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전 첫판에서 진 딥젠고가 이번에는 이겼다.

상대는 박정환 9단이었다. 딥젠고는 올 봄 은퇴를 앞두고 고별전 3판을 치르고 있다. ‘전왕전파이널’은 그동안 패배를 안겼던 한ㆍ중ㆍ일 대표 기사들과의 리벤지 매치다.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성전파이널 1국에서 중국 미위팅(羋昱廷) 9단에게 불계로 진 딥젠고는 4월1일 서울에서 치러진 2국에서 서울 대국에서 박정환 9단을 169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딥젠고는 지난해 3월 제1회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박정환에게 진 바 있다. 설욕에 성공한 딥젠고의 개발자 가토 히데키 씨는 “미위팅 9단을 맞아선 지난해 12월 버전(가장 근래 버전)을 사용했는데, 이번 박정환 9단과의 대국엔 그 이전 버전을 사용했다. 보다 안정적인 버전이다. 미위팅 9단과 대국했을 때 나타났던 약점도 조금 개선했다. 만약 이 버전으로 미위팅 9단과 뒀다면 그 바둑도 이겼을 것이다”고 했다.



대국 내용에 관해선 “승률평가치가 꾸준히 비슷한 형세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박정환 9단의 실수가 나오면서 딥젠고의 승리 확률이 올라갔다”고 했다. 또 “딥젠고가 세계 최정상 프로기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 딥젠고프로젝트는 종료되고 드왕고 社가 떠나지만 딥젠고 엔진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국 후 박정환 9단은 “초반부터 밀려 힘도 못쓰고 패해서 아쉬웠지만 딥젠고와 재대국을 할 수 있게 돼 기쁘고 영광스러웠다”는 대국 소감을 남겼다. 이어 “그동안 딥젠고에게 많이 배워 올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딥젠고를 비롯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기사들이 많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국은 2016년 바둑전왕전 특별대국 3번기에서 2패를 안긴 일본 대표 조치훈 9단과의 대결로 4월 7일 일본기원에서 펼쳐진다.

딥젠고는 기존 바둑프로그램 젠(Zen)을 기반으로 일본 소프트웨어 기업 ㈜드왕고(dwango)와 일본 도쿄대학, 일본기원의 협력으로 2016년 3월 탄생했다. 딥젠고는 이번 바둑전왕전 파이널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드왕고가 주최한 ‘바둑전왕전 파이널’은 일본 바둑룰을 따르며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졌다. 승리 시 5,000만원, 패배 시 2,000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