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와 상담기를 벌이는 중국 기사들. 왼쪽부터 스웨ㆍ미위팅ㆍ탕웨이싱ㆍ천야오예ㆍ저우루이양 9단. 5명 모두 세계 챔피언 출신이다. [사진 |구글]
커제 9단에 2연속 완승을 거둔 알파고가 상담기에서도 승리했다.
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알파고와 중국의 세계 챔피언 출신 천야오예ㆍ스웨ㆍ저우루이양ㆍ탕웨이싱ㆍ미위팅 9단이 벌인 상담기에서 알파고가 25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인간팀과 알파고는 초반을 무난하게 짰는데 알파고가 백번의 유리함을 살려서 중반까지 집으로 약간 앞섰다.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아서 인간팀에게도 기대가 쏠리고 있었다. 그러나 상변에서 알파고가 초강수를 들고 나와 상변 인간팀의 보가를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일거에 알파고의 큰 우세로 바뀌었다. 이후 알파고는 꾸준히 안전운행을 하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인간팀은 돌을 거두기 직전에는 성립하지 않는 수로 알파고가 물러서는지 시험했다. 알파고는 손해를 보면서 물러났지만 승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 싱글벙글. 상담기는 이런 점도 장점인 것 같다. 바둑판 앞에서 자동으로 진지모드가 되는 프로기사를 웃게 한다.
▲ '저우루이양, 이상한 데 놓지 말고, 우리가 연구한 대로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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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전에 열린 페어바둑에서는 '롄샤오 8단ㆍ알파고' 페어가 '구리 9단ㆍ알파고' 페어에 220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구글 초청 해설위원 김성룡 9단은 상담기를 해설하다가 손바닥으로 무릎을 쳤다.
“구글은 앞으로는 페어전에 알파고를 출전시키면 좋겠다. 내용만으로 보면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대국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바둑을 박진감 넘치게 하며, 알파고가 1대1 대결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는 재미있는 수단들을 더 많이 들고 나온다는 게 이유다.
상담기의 제한시간은 2시간 30분에 초읽기 60초 3회씩이, 페어전은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졌다. 대회 최종일인 27일 오전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부터는 알파고와 커제 9단의 바둑의 미래 서밋 최종국이 열린다.
▲ 페어바둑에 출전한 구리 9단(오른쪽)이 롄샤오 페어에 불계패를 인정하며 웃고 있다.
[기자회견]
▲ 오전의 페어전과 오후의 상담기가 모두 끝난 뒤 기자회견일 열렸다. (왼쪽부터) 데이비스 실버 박사, 판후이, 구리, 롄샤오, 탕웨이싱, 스웨, 저우루이양, 천야오예, 미위팅.
▲ 질문하는 기자들.
- 페어전과 상담기를 지켜본 소감은?
데이비드 실버 “대국하느라 수고하신 일곱분에게 감사한다. 덕분에 흥미로운 하루였다. 사실 오늘은 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페어전을 보니, 마치 네 분의 화가가 하나의 캔버스를 완성해 가는 것 같았다. 미에 대한 통찰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통찰이 어떤 것에 더해진다면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전도 흥미진진하고 놀라웠다. 선수들은 미소를 머금고 대국을 즐기고 계셨다. 나에게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 알파고와 각각 짝을 맺고 페어대국을 치른 롄샤오 8단과 구리 9단의 소감을 듣고 싶다.
롄샤오 “알파고와 페어대국을 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알파고가 팀이 되는 걸 머릿속에 그리면서, 내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수를 알파고가 두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는데, 막상 그렇지 않았다. 마치 사람과 함께 두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알파고는 저돌적이지 않았고 한걸음한걸음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느낌을 주었다. 구리 9단+알파고 팀은 도중에 최적의 수를 찾는 데 실패한 것 같다.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다.”
구리 “나 또한 알파고와 한 팀이 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야 알파고의 사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특히 유리할 땐 알파고의 생각이 잘 이해가 되었다. 중반엔 더 강하게 두어야 하지 않나 하는 시점이 있었는데 알파고가 침착하게 두기에 같이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나중엔 불리해졌고 그제서야 알파고가 강력하게 두어갔다. 때는 이미 늦어 승리를 뒤집어 볼 수는 없게 되었다.
인터넷상에선 “남자프로기사들이 페어바둑 두면서 파트너인 여자기사 보면서 답답해 하는데, 이젠 여자기사들 심정 이해하겠지?”라는 글이 떴다. 만약 알파고가 진짜 인간이라면 저를 막 탓했을지 모르겠다. 알파고가 말을 못하니 다행이다.(웃음) ”
- 알파고와 상담기로 대결해 보니 소감이 어떤가?
저우루이양 “1대5로 알파고와 겨뤘는데 아주 흥리로웠다. 팀원이 하나가 되어 연구했다. 우리 5명이 뭔가 여러분에게 만족스런 내용을 보여주진 못한 것 같다.
나머지 4명이 나보고 돌가리기도 잘 못하냐고 구박을 했는데, 진 게 다 내 책임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좌중 웃음)
알파고가 백으로 아주 좋은 수를 많이 보여줬다. 특히 4수째가 굉장히 놀랐는데, 우리팀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다. 전체 내용으로 보면 우리가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 대국이었다.
오늘은 우리가 흑을 들었는데, 나중에 백을 잡으면 좀 더 잘할 것 같다.”
탕웨이싱 “커제 9단이 3국에선 백을 들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래서 우리팀도 토의를 좀 해봤는데, 커제 9단과 달리 우리는 한판만 두는 거라 백번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가 좀 뭣했다. 그래서 제가 저우루이양 선수에게, 아자황 박사님이 돌가리기 하는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고 하면서 돌가리기를 잘해서 우리가 백을 잡을 수 있게 할 방법을 좀 제안했는데 저우루이양 선수가 싹 무시하더니 결국은 흑이 되고 말았다.(좌중 웃음)
돌 거두기 직전 2선에 둔 수에 대해 궁금하게들 생각하시는데, 말씀드리겠다. 어차피 승부는 안 되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알파고는 유리할 때 물러선다던데 정말 그럴지 호기심이 일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팀원들이 의견을 모아 성립하지도 않는 2선의 그 수를 두어 봤는데 정말 알파고가 물러섰다 ^^”
- 알파고와의 팀워크는 잘 맞았나?
롄) “패색이 짙었을 때 알파고의 착수들이 자신감을 주었고 나도 이내 안정감을 되찾았다.”
- 지난해 알파고가 등장한 이래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나?
구) “알파고의 발전과정을 잘 지켜보고 있었고 기사로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롄샤오 선수와 나는 전투적인 성향이 강하다. 알파고는, 우리가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둔다. 팀을 맺으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새로운 경험이다.”
롄) “지난해엔 인간 프로기사로서 알파고의 기량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정말 개발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 이번 마스터 버전을 경험하면서 바둑에 대한 시야가 훨씬 넓어졌고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알파고의 강한 힘을 느낀다. 그럼에도 알파고가 무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알파고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상담기를 준비하여 역할을 나눠 연습한 적 있나? 가령 2명은 알파고 역할, 나머지 3명은 인간팀 역할을 한다든지?
탕) “역할을 나눠 훈련해 본 적은 없다. 대신 브레인스토밍을 해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 작년 이세돌 9단과 둔 알파고 버전에게 취약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단점을 찾아낸 것인가?
실) “4국 78수 이후 알파고가 이상하게 움직인 걸 여러분도 보셨다. 이와 비슷한 약점들을 탐색했고, 지식 영역 기반을 검증했다. 나는 바둑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한 표현은 하기 어렵다. 회사가 동양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뛰어난 프로기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알파고에게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도전 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판후이 “가장 처음 알파고와 대국한 프로기사는 나다. 지금도 나는 알파고와 매일 대국을 한다. 그래서 프로기사들이 저를 참 부러워한다.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은, 알파고의 단점보다는 비결에 대해서 알아가는 게 좋다는 것이다.”
- 여러 바둑이론 서적이 나와 있다. 알파고가 대국을 하면서 한수 한수를 어떻게 평가해 가며 두는지 공개하실 의향이 있는가?
실) “우리가 여러 자료 공개는 할 것이다. 어떤 자료일지는 본 행사가 끝난 다음 발표할 것이다. 방법론에 대해선 항상 공개하고 있다. 지식 공개는 중요하다. 쿵후에도 마스터법이 있고 여러 수련 절차가 있듯이 최고 비법을 담은 데이터와 자료를 공개할 것이다.”
▲ 판후이 '알파고의 취약점보다는 강점에 관심을 가집시다.'
▲ 판후이.
▲ 저우루이양(왼쪽), 판후이.
▲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 저우루이양.
▲ 탕웨이싱.
▲ 구리(왼쪽), 롄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