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놀음 깊은 맛 아쉬운 ‘10초 바둑’
신선놀음 깊은 맛 아쉬운 ‘10초 바둑’
[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언론보도]
  •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2020-05-20 오후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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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김회룡

출처: 중앙일보 [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신선놀음 깊은 맛 아쉬운 ‘10초 바둑’
○● [중앙일보] 기사 원문(5월 20일, 경제 7면) 보기 ☜ 클릭


■ 장고파 조치훈도 초속기 대국
■ 디지털 시대 감각적 승부가 대세


인터넷 바둑은 ‘10초 1회’가 대세다. 한 수 둘 때 10초의 시간을 주고 단 한 번만 넘겨도 패배한다는 숨 가쁜 조건이다. 수많은 프로기사와 아마 고수, 프로지망생들이 거의 모두 이같은 10초 1회의 초속기로 대국한다. 생각 시간 10초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이 찰나의 시간에 싸울 것이냐, 물러설 것이냐를 결정한다. 공격과 수비, 실리와 세력, 전략의 강온을 결정하고 곧장 행동에 돌입한다. 생각보다는 감각, 감각보다는 무의식, 무의식보다는 행동이 앞선다. 바둑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바둑 하면 떠오르는 게 ‘신선놀음’이었다. 나무꾼이 산에 들어갔다가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넋 놓고 구경했다. 해가 저물어 일어서니 들고 있던 도끼자루가 썩어있었고 동네에 가보니 어느덧 200년이 흘렀더라는 그 얘기. 난가(爛柯:썩은 도끼자루)가 바둑의 별칭이 된 사연이다. 이로부터 바둑은 줄곧 시간의 적이었고 시간을 잡아먹는 대명사로 꼽혔다. 하지만 오늘날은 바둑 하면 ‘초읽기’가 떠오른다. 초읽기에 능한 것, 시간 연장책을 잘 사용하는 것도 바둑 기술의 일부가 됐다.

TV가 변화를 이끌었다. TV 중계를 위해 거의 모든 바둑대회가 차례로 속기로 변했다. 제한시간 5시간의 전통적인 신문 기전은 사라지고 10분+초읽기, 5분+초읽기, 1시간+초읽기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었다. 삼성화재배, LG배 등 세계대회는 2~3시간을 유지했다. 오늘날 일본의 8시간짜리 이틀 바둑을 제외하면 이들 세계대회가 가장 긴 장고 바둑이 됐다.

조치훈 9단은 ‘시간’과 가장 밀접한 기사다. 그는 소문난 장고파여서 8시간짜리 바둑에서도 100수 언저리면 초읽기에 몰리곤 했다. 신기한 것은 초읽기에 몰려도 나머지 200수 정도를 계속 잘 둔다는 것이다. 한 수에 3시간 넘게 장고한 기록도 많지만 TV 속기대회서도 곧잘 우승했다. 그런 조치훈이 한국 대회서는 시간패를 많이 당했다. 초시계를 누르는데 서툴러서였다.

조치훈은 유창혁 9단과의 결승전에서 머리의 땀이 판에 쏟아지는 바람에 이를 손수건으로 닦다가 시간패를 당한 일도 있다. 그런 조치훈도 인터넷에서 10초 바둑을 둔다.

프로기사들은 왜 10초 바둑을 좋아할까. 박영훈 9단은 “수읽기 연습에 좋다. 1, 2초 안에 노타임으로 두면서 감각을 익힌다. 승부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고 재미도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말한다.

김지석 9단처럼 인터넷 바둑을 두지 않는 기사도 있다. “집중이 안 돼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김지석도 연구실 훈련에선 10초 바둑을 자주 둔다. “10초 바둑은 위험하다”는 비난 목소리도 있다. 감각적이고 무리한 국면 운영이 몸에 배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속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에 밀린다는 항의도 있다. 중국리그는 1~2시간이 주류여서 세계대회에 대비하는 데 비해 한국리그는 너무 속기 일변도라는 비판이다. 옛날 바둑에 대한 향수는 가끔 속기 혐오로 나타난다. 결국 한국리그도 2시간, 1시간, 10분의 3종류 대국으로 바꿨다.

김지석 9단은 “한국이 밀리는 건 속기 탓이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한국 1위 신진서 9단, 중국 1위 커제 9단이 다 속기파다. 성적 좋은 기사 중 장고파는 드물다.”

사실 강자들은 속기든 장고 바둑이든 다 잘 둔다. 10초 바둑에서도 최강인 박정환 9단과 신진서 9단은 LG배 결승을 앞두고 “3시간짜리니까 진짜 승부를 해볼 수 있게 됐다”고 의미 있는 멘트를 던진 적이 있다.

비디오와 디지털 시대에 속기는 필연의 흐름이다. 그러나 속기는 바둑의 깊은 맛을 사라지게 한다. 승부가 몽땅 운처럼 보인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바둑의 과제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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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나리2|2020-05-23 오후 2:13: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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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치문 위원님 10 초 초속기에 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건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박치문의 검은돌, 힌돌의 글들은 나중에 한권의 책으로 엮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드래곤277|2020-05-21 오후 3:1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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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제일 중요한게 감각이다.감각이 먼저고 수읽기가 나중이지.
머든지 달인의 경지가 되면 감각이 생기는거다.
수읽기는 감각으로인한 실수를 교정하고 잡아주는 역할인거다.
중요도로 치면 감각이 80퍼섽트이상 수읽기는 20퍼센트의 중요도를 가지는거다.
감각없이 수읽기만으로는 절대로 고수의 경지에 못이른다.
reply 高句麗 수읽기 50 감각50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아니면 수읽기 40 감각60으로 치고 아무리 쳐
도 수읽기 30 감각70일 가능성도 조금은 있으나 수읽기 20 감각 80은 너무 했네요어쩌면
감각 65 수읽기 35정도로 잡으면 될지도 모르죠감각은 하나의 구상이나 계획이라고 친다
면 수읽기는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라 봅니다 즉 농사를 지으면 수확이 얼마인지 확인하
는 과정인거죠감각이 일하는 과정이라면 수읽기는 하나의 결실 즉 열매를 나타낸다고 보
는거 아닌지 수읽기 없는 감각은 결실이 없는 과정과 같은거죠
2020-05-23 오전 10:58:00
reply 高句麗 전 이렇게 봅니다 말이 3초 바둑이지 프로는 3초안에 10수 이상 수읽기가 가능합니다 3초
바둑이라고 해도 적어도 10수이상은 수읽기를 한다는 거죠만약에 프로들이 수읽기 1수 앞
도 읽지 않고 감각으로만 바둑을 둔다면 어느 한쪽은 5시간이나 이틀걸이 기준으로 둔다면
아무리 감각이 좋아도 같은 프로끼리도 9점이상 차이가 벌어질 것이고 저도 프로이길수
있다 봅니다 단수치면 따내야 하니 단수 된것을 따내는 과정을 1수앞을 보는거로 친다면
1수앞을 보는거 까지는 봐줘야 할거 같네요 그래도 같은 프로라도 9점이상은 벌어질 겁니

알파고와 프로의 차이도 첫째는 계산력이고 둘째가 수읽기라 봅니다
기계가 계산하려면 수없는 수읽기가 동반되니 계산은 수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프로와 알파고의 차이는 감각이 아니라 수읽기 차이에 의해
2점 세점 차이가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봅니다
수읽기 계산력 빼면 잘해야 정선차이겠죠 그남큼 수읽기 계산력이 중요하다는 거죠
2020-05-23 오전 12:52:00
올드캡틴|2020-05-21 오후 1:34: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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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한국기우너 대가리들 수준하고는???
그대는천사|2020-05-21 오전 11:58: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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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바둑은 나에겐 쥐약.정신없고 어렵더리구요. 50대라면 몰라도 매우 힘들어요, 젊은 층은 해봐도 좋을듯..
빈지수|2020-05-21 오전 11:31: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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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가 속기보다 실력향상에 도움 되는것은 상식 아닌가요? 깊은 수읽기 훈련이 곧 실력향상이고, 그렇게 실력이 향상된 사람이 속기도 잘 두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꺼꾸로 말하며 합리화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개인적으로 각자 1시간 30분 내외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高句麗|2020-05-21 오전 10:5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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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연습도 조금은 필요하다 봅니다
그러나 속기보다는 장고바둑을 연습해야 실력이 는다고 봅니다
高句麗|2020-05-21 오전 10:51: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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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둑 고수는 속기도 잘두고 장고도 잘두는거 사실입니다
속기는 잘두는데 장고는
못두는 고수또는 장고는 잘두는데 속기는 못두는 고수는 한명도 없읍니다
다만 고수
던 하수던 바둑을 늘려면 속기보다는 장고가 더 유 리하다 이렇게 보면 된다 봅
니다<
br>공부로 치면 한시간 공부한 사람보다 두시간 공부한 사람이 더 나은것과 같은 거죠
DuTum|2020-05-20 오후 6:49: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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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호에는 월간바둑 50주년 기념으로
국가대표와 바둑기자, 바둑관계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제한시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제한시간에 관해서 이야기하겠다는 전문가가
이런 소중한 자료에 대해 일언반구 없다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기우 여러분도 직접 한 번 판단해 보시지요.
질문은 자구 그대로 적습니다.

[질문 5] 속기가 바둑의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많다.
프로(완성도 높은)의 대국시간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제한시간은?

3시간 이상: 33표
2시간: 11표
1시간: 5표
1시간 이내: 1표

하나 덧붙이면, 국가대표에게만 별도로 돌린 질문으로,
자신이 생각하기에 완벽한 바둑을 두기 위해서는 제한시간이 몇 시간 필요한가?
에는 대부분 3시간 이상을 꼽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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