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대 회장선거를 이틀 앞둔 대한바둑협회가 시끄럽다. 선거를 공명정대하고 무탈히 치를 책임이 있는 현 집행부가 오히려 선거를 지연하는 전략을 구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틀 후면 아마바둑계의 4년을 맡길 수장을 뽑는 선거일(16일)이다. 총재를 추대하는 한국기원과 달리 대한바둑협회장은 아마바둑인의 손으로 직접 선택하기에 설레는 축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의미 있는 7대 대한바둑협회(이하 대바협) 회장선거가 제날짜에 치를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하다.
앞서 보도(아래 링크기사)에서 짚었던 대로 자칫 회장선거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관련기사 /(속보) 대바협 선거기탁금 유용, 대한체육회에 긴급 유권해석 의뢰...선관위원 2명 중도사퇴 파행' ☜ 클릭
대바협선관위 7명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이 석연치 않게 선거 닷새를 남긴 시점에서 돌연 사퇴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의 선거규정은 최소 7명 이상으로 선관위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대바협은 급히 이사회를 열어 선관위원 결원 보선을 의결해야 하고 → 이사회 동의를 바탕으로 다시 선관위원을 최소 7명 이상 채운 다음 → 선관위가 윤수로 후보의 자격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13일 속보에서 대한바둑협회가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에 선거기탁금 유용 문제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했다고 보도했는데, 확인 결과 이미 11일(월요일) 의뢰했고 공문으로 회신까지 받은 게 드러났다.
대한체육회 종목육성부로부터 “선거전 사무처에서의 기탁금 사용은 ‘공금횡령 및 직무관련 범죄’에 적용될 수 있으므로 귀 협회에서 해당내용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고 이에 선관위가 윤수로 후보자격을 긴급히 논해야할 시점에 선관위원장을 포함 2명의 선관위원이 ‘아무런 사퇴이유를 밝히지 않고 동반 사퇴’했다.
선관위원은 윤수로 후보의 최측근인 심우상 사무처장이 주도하여 구성한 사람들이어서 선거를 지연 내지는 무산시키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진영을 떠나 선거를 무탈하게 치를 의무와 책임이 있는 현 윤수로집행부가 오히려 선거 막판 비협조적인 전략으로 선거를 파행에 이르게 한다면 가장 큰 비난을 받게 될 대상 또한 윤수로집행부라는 것을 자각해야할 것이다.
정상적으로 선거과정을 관리하고 치러야할 책임을 진 송재수 회장직무대행이 오죽 애가 탔으면 13일 늦은밤 대바협 밴드에 현 상황을 여과없이 전하고 협조를 호소하는 공지를 올렸을까.
대한체육회의 ‘공금횡령 및 직무관련 범죄에 적용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도 그러려니와 법조인들의 자문으로도 선거기탁금 유용에 윤수로 후보가 관여된 정황이 드러난 이상 후보자격 결격사유가 충분해 보인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단체라면 상급기관의 ‘범죄행위’ 유권해석을 전달 받은 즉시 선관위 회의를 열어 관련 후보자의 자격박탈 문제를 다루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상식이다.
설령 윤수로 후보가 이사회나 감사, 선관위에 포진한 우호세력의 비호로 끝까지 선거에 나서 당선된다 하더라도 직후 법적다툼이 불가피하고 당선무효, 선거무효 결정이 날 공산이 커 재선거를 치러야하는 홍역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기자가 취재하면서 몇 법조인의 법률적 자문을 취합한 내용은 이러하다. 특별히 체육회 분쟁, 업무경험이 있는 변호사에게도 구한 조언이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펼쳐보시기 바란다.
- 윤수로 후보가 직접 선수들에게 5천만원을 기부한 것은 아니더라도 회장선거 후보자가 자신이 납부한 기탁금을 반환받지 않는 대신 선수들에게 미지급 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회장선거 후보자가 선거인 자격이 있는 선수들에게 금전을 제공한 것으로 회장선거관리규정(기부행위 제한)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선거관리위원회는 규정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위탁선거법 제72조 및 제73조에 따른 중지, 경고, 시정명령,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당선 무효, 선거 무효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규정 위반자에 대하여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회장선거관리규정 제29조, 제31조, 제33조, 34조 등).
- 협회 회장선거관리규정과 기탁금 취지를 고려하면, 회장선거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하는 기탁금은 회장선거를 실시하여 득표수에 따라 협회에 귀속되기 전까지 선거관리위원회가 득표수에 따라 후보자에게 납부한 기탁금을 반환하는 용도로 정해져 있는 것으로, 회장선거가 종료되기 전에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 협회를 위하여 사용하였더라도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많다.
대법원은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도4088 판결,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등)’고 하면서, 주상복합상가의 매수인들로부터 우수상인유치비 명목으로 금원을 납부받아 보관하던 중 그 용도와 무관하게 일반경비로 사용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366 판결). 등등.
추하다. 몽니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선거판을 통째 혼탁하게 흐리는 윤수로집행부의 행보는 흡사 트럼프 말기를 보는 듯해 씁쓸하다.
급작스런 보궐선거로 집권한 대한바둑협회의 윤수로 집행부가 주먹구구식 행정과 사조직화로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는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작 2년 만에 재정을 악화시키고 아마바둑계에 극심한 반목과 혼란을 야기했다는 건 지탄받아 마땅하다.
보궐선거로 회장에 당선된 직후 자기뜻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6명의 임원 해임을 시도한 것으로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불협화음은 예고되었다. 조직의 사유화는 비단 체육회 단체뿐 아니라 그 어떤 공적인 조직에서도 해서는 안될 일이다. 견제와 제어장치 기능을 상실한 조직은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절차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내셔널리그 상금을 자신이 맡긴 선거기탁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선거후보 자격 논란에 휩싸인 윤수로 후보. 보궐선거로 6대 대바협 회장에 당선돼 2년간 협회를 이끌었으나 끊임없는 조직사유화 논란과 재정파탄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해산하겠다던 바둑협동조합도...여전히 살아있다
지난해 봄 4월, 사이버오로뿐 아니라 모 언론사에서도 윤수로 회장이 주도한 한국바둑협동조합 문제에 대해 의혹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아래 링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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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윤수로 회장은 개운한 해명은 하지 못한 채 “현재(지난해 대한바둑협회 밴드를 통해 입장을 발표한 당시) 바둑협동조합 해산과정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중이며 해산에 필요한 서류를 취합하는 대로 해산할 것”임을 밝히면서 “조합원들의 투자원금 100%는 절차에 따라 당월부터 지급할 것”을 공언했다. 직후 문제제기를 할만한 조합원 몇 명에게는 투자원금을 돌려주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전원 다 반환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해산하겠다는 조합은 이 시간 현재까지 ‘살아있는 등기’로 나온다. 최근 등기를 열람해 보니 의혹을 산 한국바둑협동조합은 공언과 달리 여전히 해산하지 않고 유지 중이었다.
회장 한번 더 하겠다고 재출마한 상황이다. 그토록 시끄러웠던 바둑협동조합 건을, 공개적으로 약속까지 했으면서도 그대로 둔 채 행보하는 배짱이라니! 놀랍다고 박수를 쳐주어야할까 아니면 바둑인을 우습게 보는 처사에 혀를 차야할까.
식언은 이뿐 아니다. 회장출마 당시 ‘돈 걱정 없는 대한바둑협회'라는 문구를 앞세워 매년 출연금 3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한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었고, 오히려 집권 1년 만에 재정을 바닥내는 졸속행정을 보였다. 이사회에서 협회의 재정상태를 보고받은 임원 다수가 '즉각 예산관리 시스템 전면 개선'을 요청하자 윤수로 회장은 '궁극적으로 손실부분은 회장이 대납해서 정상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얼마 못가 오히려 직원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는 형편에 직면했다.
▲ 인사는 만사라 했다. 제아무리 새술을 새부대에 담은들 시스템 개선 못지않게 인적 적폐청산을 하지 못하면 그 밥에 그 나물일 수밖에 없다. 윤수로 회장은 자기를 지원한 세력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협회의 핵심요직인 사무처장 자리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결국 사무처장급만 3명(구임 2명에 신임 1명)이나 엉거주춤 안고가는 우유부단을 보임으로써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형편을 더 곤궁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중 심우상 사무처장은 전임 신상철 회장으로부터 파면까지 당했던 이다. 이번 내셔널리그 후원사 계약에 심우상 사무처장이 깊숙이 관여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2005년 대한바둑협회 창립 이래 15여년이나 요직을 누려온 인물이다. 회장의 재원지원 능력이 여의치 않아지자 더더욱 ‘회장 같은 사무처장’으로 협회를 쥐락펴락해 왔다. 사석에서 회장의 면전에서조차 “내가 윤회장을 업어 키웠다”고 대놓고 말할 만큼 위세를 부리던 그였고, 바둑계에서는 ‘실세 사무처장이 회장을 수렴청정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대한바둑협회가 1,2년 전에 만들어진 신생단체도 아니고 햇수로 어언 16년째나 되는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다. 정부예산만도 매년 16억원을 웃도는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국가예산액으로 치면 체육단체로는 태권도 다음 상위권이어서 타 단체로부터 부러움과 시샘을 받고 있는 위치다. 그런데도 매달 몇 명 되지도 않는 직원 봉급조차 걱정해야하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20년이 되도록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식이 장식이다.
바둑계 앵벌이도 아니고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마냥 ‘땜빵’이 필요할 때마다 여기저기 사탕발림으로 손을 벌리거나 이번 내셔널리그 후원계약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바둑보급에 쓰라고 부여받은 국가예산을 전가의 보도처럼, 마치 큰 권력인 양 내세우며 뒤로는 갖가지 ‘이면옵션’ 방법으로 밀실행정을 거리낌 없이 행사해 연명해 왔다면 이야말로 청산해야할 적폐요 버려야할 구태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내셔널리그 후원계약 건도 그간 행태로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심증은 있으되 확증이 없어 말을 아꼈을 뿐 바둑계에서는 언젠가는 터질 일로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밀실거래의 폐해는 오롯이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이번 선거 후 집행부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그간의 수의계약은 물론 공개입찰 사업 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외부 회계감사가 선행되어야할 것으로 본다.)
그저 정부예산에만 기대어 하루살이 해나가는 조직의 장래란 아랫돌 뽑아 윗돌 괴는 만년 제자리걸음 신세를 면키 어렵다. 지금 대한바둑협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인적청산이다. 그래야 비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야 지역바둑협회도 살아난다.
이번 선거는 대한바둑협회가, 아마바둑계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