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나들이]는 공개된 바둑 인공지능(릴라제로, 미니고, 엘프오픈고 등)을 활용해 대국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AI가 모든 국면의 정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반상에서 나타나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별보다 많아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I의 수준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AI가 제공하는 참고도의 수준은 아주 높아서 전 세계 어떤 정상급 프로기사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AI의 바둑 분석을 살피는 작업은 사람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할 수 있으며, 고수의 의견을 듣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AI나들이]의 내용은 프로기사의 의견을 참조하고 있으며 10만~100만 사이의 비지트(visit)로 충분한 연산을 거쳐 제시한 참고도를 보여줍니다.
난해하고도 난해했던 LG배 결승1국(신진서-박정환).
승부처도 아니고 주목할 만한 대목도 아닌 곳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프로기사라면 누구라도 결정짓지 않고 보류할 장면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결정하겠다고 했다. 세계챔피언 인공지능인 절예, 골락시와 더불어 공개된 다수의 프로그램(릴라제로, 미니고, 엘프오픈고, 카타고)이 한결같이 결정하겠다고 하니 의문이 들었다.
AI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래서 AI의 생각을 따라가 봤다.
제24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결승3번기 1국
●박정환 ○신진서
236수 백불계승
▼ [그림1] 우상귀에서 처음 등장하는 난해한 접전이 마무리되던 시점. 신진서는 백1에 붙여 자신의 돌을 안정시켰다. 그러곤 백3으로 단수를 쳐서 넘어갔는데 박정환이 손을 빼어 흑4로 향했다.
▼ [그림2] 만약 흑1로 잇는다면 3까지 마저 두어야 하고 백2로 나가게 해준 뒤 6까지는 필연적인 진행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흑은 중앙에 두터움을 쌓고 백은 우변에서 다소간의 실리를 차지하는 흐름이다. AI들은 흑이 바로 지금처럼 두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 그림을 본다.
▼ [그림3] 흑1처럼 손을 빼고 보류해두었다가 나중에 우변이 더 중요한 날이 오면 흑A의 곳에 단수치는 편이 나을 수 있어서다. AI의 생각을 도통 모르겠다.
▼ [그림4] 심지어 AI는 흑이 1로 손을 돌렸을 때 백2로 따내라고 한다. 이 부근을 두텁게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자칫 발이 느리다고 볼 수도 있다(실전에서 백은 A자리에 두었다.)
그렇다면 AI는 2의 곳을 흑이 잇거나, 역으로 백이 따내거나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겠다.
AI가 그렇다고 하여 박정환이 손을 빼어 둔 흑1이 아주 문제가 있다라거나 하지는 않는다. 여튼 AI의 관심이 잇느냐 따내느냐에 가 있는 건 사실이다.
▼ [그림5] AI가 따내는 자리를 자신있게 추천하는 마당이니 그 이후의 수읽기를 따라가 본다.
우선 응수로서 흑1은 무거운 것 같다. 2로 가격한 백이 활발해 보인다.
▼ [그림6] 흑은 오른쪽을 가볍게 보고 중앙 쪽을 향해 흑1로 두게 될 것이다.
▼ [그림7] 그럼 우선 백은 한 템포 숨을 돌려서 좌하 백1로 받아둘 공산이 크고 흑은 힘이 모인 상변에 투자하려고 2의 곳에 둘 것이다.
AI의 다음 작전이 궁금하다.
AI의 경묘한 행마
▼ [그림8]
AI는 백1을 추천한다.
난감하다. 무슨 뜻일까.
▼ [그림9] 흑1로 작게 잡아달라는 뜻일 게다. 흑이 백세모 석점을 먹고 만족하는 것은 규모가 너무 작다. 백의 성공이다.
▼ [그림10] 그런 의미에서 백1의 밭전자 행마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좋은 자리다. 역시 흑2로 두어달라는 주문이다.
▼ [그림11] 백1의 눈목자도 같은 맥락이다. 흑2로 작게 잡아 달라는 것.
▼ [그림12] 앞서 세 가지 중 백1을 살펴볼 것이다.
백1은, 말하자면 이런 뜻으로 보인다.
'당장은 상변 백 석점을 가볍게 보겠다. 흑이 상변을 작게 차지하겠다고 하면 그걸로 만족하고 약간의 이득을 봤다고 여긴다. 그러나 상황을 보아 흑이 더 크게 상변을 가져가겠다는 태도로 나온다면 마음을 바꿔 상변 백을 다시 움직여 강경하게 맞설 수도 있다.'
▼ [그림13] 흑1로 두어 주문대로 둬준다면 다음은 상변에 2, 4로 활용을 해 둔 뒤 다시 숨을 고르겠다는 게 백의 작전이다. 이후 다시 17에 두어 흑이 상변 백을 크게 노리자고 오면 백은 18~20까지 빠르게 형태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 [그림14] 흑1로 흑진을 교란하겠다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이하 6까지 백은 안전하며, 앞서 백이 투자해둔 우변 두터움을 살릴 수 있게 됐다. 흑세모들이 엷다.
▼ [그림15] 도중 1로 잇는 것도 이하 백12까지면 백은 애초에 원하던 대로 오른쪽에 비축해 두었던 힘을 잘 발휘할 수 있다.
▼ [그림16] 흑이 작게 잡는 것은 별로 좋지 않았다. 흑이 작전을 바꿔 좌상귀를 덮어 씌워놓고 서서히 백 전체를 노려 온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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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놔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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