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9단과 오정아 3단의 결혼 발표가 바둑 동네에서 핫(Hot)하다.

바둑계 대표 커플 이영구&오정아가 6년간의 교제 끝에 오는 11월 3일 결혼한다.

지금까지 김영삼-현미진, 이상훈-하호정, 박병규-김은선, 최철한-윤지희, 윤재웅-김세실, 김지훈-김혜림 등 총 여섯 쌍의 프로커플이 있었다.

이영구는 2001년 입단해 2011년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우승을 했고, 현재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다. 때마침 바둑리그 SK엔크린 팀에서 전반기에 7승 무패로 활약하면서 '예비신부 오정아에게 다승왕 타이틀을 선물로 주고 싶다'는 인터뷰를 해 팬들의 닭살을 총집결시켰다. 거침없이 성적이 치솟는 이영구를 보고 사람들은 이게 바로 ‘파워 오브 러브’ 라고들 했다.

오정아 역시 여자바둑계에서 존재감 넘치는 기사다. 2011년 입단해 2015년 황룡사쌍등배에서 5연승을 했고, 2016년 천태산배와 여류국수전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커플은 최근 연애 사실을 밝히고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지만 두 사람이 전에는 좀처럼 둘 사이를 밝히기 꺼려해 연애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맺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만 한 오로는 스케줄이 바쁜 이영구&오정아 커플을 여러 번의 섭외 끝에 만날 수 있었다.



- 언제 처음 만났나요?
(오정아) 처음 본 건 2011년에 장수영 바둑도장에서였어요. 그땐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어느 날 가는 방향이 같아서 지하철을 같이 타게 됐어요. 그 때 기숙사 생활 얘기 도장 다니는 얘기 중국 시합 얘기 등 일상 얘기를 하면서 친해지게 됐습니다.

-지하철에서 호감이 생긴 건가요?
(오정아) 지하철에서 얘기를 나누며 친해진 이후에 번호 교환을 하고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호감이 생겼어요.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이 있었나요?
(오정아) 첫 인상은 장난이 많고 건방져 보여서(!) 별로였는데 지하철에서 친해진 이후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면을 보게 됐어요. 솔직하고 자상하더라고요. 그런 점이 좋았어요. 그 당시엔 유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고(웃음).. 의외인 모습이 많았죠.
사실 처음엔 바둑을 잘 둬서 동경했어요. 그래서 연락하고 만나면서도 '내가 이영구 사범님과 연락을 하다니? 대화를!...' 이랬어요. 신기했죠. 저는 그렇게 시작했어요.

(이영구) 저랑 다르게(^^) 순수하고 착해서 호감이 생겼어요. 근데 저 원래 사람들한테 자상해요(억울).

-오랫동안 두 분은 사이를 밝히기 꺼려했는데 왜 그랬나요?
(이영구) 나이 차이도 어느 정도 나고 서로의 위치가 많리 달라서 서로 밝히기 꺼렸어요.
(오정아) 저는 그때 입단 새내기였고 영구 오빤 바둑계에 이름이 많이 알려졌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나저나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지 정했나요?
(이영구&오정아) 바둑리그가 겹칠 가능성이 있어서 딱 정하지 못했는데, 유럽에 가고 싶어요.

-결혼 날짜를 11월 3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이영구&오정아) 둘다 바쁘지 않을 때고 날씨도 좋을 것 같아서 그때로 정했어요. 큰 의미는 없어요.

- 크게 싸우거나 위기가 찾아온 적이 있나요?
(오정아) '처음 1년은 안맞는 부분이 많아 싸움이 잦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나중엔 잘 맞더라구요. 위기가 있었다면, 재작년에 권태기가 왔다는 거... 한달 동안 만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는 동안 영구오빠의 소중함을 느끼고 이 사람만큼 좋은 사람이 없다는걸 깨달아서 지금까지 잘 만날 수 있었죠. 제가 시간을 가지자고 말을 꺼냈을 때 영구오빠가 되게 충격받은 것 같았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티가 났다고 생각하는데 눈치가 없나봐요(웃음).'

(이영구) '정아가 시간을 가지자고 말하면서 엄청 우는데 황당했어요. 이럴 거면 왜 시간을 갖자고 한건지.. 그땐 그랬죠.'

- 2세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바둑을 시킬 의향이 있나요?
(오정아) '결혼을 앞두니까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남일 같지 않고 되게 와닿는 문제였고,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정확히 언제 가질진 모르겠고 제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가질 생각이에요. 영구 오빠가 나이가 있어서 잘 타협 해야 할 부분인 거 같아요. 바둑은 가르쳐는 볼 거에요. 특히 여아면 더. 애가 좋아하며 계속 시키는데 흥미가 없으면 시키지 않으려고요.'



- 최철한 윤지희 부부를 제외한 다른 프로 부부들은 페어 대회에 남편과 부인이 같이 출전을 하지 않던데 짝을 이뤄 출전할 생각 있나요?
(이영구&오정아) '네. 저번에도 같이 출전하기도 했고.. 계속 같이 출전하려고 하고 있어요.'

-프로기사라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요, 좋은 점과 별로인 점은 무엇일까요?
(이영구&오정아) '공감대가 있어 서로 이해도 잘 되고 얘기해도 잘 통하는 것 같아요.
둘다 바둑이라는 한 세계에 있으니까 너무 한정된 것은 좀 별로인 점 같아요. 그래도 함께 바둑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큰 축복인 것 같아요.



오정아 이영구는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께 감사하고 기사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결혼식은 11월 3일 마곡나루 보타닉파크웨딩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