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사에 빛나는 묘수, AI로 살펴보다 -2편-
'바람의검심 7단★'이 살펴본 역대 묘수
[기획/특집]
  • 바람의검심|2019-02-05 오후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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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9단(왼쪽)이 염원하던 세계대회 첫 우승은 2011년 24회 후지쓰배에서 이뤄졌다. 박정환은 이 대회 결승에서 상대 중국 추쥔 8단의 묘수를 막아서는 묘수를 보여줬다.

바둑 역사엔 두고두고 기억될 묘수가 많다. 머리를 탁 치게 하는 묘수도 있었고, 그동안 간과하고 지나가서 처음 보는 묘수도 생각 외로 많았다. 그중에서 고르고 골라 묘수 5개를 선정했다.

묘수라는 말도 어찌보면 주관적이다. 보기에 따라선 묘수라고 말하기엔 아쉽다거나 아예 묘수로 인정하기 어렵겠다는 의견도 가능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된 지금, 인공지능은 우리 인간들의 역대 묘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바람의검심 7단★이 프로기사의 관점과 인공지능의 관점을 비교해 소개한다.

관련기사 ○● 바둑사에 빛나는 묘수, AI로 살펴보다 -1편-(☞ 클릭!)



▼ [묘수3] 묘수엔 묘수로
2011년 8월 14일 제24회 후지쯔배 결승전 흑: 박정환 백: 추쥔


박정환 9단이 염원하던 세계대회 첫 우승을 일군 바둑이다. 내용적으로는 묘수를 묘수로 받은 멋진 스토리가 있었다. 상대는 당시에 꾸준한 활약을 하던 노력파 기사 추쥔 8단.

흑이 백 대마 생사를 추궁하기 위해 흑▲로 공격의 칼을 뽑았다. 백1로 받으면 흑2~4로 두어와 백이 안에서 두 집 내고 사는 길이 없다. 백5,7로 바깥의 흑 약점을 노려봐도 흑12까지 백은 축으로 잡힌다.

▼ 묘수3-1


백 대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묘수가 필요하다. 여기서 나온 백1이 1선의 묘수. 흑2로 받으면 백7,9로 끊었을 때, 흑 공배가 차 있어서 13까지 백이 잡는다. 재밌는 건, 백1은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후보 수 중엔 나오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발견하지 못한 수 중에 훌륭한 수는 많다.

▼ 묘수3-2


여기서 흑1이 '묘수로 묘수를 받은 수'였다. 백2로 받는 건 흑의 의도에 딱 걸린다. 흑15까지 진행되었을 때 차이를 알 수 있다. 흑 수가 한 수 늘어난 것. 다시 돌이켜서 흑1의 끊음 수는 인공지능이 예상했을까? 살펴보니 10순위 정도로 추천하는 후보 수였다. 이렇게 좋은 수를 겨우 10순위 정도로 놓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묘수3-3


인공지능이 백1 이후 변화에서 흑이2,4로 두는 수를 발견하지 못한 탓이었다. 흑14까지 외길로 백은 여전히 2수다. 자충인 백은 A자리에 바로 둘 수 없으므로 흑은 3수. 인공지능에게도 감정이 있다면 묘수로 묘수를 받은 이 심오한 부분 수읽기에 그저 감탄하지 않았을까 싶다.

▼ 묘수3-4


사람의 절충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흑은 두 점을 잡는 성과를, 백은 대마를 살려냈다. 7까지 살아가고 흑8로 반상최대를 차지하자 인공지능이 예측하는 흑의 승리확률은 80%다.



▲ 고국에서 활동해 보는 게 꿈이었던 조치훈 9단은 2017년부터는 시니어바둑리그에서 뛰며 그 바람을 이뤘다.


▼ [묘수4] 노장의 일격
2003년 8월 29일 제8회 삼성화재배 16강 백: 조치훈 흑: 원성진


조치훈 9단은 1991년 제4회 후지쯔배 우승한 이후 12년 만인 2003년 제8회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차지하며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멋진 묘수로 일거에 승기를 잡은 바둑이 있었다.

바둑은 바꿔치기를 통해 하변을 흑이, 중앙 4점을 백이 잡은 형국이다. 인공지능은 흑이 60대40정도로 우세하다고 판단한다. 점심식사 이후 오후 대국이 재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조치훈은 백1을 교환하고 3으로 젖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대인 원성진 9단을 포함해 이 바둑을 검토하던 검토실의 모든 기사들도 단순한 끝내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조치훈 9단의 손끝은 백5로 향했다. 잡혀있던 백을 살리는 이른바 헤딩의 묘수였다. 인공지능은 이 수를 볼까? 백3을 두기 전까지는 인공지능도 예측을 못하고 있다가 백3 이후에야 백5의 묘수를 발견했다. 흑60%의 우세를 예측하던 인공지능은 백5를 입력하자 백95%의 바둑이라고 알려준다. 인공지능은 이 수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 묘수4-1


백은 한 점을 희생타로 이용해서 알토란같은 두 집을 내서 살았다. 당시 한 뉴스에서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조치훈 9단은 식사 내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괴로워하며 누가 봐도 형세가 안 좋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후 대국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묘수를 터뜨리며 형세를 반전했다. 그는 과연 점심시간에는 이 묘수를 못보고 있었을까, 아니면 알고 있음에도 표정 관리를 한 것이었을까?.

▼ 묘수4-2


참고로, 백이 1로 두어 궁도를 넓히는 건 흑4,6으로 수가 안 된다. 바둑 이론상 궁도를 넓히는 게 사활의 상식인데, 이번에는 궁도를 넓히는 게 아닌, 좁히고 헤딩하는 게 유일한 활로였다.



▲ 2016년 3월에 치러진 이세돌 vs 알파고 - 딥마인드챌린지 매치.


▼ [묘수5] 알파고를 당황시키다


마지막 장면은 역대급 묘수로 준비했다. 바둑을 모르던 사람들도 이세돌 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알게 해준 신의 한 수, “이세돌의 78수”다.

한 눈에도 흑 상변 모양은 거대하다. 백은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서 타개에 성공해야 한다. 바로 그 때, 흑의 유일한 빈틈사이를 찌르고 들어온 수가 “이세돌의 78수”다. 백은 궁극적으로 A의 흑 약점을 노리고 있다.

▼ 묘수5-1


백의 의도는 이렇다. 흑이2로 받으면 2~7을 선수해서 8,10으로 두겠다는 것.

▼ 묘수5-2


흑이1로 늦춰서 받으면 백은2,4를 두고 두 군데의 흑 약점을 노린다. A의 노림을 흑5로 방비하면 백이6~10으로 두면서 수가 난다.

▼ 묘수5-3


이세돌 9단이 딥마인드챌린지매치 4국에서 승리했을 때 ‘난리가 났다.’ 바둑계는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 시간이 흘러 승리의 여운이 가시고 냉정하게 기사들과 함께 '신의 한 수'를 검토해 봤다. 그 결과는 대략 이랬다. “이세돌의 78수는 흑1로 받고 백이2~6에는 흑7로 약점을 보강해서 백이 안 된다. 백A~E의 수순으로 패를 내는 수단이 있지만 당장 팻감이 없다.”

맞는 말이다. 아마도 이랬다면 이세돌이 이 판을 이기기까지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도 흔드는 이세돌의 솜씨를 아주 잘 나타낸 묘수로서 '78의 수'는 손색이 없는 훌륭한 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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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잠|2019-08-11 오후 8:45: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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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네요.
바둑정신|2019-02-10 오전 12:3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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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도 인격.
90년생|2019-02-06 오후 10:2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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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마작인|2019-02-06 오후 4:50:00|동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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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참고도 흑 7로 C에 두는 수가 있어서 안되는 수였습니다. 참고도가 살짝 잘못되었네요
즐벳|2019-02-05 오후 10:59: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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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수가 어떻게 생각이들까?어떻게 보일까? 하는생각에 놀라울뿐이군요..정말 유익하게 잘보고, 깊게 느꼇습니다..오르지는 못하고, 그저 감상할뿐이구나..라는것을 ..꾸벅~
삼소대첩|2019-02-05 오후 6:53:00|동감 0
동감 댓글
인공지능도 한계가 있군요.
하지만 지금은이라는 단서가 붙겠지요.
완벽은 없다손 치더라도 완벽쪽으로 다가갈 수 있는건 인공지능의 가능성일겁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인공지능은 바둑을 잘 두는게 아니다 계산을 잘하는거 뿐이다라고요.
그것도 맞는 말 같습니다.

일종의 학습도구로 활용해야지 인격화시켜 인간과 단순비교하면 안되는거 아닐까 싶군요.

가장 큰 이유는 바둑에 감정이 배제되어 있다는거죠.
실수도 바둑의 묘미인데 인간으로써 실수 감정으로 인한 그르침
혹은 평정의 수등 다양하지만 인공지능은 실수는 단순 계산착오일 뿐이겠지요.

누구는 스승님이라는등으로 인격화 호칭을 사용하길 주저하지 않는데
우리가 계산기보고 수학의 천재라고 인격화시키지는 않듯이
그러한 구분은 필요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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