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AI가 말한다 '제 생각은 달라요'
인공지능 시각으로 본 인간의 바둑
[기획/특집]
  • 김수광|2018-09-25 오후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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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많이 변했다. 검토실에서 프로기사들이 태블릿피시 하나 들고 앱으로 집의 고사양 컴퓨터를 원격으로 제어해서 주요 대국을 복기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둑이라는 게 원래 돌과 나무만 있으면 둘 수 있는 것이니 그밖의 것으로는 머리와 손만 준비해 놓으면 된다. 프로가 되려는 사람들은 종이(책)와 씨름하며 사활문제를 풀고 돌과 나무로 실전을 수련했다. 프로가 되어서도 다를 건 없다. 해외 출전을 하면서 쉬는 날 볼 드라마를 담을 만한 노트북을 하나 마련해 놓는 행위가 IT와의 드문 접촉이었다. 바둑을 전문적으로 할수록 대체로 스마트폰을 잘 못다루고, 피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당연하시되거나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핫스팟 테더링을 할 줄 아는 기사가 등장하기라도 하면 IT강자라고 추어올림 받는 것이었다. '바둑 한 길을 파다 보니 다른 분야에 신경쓸 틈이 없다는 것은 곧 본분에 충실하다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인식이었던 것이다.

바둑과 IT가 무어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학습에 도움을 주는 시대가 됐다. 물론 2016년 3월 알파고 쇼크 이후의 일이다.

인간을 가르치려면 인간보다 뛰어나야 한다. ‘바둑 인공지능의 수준이 그 만큼 되는가?’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냥 뛰어난 정도가 더 이상 사람과는 비교 측정이 의미가 없을 수준으로 향해 가고 있다. ‘가고 있다’는 표현은 지금도 향상되고 있음을 말한다. 2017년 커제와 겨뤘던 알파고마스터는 기력측정 지표인 elo레이팅에서 이미 5000에 육박하고 있었다. 고레이팅에서 1위인 박정환은 9월 현재 3600을 살짝 넘기고 있다. 이세돌은 2016년 버전 알파고 ‘알파고리’에 1-4로 졌는데 그 알파고리는 알파고마스터 버전에 3점을 놓아야 하며 그 알파고마스터를 알파고제로는 90%에 달하는 승률로 이긴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인공지능 릴라제로, 엘프오픈고 등도 계속해서 실력이 강해지고 있다.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몇 점을 놓아야 할 상황이다. 든든한 스승이 된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1국 이세돌(흑):알파고 - 장면도
실력있는 인공지능 바둑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널리 보급되면서 알파고의 생각도 조금은 엿볼 수 있게 됐다.

2016년 알파고가 등장해 이세돌을 몰아붙일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흑이 상변에서 모자를 맞으면서 대책 없어졌고 흑1도 무리였다는 게 당시의 분석이었다. 실전은 알파고가 백2로 들여다본 뒤 이하 6까지 이세돌을 돌을 가두어서 일찌감치 알파고가 우세해졌다.


▼ 이세돌:알파고 1국 - 1도
인공지능(엘프오픈고)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를 당했을 때조차도 이세돌은 이 바둑을 그르칠 정도로 불리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엔 흑1로 마늘모로 받는 방법이 있었다고 인공지능은 분석한다.


▼ 이세돌:알파고 1국 - 2도
백1, 3으로 나와 끊는다면 이하 6까지 진행해서 백이 좋지 않다. 심지어 백은 A로 가로막기도 여의치 않다.


▼ 이세돌:알파고 1국 - 3도
기어코 백1로 막는다면 흑은 2, 4로 나와 끊은 뒤 이하 20까지 두어 흑이 우세해진다.


▼ 이세돌:알파고 1국 - 4도
따라서 백은 ▲가 놓이는 시점에 백1로 물러날 수밖에 없고 이하 12까지 진행을 예상해 볼 때 긴 바둑이었다(백이 55%의 승률을 보인다).


한동안 프로기사들 사이엔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를 사들이는 열풍이 불었다. 기력 향상에 관심이 비상한 사람들이라면 프로기사가 아니더라도 이 열풍에 합류했다. 바둑 인공지능의 영향 때문이라는 건 다들 잘 안다. 가정용 컴퓨터는 대개 100만원 안팎, 아주 비싸더라도 200만원 안쪽으로 사는 게 일반적이다. 그 정도면 어지간한 무거운 프로그램을 다 돌릴 수 있어서 가벼운 웹서핑이나 문서 작업 이외에도 그래픽 작업과 영상 변환 작업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굳이 최고급을 선호하는 것은 그래픽처리장치의 성능이 인공지능의 바둑실력과 어느 정도 비례하기 때문이다. 기계가 학습을 하려면 단순하지만 빠른 처리능력이 필요하다. 그걸 담당하는 장치가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좀 더 좋은 그래픽처리장치를 더 많이 연결해 쓰고자 해서 가격이 올라간다. 그래서 몇 백만원에서 천만원 안팎의 금액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사양 컴퓨터를 들이는 것이다.

컴퓨터는 제값을 한다.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수읽기를 하고 인간들에게 형세판단과 참고도를 보여준다. 무릇 강해지고자 하는 이들 중에 성능좋은 컴퓨터가 탐나지 않을 사람이 없다. 박정환, 신진서, 김지석, 신민준, 윤준상, 박하민은 다른 프로기사들에 비해 일찍 인공지능을 연구도구로 활용한 기사들이다. 이들의 성적은 다들 알다시피, 아주 좋다.

인공지능을 담아 사용하는 기기도 다양해졌다. 고사양 컴퓨터는 들고다니기 나쁘다. 좋은 부품은 대체로 무겁다. 고도의 연산작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줄 장치까지 다 들어 있어야 하니 또다시 무게가 더해진다. 그래서 기사들은 집에 데스크톱 컴퓨터를 켜 놓고서 자유롭게 먼 곳을 돌아다니며 아이패드나 윈도태블릿피시 등에 원격으로 연결해 복기를 하곤 한다. 휴대전화 속에서도 원격연결은 가능하다. 노트북족도 있다. 최고급 사양은 아닐지라도 웬만한 고사양에 휴대성을 겸비한 게이밍용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 이세돌-알파고 2국 - 장면도
구리는 알파고가 둔 흑1을 '아름다운 수'라고 표현했다. 이세돌 본인도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되돌아왔다가 이 수를 보고선 너무 당황해서 안절부절했다. 이 행마는 이제 신개념 어깨짚음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이 수의 의도에 대해선 여전히 잘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인공지능들의 도움을 빌려 추정해 보건대 알파고의 취향이었던 듯하다.


▼ 이세돌-알파고 2국 - 1도
실전에서 이세돌은 백1로 밀고 3까지 진행했는데, 이를 두고 당시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나중에 흑에게 A와 B자리를 선수로 당했고 C자리를 흑에게 뺏겨서 이 바둑이 나빠지게 한 원인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들은 그렇지는 않다는 분석을 보여준다.


▼ 이세돌-알파고 2국 - 2도
당시 사람들은 백1로 밀고 흑3으로 두는 게 옳은 행마라고 했다.


▼ 이세돌-알파고 2국 - 3도
인공지능 릴라제로는 백1, 3으로 둔 것은 옳았다고 한다. 흑4엔 백5로 싸워서 이제부터의 바둑이라는 것이다.


▼ 이세돌-알파고 2국 - 3도
▲에 대해선 인공지능 엘프오픈고도 백1로 밀어야 한다고 그린다. 그러나 우변 공방과는 별개로 흑2가 요처임을 가리킨다. 이하 20까지 팽팽한 형세다.


▼ 이세돌-알파고 2국 - 4도
인공지능 엘프오픈고(Elf OpenGo)도 과연 알파고처럼 '아름다운 수'를 일감으로 착점할까를 실험해 봤다. 엘프오픈고는 우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좌변 흑1로 두어야 한다고 가리켰다. 그런 뒤 우변 삭감보다는 상변 침투가 급한 자리라고 보았다. 이하 7까지는 상변 침투의 예시. 앞으로도 거듭 연구해봐야 하겠지만 알파고의 어깨짚기는 절대의 자리라기보다는 취향의 영역에 가깝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얼마 전 이세돌은 400만원이 넘는 컴퓨터를 샀다며 인공지능 얘기를 꺼냈다. 이세돌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존경했던 이창호를 바라보며 “연구한 초반 포석을 인공지능이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아서 수순을 되돌린 뒤에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해 보았는데도 승률평가치가 높게 올라가지 않더라고요.”라고 했다.

이창호는 인공지능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심은 많다. 기사들은 인공지능이 선호하는 수법과 포석을 연구해 실전에서 활용하곤 하는데, 이창호도 그걸 대개 안다. 이창호는 인공지능을 연구한다기보다는 인공지능을 연구한 인간의 수를 연구한다. 이렇듯 오늘날 바둑을 하는 사람이라면 인공지능과 떨어져 살 수 없다.

기자가 인공지능의 수법을 보여주자 이창호는 재미있게 보면서도 '인공지능이 해설을 해주진 않나요?'라고 물어온다. '참고도를 보여주고 형세판단을 해주지만 애석게도 말로 해설해 주진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창호는 '말로 해설을 해주어야 알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창호의 아쉬움 표시는 타당하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참고도는 인공지능이 읽어대는 모든 참고도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그래서 참고도가 제법 많다 해도, 그 결론에 대해 오해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바둑의 이치에 관해선 인공지능이 말로 원리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말을 할 줄 모른다. 우리 인간보다 궁극의 바둑에 더 근접해 있는 인공지능에게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뭔가 얻어내려면 제한된 방법에 의존하는 수밖엔 없다.

인공지능 바둑을 활용하는 방법은 대체로 3가지다. 인공지능을 상대로 설정해 놓고 대국을 하는 것, 자신이 둔 바둑을 인공지능에 집어넣고 돌려서 복기를 받는 것, 그리고 한수마다 참고도 변화를 알아보는 것인데, 고리뷰파트너(GoReviewPartner), 사바키(Sabaki), 리지(Lizzie)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 가능하다.

조금 달리 응용해 본다면 수백년, 수십년 전 명국을 복기해 승부처를 살펴볼 수도 있고, 잘 알려진 포석을 인공지능의 눈으로 재해석해 볼 수도 있다. 사용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는 수가 보이기도 한다.

기존 바둑포석 이론을 인공지능의 눈으로 살펴봤다. 당연히도, 완벽하지 않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영감을 받기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검토엔 주로 인공지능 '엘프오픈고(Elf OpenGo)를 사용했다. 엘프오픈고는 알파고제로와 닮았다. 페이스북이 만들었긴 하지만 알파고제로의 논문을 분석한 뒤 재구현(reproduct)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엘프오픈고는 사람의 기보를 전혀 보지 않은 채 기본적인 바둑규칙만 가지고 자가학습을 하여 실력을 갖췄다. 엘프오픈고는 믿을 만하다. 페이스북은 엘프오픈고가 올해 4월 베리지노믹스컵 월드인공지능대회에서 우승한 펑황(Phoenix Go)보다 강하다고 밝히고 있다. 텐센트社가 개발한 중국의 줴이(FineArt)가 알파고를 제외한 현존 최강으로 알려져 있지만 엘프고는 같은 하드웨어 조건에서 겨룬 적은 없다.

■ AI도 의식하는 고바야시류 포석
이창호는 전성기 때 고바야시 고이치의 바둑을 높게 평가했다. 다케미야 마사키가 ‘지하철바둑’이라고 폄하할 정도로 실리를 중시하는 고바야시의 바둑이건만 이창호는 고바야시의 바둑을 기품있고 균형잡혀 있다고 보고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고바야시류 포석은 분명히 유력한 포석이었고 백이 흑의 주문을 피하기가 간단치 않았다. 인공지능은 고바야시류 포석을 어떤 시각으로 봤을까.

▼ 고바야시류 포석 - 장면도
고바야시류 포석은 화점과 소목콤비네이션으로 시작한 뒤 하변을 선점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소목에 걸쳐오기를 기다려 급공으로 주도권을 잡는 게 주문이다. 가령 백1로 걸치면 흑2로 협공한 뒤 흑8까지 백을 공격하면서 흑은 양쪽을 차지한다. 흑이 우세한 흐름이 된다.



▼ 고바야시류 포석 - 1도
인공지능은 ▲ 때 잠깐 손을 빼어 백1로 걸치는 그림을 그린다. 그런 뒤 다시 3으로 귀쪽에 붙인다. 이어서 백7이 경쾌하다. 백9로 한번 활용한 뒤 백11로 양걸침하면 백이 활발하다.


▼ 고바야시류 포석 - 2도
고바야시류 포석에 대응하는 수로 유력한 것 중 하나가 백1과 같은 두칸높은걸침이다. 하변 흑세가 잘 구축되어 있으니 너무 가깝게 가지 않는다는 뜻이 있다. 인공지능은 흑32까지를 보여주며 5대5의 흐름이라고 알려준다.


▼ 고바야시류 포석 - 3도
백1에 흑2로 타이트하게 두는 대응도 잘 알려졌는데, 이하 15까지 진행까지를 인공지능이 참고도로 제시하면서 백이 살짝 우세한 진행이라고 알려준다. 우하 백 형태가 두터우면서도 탄력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같다.


▼ 고바야시류 포석 - 4도
백1의 눈목자 역시 '선생님'들의 가르침이었다. 강한 상대방의 진영에 덜 다가서자는 것이고 앞 그림 두칸높은걸침과 비슷한 맥락이다. 인공지능은 이하 16까지 서로 팽팽한 형세라고 한다.


▼ 고바야시류 포석 - 5도
고바야시류를 창시한 고바야시 고이치는 '백1처럼 날일자로 걸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해왔다. 흑의 공격을 당한 뒤 흑4로 공격이 이어지면, 흑이 백을 공격하면서 양쪽에서 이득을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오히려 백1로 두는 수를 고바야시류 포석에 대한 유력한 대응으로 추천한다.


▼ 고바야시류 포석 - 6도
흑2의 협공에 인공지능은 백3처럼 두는 그림을 그린다. 오히려 이하 21까지 백이 편한 진행이라는 것이다.


▼ 고바야시류 포석 - 7도
또 다른 인공지능 릴라제로(LeelaZero)는 △가 좋은 착점이며 이에 흑은 1로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하 30까지 릴라제로는 백에게 좀 더 좋은 점수를 준다.


▼ 고바야시류 포석 - 8도
사실, 인공지능은 고바야시류 포진을 펼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알파고제로(백)는 알파고리(이세돌과 대결했던 알파고 버전)와의 실전에서 흑5 때 바로 6으로 붙인다. 흑9엔 바로 10으로 침공해서 실리로 앞서 나간다. 인공지능이 나름 고바야시 포석을 의식해 주문을 거스른다고 볼 수도 있을까?^^


■ 3연성은 약한가
다케미야 마사키의 우주류엔 3연성이 늘 등장하곤 했다. 다케미야 마사키도 일세를 풍미한 기사다. 3연성은 언젠가부터 현대바둑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다. 모양을 키우는 데 좋지만 허장성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승부사들이 기피했던 탓일까. 인공지능은 3연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 3연성 - 장면도
양화점을 차지한 뒤 그 가운데 변의 화점까지 차지하는 포진을 바탕으로 하는 포석이다. 3연성은 대모양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하 16까지 웅장한 흑 세력을 볼 수 있다.


▼ 3연성 - 1도
이건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이다. 백이 1로 두어, 3연성에서 시작된 우변 대세력에 맞서면 흑2, 4로 노골적으로 흑세력을 넓힐 수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 3연성 - 2도
인공지능에 우변 흑세력에 맞서보라고 했더니 백1, 백3으로 둔다. 흑2, 4의 어깨짚기는 많이들 익숙해졌다. 백5가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삭감 자리. 이하 15까지 늘씬하게 삭감한 백이 좀 더 활발하다.


▼ 3연성 - 3도
기존 변화가 궁금하지만 인공지능은 좀처럼 상변 정석을 선택하지 않아서 강제로 만들어 놓고서 우하에서 어떻게 변화할지를 그려보게 했다. 그랬더니 흑6까지 인공지능들이 좋아하는 정석을 선택하고선 백7에 강타한다. 인공지능은 이 상황에서 이 자리를 두어야 한다고 한다.


▼ 3연성 - 4도
흑1로 젖힌다면 이하 백14까지를 인공지능이 그린다. 백이 약간 기분 좋은 형세. 흑에게 우하 뒷문도 열려 있다.


▼ 3연성 - 5도
흑1로 젖힌다면 백2로 되젖힌다. 이후 백6이 연관된 수법이다.


▼ 3연성 - 6도
△ 때 흑1로 막는 것은 좋지 않다. 백2로 끊어 놓을 때 흑의 모양이 흐뜨러진다. 흑3 때 백4로 붙이고 이하 8까지 백이 우세하다.


▼ 3연성 - 7도
인공지능에 3연성을 대응해보라고 했더니 첫수가 백1의 날일자다. 여기까지는 보통이다. 그 다음부턴 예상 밖의 수들이 많다. 3연성의 특징인 변의 화점을 잘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흑백 최선을 다해 그린 흑22까지는 서로 팽팽하지만 약간 백이 활발한 국면이다.

인공지능은 3연성을 앞으로도 잘 쓰지 않을 것 같다. 흑에게 좋은 그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 영원한 연구과제 중국식 포석
일본의 한 필자가 명명했다는 중국식 포석. 화점-> 소목 -> 소목굳힘이 아닌 소목 벌림. 이런 꼴을 취하는 포진인데, 들어오면 공격하겠다는 생각이 숨어있고 연구할 변화가 무궁무진해서 지금도 사랑받는다.

▼ 중국식 포석 - 장면도
전통적인 백의 대응은 그래서 바깥쪽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백1엔 흑2로 받고 3까지가 정형화됐다. 알파고도 버전에 따라선 중국식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기보를 파악할 수 있는 알파고의 최종버전인 알파고제로에 와선 중국식 포석을 쓰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 중국식 포석 - 1도
흑2로 협공하는 게 좀 더 호전적이다. 백3으로 붙이는 게 좋은 수다.


▼ 중국식 포석 - 2도
백1은 신통치 않다. 흑2, 4로 공략하면 이하 흑10까지, 백은 외곽에 단점만을 남긴 채 떠돌고 흑은 튼실하게 실리를 차지한다.


▼ 중국식 포석 - 3도
흑1로 젖히고 백2로 끊어 이하 21까지가 인간의 정석이다. 물론 서로 둘 만하다.


▼ 중국식 포석 - 4도
인공지능은 ▲ 때 백1로 젖히고 싶다고 한다. 얼핏 백이 흑에게 포위돼 곤란한 것 같지만 백17 이하 21까지 활용을 마치고서 25로 흑 사이를 가르면 백이 우세하다고 인공지능은 판단한다.


▼ 중국식 포석 - 5도
협공하는 배석으로 설정해 놓고 인공지능이라면 흑백이 서로 어떻게 둘 것인지를 물었다. 인공지능은 백이 붙인다는 것까지 일치했고, 흑의 대응으로는 흑1로 물러나야 한다고 한다. 백2엔 흑3의 주고받기. 이하 20까지 백이 약간 기분 좋은 진행이다.


▼ 중국식 포석 - 6도
백이 1로 틀어막자는 건 과욕이다. 이하 14까지 진행되어 외곽 백의 형태가 너무 박약하다.


▼ 중국식 포석 - 7도
중국식 포석을 펴 놓고 인공지능에 백으로 둬보라고 했던니 백1로 대뜸 걸친다. 그러곤 백29까지를 그린다. 호각지세다.


▼ 중국식 포석 - 8도
앞 그림 흑2로는 지금처럼 흑1에 받아보면 어떨까 싶어 강제로 두어봤더니 인공지능은 백2로 붙인다. 그러곤 일사천리로 16까지 진행시킨다. 백이 약간 우세한 변화다.


▼ 중국식 포석 - 9도
알파고제로(흑)와 알파고리의 대국을 참고해 본다. 좌변엔 양화점이 아니라 소목굳힘과 3·三을 배합한 알파고제로식 포진이 나오고 있다. 흑5가 우변쪽을 견제하고 있기에 알파고리가 백6으로 중국식 포진을 선택한 것은 의아하다.


▼ 중국식 포석 - 10도
알파고제로는 즉각 3·三을 판다. 3·三을 파는 것은 실리로도 득이지만 선수를 차지한 뒤 흑11로 들여다 보는 꿀맛을 보장한다. 알파고제로는 이 11자리를 두어 응수타진을 놓치지 않는 모습을 여러 판에서 보인다.


▼ 중국식 포석 - 11도
실전은 알파고제로가 흑4로 하나 걸쳐 놓은 뒤 흑6부터 꿈틀거려서 이하 26까지 백의 한무리를 제압하고서 시작한다. 이 바둑은 흑불계승으로 끝난다.


▼ 중국식 포석 - 12도
알파고리는 자신의 포석은 문제가 없었다는 듯이 또 다른 대국에서 다시 백으로 중국식 포석을 쓴다. 그리고 이번엔 ▲를 외곽에서 씌우지 않고 백1로 받아 변을 단단히 했다. 그랬더니 알파고제로도 작전을 바꾼다. 백 진영이 적당히 굳어져 있으므로 위에서 눌러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출발은 흑2다. 이쪽에서 흑8까지 탄력을 붙여놓고 흑10의 요점을 차지한다. 이후 12, 14, 16으로 눌러서 작전 성공.

아직은 섣부른 추측일 수 있지만 중국식 포석은 흑2 자리의 급소, 흑12 자리의 어깨짚기 급소, 3·三침입 뒤 ▲와 같은 들여다 봄, 또한 배석에 따라서는 견제로서 들어오는 상대의 굳힘 방향을 신경써야 하는 등 운용이 쉽지 않은 포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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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로|2018-10-26 오후 11:57: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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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후속편 기다립니다. 눈빠지게요.
jgh0315|2018-10-17 오전 1:56: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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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num=522146 쓰신 분이시군요.
2국 - 4도 흑1은, 사실 백이 우상귀를 두기 시작할 때부터 알파고도 노리던 곳이랍니다(이러면 백이 우상귀에 삼삼 침입을 할 거라 여겼음). 심지어 2국 - 장면도 흑1(실전 흑37)은 후보에도 없었대요. 막상 알파고 예상대로 백이 36까지 두고 나니 실전처럼 판단을 바꿨답니다(사람이 둘 확률은 1/10000이라는 바로 그 자리).
https://youtu.be/V0-IWQ9TvLo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183974&page=1
ieech|2018-09-28 오후 7:4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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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인공지능에 대해 재밋게 쓴 글인지 알았는데 양이 엄청 많네요. 기자님의 역작이라고 할만 합니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참나이런|2018-09-27 오전 11:13:00|동감 0
동감 댓글
잘 봤습니다. 훌륭합니다.
낭낭^^|2018-09-27 오전 11:01:00|동감 0
동감 댓글
어떤 대국에 대한 복기조차 고정관념으로 가득하네요. 정성스럽고 재밌는글 감사합니다.
흑백마스터|2018-09-27 오전 8:2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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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성은 확실히 인공지능이 꺼리는 이유가 있었군. 하긴 요즘은 인간들도 꺼리는데.
최강한의사|2018-09-26 오후 5:01:00|동감 0
동감 댓글
전 일개 아마추어지만, 이런 글을 매우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글을 봤으면 합니다.

한국바둑에 가장 부족한 게... 정석 이후 변화죠. 포석을 포함해서...
그런 교재는 거의 없고, 잘 가르쳐 주지도 않아요.

앞으로도 이런 글 많이 부탁합니다.
reply 최강한의사 아 기자님 그리고 혹시 가능하면, 고바야시류 변형(눈목자-변 화점 왼쪽)에 대해서도 좀 돌려주시면 안될까요?
2018-09-26 오후 5:04:00
reply 대자리 ㅋㅋ.
다 가르쳐주면 프로가 먹고살 게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농담이고,정석 이후 변화에 관한 책도 있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과거엔 사카다의 `묘 시리즈`가 그런 수요에 맞지 않았나 싶죠.
2018-09-26 오후 7:42:00
reply 최강한의사 인공지능 이전에는 일본에 옛날 자료가, 중국에 요즘 자료가 많이 있죠. 한국은 IT 강국이라는데 예를 들면 고바야시류 하나만 가지고도 지금은 책 하나 낼 수 있거든요. 프로기사들이 책 좀 펴서 돈 벌면 좋을텐데요. 아님 인터넷강좌를 유료결제 시킨다거나... 오로처럼 유료회원에게만 공개하는 데 쓴다거나 가능할텐데요. 인공지능을 써서 책을 내는 데 저작권 문제가 있는 건지... 에휴..
2018-09-26 오후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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