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언젠가는 되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다시금 애닯다.

‘영원한 국수’ 김인 9단의 영결식이 6일 오전 9시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영결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장조카인 김종길 씨가 영정과 위패를 들고 입장한 가운데 그 뒤를 고인의 부인 임옥규 여사와 아들 김산 씨, 며느리 김지선 씨 등 가족들이 뒤따랐다.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를 비롯해 한상열 부총재, 윤승용 부총재, 곽영길ㆍ김상규ㆍ서효석ㆍ전재만 이사와 이종구 고문, 양재호 사무총장, 조훈현ㆍ이창호 9단, 사이버오로 곽민호 대표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고인 약력 보고와 추모영상 상영, 추도사 순으로 진행됐다.

고(故) 김인 9단의 외아들 김산 씨가 영결식에서 아버지를 기리며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을 낭독했다.






제가 어렸을 적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 기억 속에 아버지는 언제나 인자한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치열하게 승부를 하신 승부사의 삶을 저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저 기록과 아버지에게 존경을 표하는 아버지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 대단한 업적들을 조금이나마 느낄 뿐이였습니다.

아버지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홀로 하시며 세월을 보내셨는지
저는 감히 가늠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모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자
멀리서 지켜봐주며 묵묵히 기다려주는 어른이셨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아버지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사랑을 주셨습니다.

그 사랑의 크기와 깊이를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며 더욱 더 이해하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삶을 살겠습니다.

아버지 가시는 길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을 보여주신
한국기원의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평온한 곳에서
부디 걱정 없이 편안하게 쉬시며,
남겨진 우리 가족의 앞으로의 삶을
어렸을 적 제가 기억하는 그 인자한 미소로 지켜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4월 6일
아들 김산 올림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는 “한국 현대바둑의 발전을 이끈 선구자였던 김인 국수는 평소 소탈한 성품으로 전문기사뿐 아니라 바둑계 구성원 모두에게 존경받는 어른이었다.”고 회고하면서 “한국바둑계 구성원 모두가 김인 국수의 뜻을 받들어 바둑 보급과 발전, 국위선양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며 바둑이 더욱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벽제화장터(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유족과 참석자들은 서울 마장로에 자리한 한국기원을 들러 고인이 대국하던 곳을 돌고 나서 장지(경기도 광주 시안추모공원)로 이동했다.

고인과 같은 시대를 보낸 한상열 6단은 “김인 9단은 철저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항상 따뜻하게 배려하는 분이었다. 일인자였으면서도 국후 복기할 때면 패자의 의견을 경청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박치문 칼럼니스트는 “나는 김인 9단을 승부사의 모습보다는 로맨티스트가 된 이후의 모습부터 보아 왔다. 그래서 항시 그를 놓고 ‘허구의 병법자’라는 말을 썼다. 반드시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이겨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에선, 본인이 말은 하지 않지만, 예로부터 내려온 기도정신에 입각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TV 조명 ,아래에서 속기로 두는 걸 거부한 것도 기도정신의 소산이었을 것이다. 어느날 술병 속으로 걸어들어갔지만 인생 전체에 걸쳐 그는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겼다.”고 말했다.

한국기원장으로 거행된 영결식은 2006년 조남철 9단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기원은 바둑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고인의 업적을 기려 정부에 훈장 수여를 상신했다.






















































죽는다는 건… 모차르트를 더는 못 듣는다는 거.
국수님을 못뵙는다는 건… 사철가를 더는 못 듣는다는 거.
술이 거나해지고 흥이 오르면 사철가를 즐겨 부르셨던 국수님.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떼가 있나

봄아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