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총재를 생각해 본다
[칼럼]
  • 자객행|2018-10-10 오후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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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

사이버오로 회원 자객행 님이 11일 한국기원 앞에서 열릴 2차 팬 시위에 참가하기에 앞서 기고한 칼럼입니다. 최근 오로광장에 올린 글을 다시 가다듬어 보내온 것임을 서두에 밝혀달라 부탁했습니다.


리더란 무릇 염치가 있어야한다

10월2일 한국기원 이사회는 아무 내용 없이 끝났다. 지난 반년을 들끓었던 디아나건도 223명의 전문기사들의 요구도 뒤늦게 촉발된 사이버오로 갑질건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무덤덤하게 거뜬히 넘어갔다.

나는 이사회에서 이사회 안건을 협의하기 전에 최소한 총재가 모두발언을 통해 바둑계에 발생한 이 불미스런 사건에 대해 사과는 아니더라도 유감표명 정도는 기대했으나 그 기대가 헛된 것이었음에 입맛이 썼다.

사진으로 공개된 이사회의 모습과 참석자 면면을 보면서 나는 오래전에 읽었던 '십과(十過)'의 한 장이 떠올린다. '십과'는 '한비자(韓非子)'의 열 번째 장으로 지도자의 도리와 책임 등을 논하는 내용이다. 내가 떠올린 페이지는 황제의 출전 장면이다.

<코끼리가 수레를 끌고 좌우로 여섯 마리의 이무기가 호위를 하며 학의 몸에 얼굴이 사람인 신조(神鳥)가 마부를 돕고 신수(神獸) 치우(蚩尤)가 앞장을 선다. 바람의 신 풍백이 길을 쓸고 비의 신 우사(雨師)가 길에 물을 뿌리며 나아갑니다. 늑대와 호랑이가 길을 가득 메우고 날개달린 뱀은 땅을 기며 상스러운 새들이 하늘을 덥습니다.>

한비자는 백년 이래 '양계초' '고힐강' 용조조' 등 저명 문헌학자들이 심층적으로 연구한 바, 고대에 역사철학의 기초적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 위인답게 황제의 출전 모습이 장엄하다. 이번 한국기원 이사회의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전직 검찰총장에 유수 기업의 오너에 현직 검사 거기에 바둑의 전설 돌부처는 물론 세계최고의 공격수까지 전설상의 황제 출전에 못지 않다.

▲ 10월2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기원 이사회. 이날 바둑계 미투와 관련해 프로기사 223명이 연대서명으로 요청한 ‘윤리위원회 보고서의 재작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석현 총재의 바둑계 입성은 기대가 컸다. 그가 부임한 후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하던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입성시키는 수완은 힘이 있는 그였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그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전폐되다시피한 각종 기전은 그렇다 해도 협조단체인 대한바둑협회와의 갈등과 바둑방송의 파행적 운영, 미투사건의 갈짓자 걸음과 함께 등장한 사이버오로에 대한 갑질 등은 충격적이다.

특히 원로기사 노영하의 성토로 등장한 여자기사에 대한 하대나 진행자 등에 대한 성폭력적 발언은 경영에서 과와 실의 균형점을 무너뜨린 결과만이 아니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단체의 도덕성을 손상시키고 말았다.

모름지기 리더는 리더다워야 한다. 하다못해 뒷골목 세계의 두목도 예의와 배려에 신경을 쓴다. 한비자는 한밤중 군대를 이끌고 진군하던 장수가 길가에 나와 두 다리로 서서 우는 개구리떼를 보고 군례를 올리는 모습을 기록한다. 군마의 소동에 놀란 개구리떼에게 미안함과 예의를 표하는 재치다. (於怒蛙留且轉之況民努矣)

이 대목에서 황제의 진군을 장식한 면면과 이번 이사회의 면면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의 상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군마에 놀란 한갓 미물에게도 미안함을 표시하는 고대의 장수의 자세와 바둑팬들의 거센 성토를 오불관언으로 대하는 저 자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홍석현 총재의 자전적 책을 읽은 바 있다. 태어나 보니 재벌가요 친일가란 족쇄가 채워진 삶에 고민하고 한편으로는 문화와 통섭을 외치며 나름의 애국관을 펼치는 내용이 (대필 의심을 살만한 세련된 필체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한다.

나는 이번 바둑계 미투사건을 보며 한비자의 주구사서 구맹주산(酒狗社鼠狗猛酒酸)에 무릎을 친다. 조상의 사당(祠堂)을 쥐새끼로 인해 불태울 수 없고 아무리 술을 잘 담그는 주막도 사나운 개를 키우면 망한다는 의미다. 한비자는 다시 말한다. 만족함을 알면 수치를 면하고 멈출 줄 알면 낭패를 면한다(知是不辱之止不殆)는 것이다.

한국바둑 역사상, 세계바둑 역사상 팬들이 자발적으로 협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앞서 전문기사 223명이 연대서명을 사무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때나 이때나 사무국을 책임진 사람은 자리를 비워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 일간지에서는 “일부 인사들의 개인적인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게 기원 방침”이라며 한국기원이 취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집안(바둑계와 팬들)에게 묵묵부답, 오불관언으로 일관한 지 오래이고 사태가 불거진 이 국면에서조차 집밖 기자에게 취재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그저 말문이 막힌다.

한낫 미물인 개구리떼에게도 군례를 올리는 모습은 기대조차 않는다. 사태가 이 지경에 처했는데도 뒤에 숨어 “일부 인사들의 개인적인 주장일 뿐”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인식이 애처로울 따름이다. 첫날 고작 11명에 불과한 시위인원을 보고 그리 판단했다면, 시위대가 구름처럼 몰릴 때라야 비로소 사태파악이 가능할 작자들인가. 한명이고 열명이고 백명이고 천명이고 인원이 뭐 그리 중요한가. 지금 중요한 것은 왜 백발성성한 객들이 기원 앞까지 몰려오게 되었는지, 당당하다면 멱살을 잡히고 계란세례를 받는 한이 있다한들 직접 들어주는 게 집주인의 자세 아닌가. 하긴 자기 소속기사 223명의 요구도 무시하고 있는 이들이고 보면 그 어떤 말인들 들리랴.

윗사람을 낭패로 빠트리는 사람이나 아랫사람을 사서구맹으로 키운 사람이나 안목은 같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까.

바둑팬들은 11일(목요일) 오전11시 한국기원 앞 2차시위를 예고했다. 이날 유창혁 사무총장은 오후4시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한국기원관련 보도에 관한 입장표명 및 질의응답'을 갖겠다고 바둑기자단 소속 기자들에게 문자로 알렸다. 이전에 오전11시부터 시위에 나서는 바둑팬들에겐 과연 한마디 입장이라도 표명할지 주목된다.


▲ 2차 팬 시위는 이 글을 쓴 자객행 님을 비롯해 지방에서 올라오겠다고 뜻을 밝힌 이들이 있어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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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행|2018-10-12 오후 4:5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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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댓글 감사합니다. 이 말 한 말씀만 더 드립니다.
--나라의 치욕을 떠맡는 자 그가 바로 사직을 지키는 사람이다.
지금 한국기원의 리더들은 이 말을 새겨 들을 때입니다.
얌전해|2018-10-11 오후 8:36: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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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말이 필요없다. 총재 부총재 사무총장은 한덩어리다 모두 총재의 지시에 의해서 움직이므로 총재를 내쫓지 않으면 해결방법은 없다. 프로기사들 모두 바둑판을 들고 촛불처럼 거리를 나서라. 그리고 이들의 갑질을 국민에게 알려서 힘을 얻어라.
서민생활|2018-10-11 오후 8:23: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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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둑팬을 화나게 만든 것은
지난 디아나 사건을 처리하여 발표한 결정문을 읽고 분노한 것이다.
한국기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우리 바둑 팬들은 전혀 모르고 있고 그리고 관심도 없다

한국기원도 하나의 비영리 법인단체이기 때문에
경영 전문가가 경영을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다.
전분 기사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나
어릴 때부터 바둑에 전념을 하여왔기 때문에
한국기원이라는 꽤 큰 단체를 운영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일 것이다.

삼성 출신이라면 조직 관리에는 상당한 수준의 훈련을 받았을 것이고
홍회장이 발탁했다면 그 능력 또한 검증된 인물일 것이다.
홍회장이 바둑TV가 무슨 돈이 될 것이라고 탐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홍회장에게는 한국기원 총재라는 것이 명예이지,
무슨 이권을 탐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라고 믿는다.

한국기원이 사이버오로 같은 인터넷 매체를 합병 할려구 했는데
사이버오로의 반대로 합병이 실패해서 사이버오로를 엿먹인다는 것은
홍회장은 이런정도로 치사한 적은 일을 꾸밀 인물은 아니다.


바둑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바둑의 비데오 방송과 인터넷 매체가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필요 충분 조건이다..
바둑의 미래를 위해서는 바둑TV와 사이버오로가 합쳐서 활동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한국바둑의 총 본산인 한국기원가 마둑tv와 사이버오로의 협력을 통해서 바둑 활성화의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옳은 방향 설정이다. 바둑TV와 시버 오로 이 두조직
이 합쳐지면, 사이버오로의 현 경영진들은 소위 을의 입장이 되니 좀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한국바둑이 발전하면 사이버오로의 현 직원들 경영진에게 혜택이 돌아
간다고 본다.

유창혁 사무총장의 말에 따르면 홍석현 총재팀이 지금 구상하는 것처럼 마둑TV를 한국기원
에서 때어 내어서 영리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바둑발전에 도움이 돌 것이라는 구상이라고
한다. 참으로 옳은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풍파|2018-10-11 오후 3:58: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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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송필호 곱게 물러 나지 못하고 망신에 이름에 먹칠하고 아주 불명예 스럽게 나가겠구만
세상사람들이 하는말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단 말이 있지 잘 새겨 들어라 해당 관계자들아.
瀛州一棋|2018-10-11 오전 9:05:00|동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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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정정 해 드립니다.
바둑이 전국체전에 시범 종목으로 참여 한것은 2003년 84회 부터이며 장소는 전북부안 이었습니다
그당시 부안 에서는 군수님이 방패장 건설 수용으로 난장판 이였습니다
바둑 경기장 이였던 체육관을 시위대가 둘러싸고 새총으로 젓갈을 비닐 봉지에 싸서서 날리고 논에서 참새쫒는 폭음총도 사용 하더군요
2016년 97회 부터 정식종목 으로 되였는데 제가 알기로는 세종시 까지 17개 시도별 체육회에 정식 단체로 등록된 지역 바둑협회가 일정수 미달 이였다가 이요건이 해결 되면서 정식종목으로 2015년 대한체육회 이사회릍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석현이 무슨 역활를 했는지는 알지 몿합니다.
reply 2129ALO2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는 잔칫상에 어마 뜨거워라 웬 떡이니..? 하구선 얼른 젓가락 하나 올려놨을 듯...
2018-10-11 오후 12:47:00
내거판매만|2018-10-11 오전 7:59:00|동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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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위인을 정부요직에 안처놧으면 이나라 갑질 저위인 먼저햇을것
유창혁도 정신차려라
reply younggest 글쓴이 삭제
이현상가5F|2018-10-10 오후 10:07:00|동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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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네랑 처신하는게 너무나 닮았구나
쫒겨나 죽는 그날까지 버텨보겠다니 .. 저능아 라고 만천하에 알리는 꼴 기원말고 이름같은 당에가서 총재하소
fruc온달|2018-10-10 오후 9:34:00|동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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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이 뚜럿한 사람이 운영했드라면 바둑 잡지나 바둑방송 등등 (바둑의 풍속과 관련해서) 아주 재미있게, 또, 아무 걱정없이 국민적 지지로 발전하였을 것이다.
허나 지금 방송을 보나 잡지를 보나 옛날 주먹 구구식으로 운영하니 누가 바둑 방송을 보면, 누가 바둑 잡지를 애용할까? 에구 한시름과 걱정만 난다. 이따위로 운영하면서 무슨 바둑 풍류를 먹여살리겠다고.... 쯧, 쯧.... 그저 다른 권세가에게 손을 내밀어 구걸하는 것 밖에 모르구먼..... 그래서 분위기가 풍지박살 되여도 바둑 애용자는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꿍꿍 대고.... 하지야 밥줄이 끊어지면 큰 소리 친 것도 후회하게 될 것을.... 그러니 그냥, 저들 권세가들 욕심대로 바둑을 이용하는 것 뿐이여. 참 한심하다. 원....
+++
참고, 성약성서 32(♠)29.
사람은 한계라고 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의식을 확대시키고 지식과 논리를 구하고 발견하여
그로부터 지혜를 배워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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