬가지로 바둑글을 쓰는 기자라기보다는 바둑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을 피력해 보려 한다. 나 또한 바둑계 내부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참담하고 곤혹스러울 따름이다.

○● 여자기사들 '조속한 미투 해결 촉구' 성명 발표 ☜ 관련기사 보기 클릭
○● 바둑계가 '미투'에 대처하는 자세 ☜ [취재수첩] 후속기사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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句唐甫涉公|2018-04-26 오후 2:5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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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칭하길 사범이라고 한다.
사범이라는 칭호가 갖는 의미는 매우 무겁다.
무죄추정..운운 이런 걸 입에 올릴 사안이 아닌 것이다.
프로기사회의 바르고 빠른 행보가 있어야 한다.
피해자 보호 방안도 따로 조용히 강구되어 시행되어야 한다.
신웅|2018-04-26 오전 11:33:00|동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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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말은 청산유수인 사람이,,,정작 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왜 입을 꾹 닫고 있죠?
toronto2|2018-04-26 오전 4:30:00|동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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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기사의 독특한 능력이 아깝지만 이번 기회에 협회에서 분명하고 확실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존립자체가 위험합니다 정치얘기는 뭣하지만 모정당 추대표을 참고하시길
빈지수|2018-04-25 오후 11:43:00|동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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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는 이제 헝가리로 돌아가아 하지않겠니? 잘 나가는 바둑기사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무슨 낮짝으로 한국에서 밥벌이 하겠니?
reply 大竹英雄 글쓴이 삭제
reply 대자리 이게 김성욕이 생각이구나.
호로자식.
2018-04-26 오전 12:12:00
reply 현원석 적폐청산한 다아나 사범은 한국기원 이사로 추대했으면 합니다
2018-04-26 오전 1:42:00
reply 삼나무길 미칬나?
2018-04-26 오전 6:02:00
reply Lazenka 디아나가 왜 헝가리로 돌아 가야 하나요? 피해자를 가해자 취급 하시는 분이 여기도 계시네요.
2018-04-26 오전 10:31:00
reply 아비애미 이게 디아나 잘못이냐? 성욕이 지인인가? 이게 할말이야?
2018-04-26 오전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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