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중국, 쇼소인 보물 바둑판 '백제 제작' 인정할까?

'목화자단기국(모쿠가시탄노키쿄쿠, 木畵紫檀碁局)은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이 일본 쇼무천황에게 선물한 것이다.' - 여기까지는 모두가 동의한다. 한반도를 통해서 일본에 갔다는 것 말이다.

1400년이 된 '목화자단기국'은 바둑판인 목화자단기국과 바둑돌인 홍감아발루기자(紅紺牙撥鏤碁子), 바둑통인 은평탈합자(銀枰脫合子)를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 유물들은 모두 일본 왕실의 보물을 보관 하는 쇼소인(正倉院, 일본 도다이지<東大寺> 사찰 일각에 있는 일본 왕실의 유물 창고)에 있다.

이 바둑판의 특징은 아름답고 정교한 고대의 예술품이라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고대의 바둑판에 대한 한중일의 시각이 서로 다른 것은 이 예술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 바둑판이 순수히 백제왕조에서 제작한 것으로 해상무역국가인 백제가 여러나라에서 원재료를 구해와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본이나 중국은 한국에서 나지 않는 재료를 사용했다는 데서 한반도 제작설을 부정한다. 일본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간 것은 맞지만, 여러 나라에서 제작된 것들이 한반도를 경유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중국은 이 아름다운 바둑판이 중국 당나라 시대에 중국 땅에서 제작되어 백제를 경유해 일본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 [링크1] 일본 왕실 바둑판 ‘목화자단기국’ 미스터리- 박치문, 중앙일보

한국바둑계는 바둑서지학자 안영이 선생의 학설을 정설로 받아들인다. 안영이 선생은 '이 바둑판은 백제에서 제작한 것으로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로 준 것이며 바둑판의 화점 17개가 그려진 것이 그 증거다. 순장 바둑이기 때문에 흑백의 바둑돌인 '홍아'와 '감아'의 수가 180개가 아닌 150개인 것'이라 라고 그의 저서 『다시 쓰는 한국바둑사, (한국기원 발행)』에서 주장한다. 순장바둑은 화점에 미리 포진을 하기 때문에 바둑돌이 보통의 180개보다 적게 필요하다는 것.

안영이 선생은 '고묘 황후가 만든 일본 황실의 진보장(珍寶帳)을 찾아내 목화자단기국과 홍아, 감아 등이 한 세트로 백제 의자왕으로부터 일본 황실에 전해진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일본서기에서 ‘백제로부터 낙타가 왔다’는 구절을 찾아내 백제가 무역을 통해 낙타를 소유하고 있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 (중앙일보 박치문 기자 기사 인용)'

반론도 있다. 순장바둑은 조선시대에 유행하던 것이며, 목화자단기국은 의자왕이 보낸 품목들의 공식기록 뒤 17번째에 따로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 꼭 백제 의자왕이 보낸 것으로 보기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들이다.

○● [링크2]바둑판 '목화자단기국' 백제서 제작했을까 - 유명인사 주장에 청주 바둑사학자 문제제기 (충북일보) ☜

그럼 목화자단기국을 살펴보자. 목화자단기국은 한 변이 49cm, 높이 약13cm, 표면은 한국에서 나지 않는 스리랑카산 자단나무를 소재로 썼다. 상아로 줄을 긋고 한국에 없는 낙타의 그림이 장식으로 그려져 있는 것도 특이하다.

바둑판 한쪽 앞에는 거북이를 본 뜬 서랍이 있고, 상대편에는 자라를 본 뜬 서랍이 있다. 한쪽을 꺼내면 반대쪽도 저절로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 바둑돌인 홍감아발루기자(새무늬)와 바둑통인 은평탈합자, 석영과 사문석으로 만든 흑기자(흑돌) 백기자(백돌)도 있다.

바둑판과 한 셋트를 이루고 있는 홍아, 감아 바둑돌(상아소재)과 바둑통 은평탈합자(코끼리 문양) 또한 미술품에 안목이 없는 일반인의 눈에도 국보급의 문화재임을 직감케한다.

2008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일본 쇼소인 특별전을 다녀온 다음 ' 기발한 발상의 디자인에서 백제공예의 난숙함이 유감없이 드러난다'고 평가했었다.

발루(撥鏤)기법은 바둑돌에 , 평탈(枰脫)기법은 바둑통에 씌였다. 상아 바둑돌에 홍색과 감색을 칠하고 발루기법으로 꼬린 긴새를 장식했으며 바둑통에는 은으로 코끼리를 장식하는데 평탈기법을 썼다.

한국에서 나지 않는 원재료를 가져다 만든 이 바둑판 세트의 기원은 한중일 삼국의 뜨거운 미스터리였다. 낙타와 코끼리, 이슬람 특유의 문양, 거기에 추가해 한국 바둑에서만 쓰이는 화점의 사용은 언제나 그 기원에 관한 한중일 삼국의 논쟁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 바둑판 소재로 한국산 소나무 사용 밝혀져

최근 한 가지 중요한 증거가 일본에서 밝혀졌다. 지금까지의 추론과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만큼 강력한 증거다. 5월 9일 일본 교도통신은 '목화자단기국이 한반도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목화자단기국 본체에, 한국에서 목간이나 공예품에 자주 쓰이는 (조선반도의) 소나무 재료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사실이라면 이것은 쇼소인의 여러 보물 중 유일한 사례다.' 이 사실은 일본 궁내청 쇼소인 사무소가 조사했다.

교도통신은 '서랍의 내부에 송진과 같은 물질이 스며 나온 점, 안이 텅빈구조인데도 중량이 4Kg으로 무거운 점도 소나무의 특징과 일치한다'고 썼다.

교도통신은 쇼소인 사무소 니시카와 아키히코 보존과학실장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쳤다. -“질이 좋은 것은 중국제라고 여기기 쉬우나 외양만에 의존한 제작지역 판단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없는 문양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 [링크3] 日쇼소인 보물 바둑판, 조선반도 유래 가능성 ☜ (교도통신)

그렇다면 백제는 이런 목화자단기국을 왜 일본에 보냈을까? 한 눈에 보기에도 국보급임이 분명한 이런 보물을 말이다.

한가지 단서는 당시의 국제적 역학관계다. KBS는 지난 2002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목화자단기국과 같은 보물은 신라와 한강 유역의 영토를 다투던 백제가 해양세력인 왜(倭)에게 선물한 것으로 일종의 정치 외교적 행위'라는 평가로 삼국시대 말기의 정황을 설명한 바 있다. 백제 의자왕은 즉위 12년째인 652년 동북아 최대의 정치 군사세력인 당나라와 관계를 청산하고 고구려, 일본과 연합해 신라를 압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