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모두 패자조로 내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틀 전엔 전기 준우승자 신진서 9단이 한국랭킹 67위 박지현 4단에게 졌는데, 이번엔 전기 우승을 한 신민준 9단까지 66위 김은지에게 지면서 신예들의 돌풍에 휩쓸렸다.

신민준은 초반에 당황했다. 우상에서 대형정석이 나왔는데 상대 김은지 6단이 더 멀리, 그리고 더 깊게 연구해 놓고 있던 데 반해 신민준은 최적의 대응책을 즉석에서 찾지 못한 탓에 상중앙에서 큼지막하게 돌 13점이 잡히고 말았다.

“기훈이 바뀌었다. ‘정석을 암기하되 잊어 버리라’는 말이 과거에 있었지만 이젠 ‘정석을 암기하고 좀 더 암기하라’로 바뀌었다.” 이상헌 K바둑해설위원의 따끔한 한 마디였다. 물론 프로기사들의 암기는 단순 암기는 아니다.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않는 한 자칫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김은지는 가장 치열한 수를 골라둔 끝에 추가로 중앙 돌을 더 잡아내면서 신민준의 저항 의지를 꺾었다. 김은지의 완승이었다. 20일 경기도 성남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펼친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8강에서 김은지는 191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하며 4강에 진출했다.

대국을 마친 뒤 김은지는 “오늘 이긴다는 생각보다는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렇게 이기게 되어서 기쁘다.”며 승리가 눈앞에 왔던 때에 대해선 “그냥 별로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다가올 4강전에선 김은지는 박종훈-변상일 간 승자와 대국하게 된다. 김은지는 “어떤 사범님이 올라오셔도 저보다 강하기 때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두겠다.”고 했다. 한편 신진서와 신민준이 모두 패자조로 가면서 패자조는 지옥의 전장이 됐다.


한국일보와 한국기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SG그룹이 후원하는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의 우승상금은 7000만 원이며 준우승상금은 2500만 원이다. 본선은 생각시간으로 각자 100분, 60초 초읽기 3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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