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윤리위원회 보고서를 폐기하고 공정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기사들의 서명이 8월28일 오후1시 현재 164명에 이르렀다.

전례 없는 프로기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사이버오로는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승준 9단을 인터뷰해(8월24일자 보도, 아래 관련기사 링크 참조) 배경과 취지에 대해 들어본 바 있다. 김9단은 이후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한 재조사가 이뤄지고 지금과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공연히 바둑계 에너지를 소모하고 분란을 일으킨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에서 ‘조건부 기사직 은퇴’를 공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기원 집행부에 결연한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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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8월28일 오전 한국기원은 홈페이지 기사메뉴를 통해 소속 기사들에게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윤리위원회 보고서 폐기 및 재조사 요청 서명운동에 관한 건]

▫ 본원은 ‘윤리위원회 보고서 폐기 및 재조사 요청 서명운동’에 관한 목적과 절차에 대한 입장을 요청 드립니다.

▫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계신 전문기사 분들께서는 윤리위원회 보고서 폐기와 이에 따른 재조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원은 어떠한 방식의 재조사를 원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밝혀 주신다면, 수용 가능 여부를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최종 결정은 이사회에서 하게 됩니다.

▫ 우선 본원이 생각할 수 있는 재조사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김성룡 九단과 디아나 코세기 初단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전면 재조사하는 방안
☞ 이 경우에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기 때문에 이미 결정된 ‘김성룡 九단 제명’이라는 결과까지도 일단 무효로 하여 진행하는 방안이 됩니다.

2. 김성룡 九단 제명의 결과는 유지하고 재조사만 시행하는 방안
☞ 김성룡 九단 제명의 결과를 유지한 상태에서 재조사를 시행하는 것은 소속 기사가 아닌 사람을 상대로 본원이 조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디아나만을 상대로 재조사를 하는 방안이 됩니다.

3. 1번과 2번의 방법이 아닌 다른 새로운 방법
☞ 위와 같은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준다면, 수용 가능 여부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에 김승준 9단이 사견임을 전제로 기사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김승준입니다.
먼저 재조사 요구에 서명해주신 선후배 동료 기사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제가 대표로 기원의 입장문에 답을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제가 우리의 생각을 먼저 적어보겠습니다. 댓글로 수정할 부분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서명을 요구한 프로기사들의 입장 초안(확정본 아님)]
프로기사들의 재조사 요구의 전제조건은 기존의 자료로만......추가 조사는 없다,입니다.

1-별도의 추가조사 없이 기존의 144페이지 자료를 그대로 새로운 위원회에 의뢰를 맡긴다.
2-재조사 요구 수용여부 결정도 2주 안에, 조사기간도 2주 안에 처리하길 바랍니다.
3-위원회 구성은 기원과 서명운동측이 인정하는 제3의 기구나 인물로 한다.
4-위원과 보고서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양측의 입장문을 보고 우선 한국기원에 한가지 물었다.

(기자) 오늘 기원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를 보면 '우선 본원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재조사 방법을 두가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 '3번, 기타 제안'을 할 경우라면 검토한 후 수용을 적극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공지대로라면, 기원은 서명기사들이 1번이나 2번 중 하나를 선택할 경우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비친 것으로 봐도 무방한데, 이렇게 기사화해도 될는지요? 기원의 정확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기원) 공지문에 “본원은 어떠한 방식의 재조사를 원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밝혀 주신다면, 수용가능 여부를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최종 결정은 이사회에서 하게 됩니다”라고 썼으니 공지한 대로 해석하면 된다.

예상은 했지만, 답변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투의 반응이 돌아왔다. 3번 공지문에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면”이라고 단서를 달았기에 이외 기원이 제시한 1,2번을 택할 경우라면 그대로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비친 걸로 이해했는데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수용할지 말지를 차후 이사회에서 결정하겠다”고만 얘기했다.

김승준 9단은 재차 “개인적 의견임”을 밝히면서 “기원이 제시한 1번은 재조사를 하지 말자는 얘기이니 거론할 필요조차 없고, 2번도 피해자를 또 힘들게 만들겠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잠적한 김성룡이 조사에 응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현재 전체기사의 과반에 이르는 164명의 기사가 서명에 동참한 이유는 기존의 윤리위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왜곡된 내용이 많으니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기왕 힘들게 양쪽의 진술을 듣고 조사한 방대한 분량(144쪽)의 기초자료가 있다고 기원 사무국이 밝혔다. 그렇다면 달리 더 조사할 것도 없이 제3의 조사위를 선정하고 이 자료를 맡겨 공명한 판단을 내려보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