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기 5육七관절타이밍 한국기원선수권전 결승5번기 2국에서 박정환 9단(왼쪽)이 반격에 성공함에 따라 5번기는 사실상 3번 승부로 압축됐다. 3국을 앞두고 박정환은 “1국에서 어이없는 실수, 간단한 실수가 나왔다. 그런 부분이 2국까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역전당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멘탈 관리가 힘들었다. (결승3국부터는) 3번기로 다시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박정환 우세 → 박정환 스스로 흔들림 → 설현준 역전승’ 결승1국의 흐름이 딱 이랬는데, 그것이 2국에 재현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박정환이 전열을 정비한 뒤 재역전에 성공하며 결승시리즈 중간전적을 1-1로 만들었다.
16일 서울 성동구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제2기 5육七관절타이밍 한국기원선수권전 결승5번기 2국에서 박정환 9단이 설현준 8단에게 170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했다.
복잡했던 중앙전이 끝나고 하변 진영을 크게 키워갈 때만 해도 박정환이 휘파람을 부를 수 있는 국면이었다. 물론 설현준이 쳐들어왔지만 적당히 살려줘도 충분했다. 하지만 박정환은 하염없이 장고하더니 꽉잇는 수를 택하며 가장 어려운 길로 갔다. 하변에서 패를 해소하는 건 좋았다. 그러나 그 대가로 우변 백을 살려야 했는데 간단한 수읽기로 살 수는 없었다. 우세한 국면에서 굳이 이 길을 택할 필요는 없었다.
이 북새통에 설현준이 역전 흐름을 타는 데 성공했다. 박정환이 까다로운 붙임으로 승부를 걸었다. 쉽게 받아두었다면 박정환이 고생깨나 했을 것이고 설현준은 결승시리즈를 2-0으로 만들며 아주 우세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박정환 만큼이나 공격 방식에 고민하다 방향을 잡는 데 실패했다. 이윽고 박정환이 타개에 성공했다. 둑이 터지자 걷잡을 수 없었다. 설현준이 하릴없이 돌을 거두었다.
▲ 국후 박정환은 “초반에는 흐름대로 중반까지 잘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하변에서 흑이 붙였을 때 괜히 젖혀간 것 같다. 흑의 맞젖힘이 나왔고 그때부터 예상 못 한 수와 맞닥뜨렸고 계속 흔들렸다.”고 했다. 하변에서 하염없이 장고한 데 대해선 “흑이 붙였을 때 같이 대응한 수가 좋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수를 두고 나니까 흑이 맞젖혔을 때 뒤로 받자니 그전보다 손해라서 손이 안 나가고… 계속 생각은 하는데, 1국에서도 그랬지만 쓸데없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 한국랭킹 2위 박정환과 6위 설현준의 대결. 상대전적은 박정환 기준 5승3패가 됐다.
▲ 설현준.
바둑TV에서 해설한 이성재 9단은 “두 기사 모두 쉽게 처리할 수 있던 자리에서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런데 설현준 선수의 실책이 더 컸다.”고 했다.
3국은 18일(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다. 이후 일정을 보면 26일 4국, 3월 6일 5국 순으로 진행한다. 결승전 모든 경기는 바둑TV가 생방송하고 사이버오로가 수순중계한다.
(주)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제2기 5육七 관절타이밍 한국기원 선수권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2000만 원이다. 생각시간은 각자 90분에 1분 초읽기 3회를 준다.
[그림1] 박정환(백)이 우세하다. 흑세모가 찾아왔을 때 고민되는 상황. 실전에서는 위로 젖혀서 복잡한 변화가 됐다. 1로 참았다면 어떤 변화가 됐을까?
[그림2] AI는 1~4까지를 그린다. 집 차이로는 1집반 차이 정도 백이 우세하고 승리할 확률로 따지면 90%를 넘긴다고 표시했다.
[그림3] 설현준의 젖힘(1)에 대해 박정환은 장고하다 2로 이었다. 이 수 자체가 나쁘지 않을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바둑을 어렵게 풀어가게 된 원인이 됐다. 흑3이 경쾌하다.
[그림4] AI는 백1로 느는 편이 알기 쉬웠을 것이라고 한다. 이하 7까지가 하나의 변화다. 이랬으면 백은 6집반 정도의 우세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림5] 시간이 흐르고, 설현준에게도 버틸 기회가 온 듯했다. 백1은 좋은 수였지만 흑이 최선을 다해서 싸우면, 누가 이길지 모르는 형세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가 패착이었다.
[그림6] 박정환은 1에 두었고, 이로써 깨끗하게 타개에 성공했다. 백이 크게 우세한 형세가 되었다.
[그림7] 6까지, 흑은 점점 더 괴롭고 백은 점점 더 편해지고 있다.
[그림8] 박정환은 실수 없이 10까지 진행시켜서 사실상 끝을 냈다.
[그림9] 애초에 설현준이 1로 막았더라면 박정환으로선 굉장히 골치 아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림10] 초읽기 속에서 7까지의 수순을 완벽하게 찾아내야 백은 미세한 승부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림11] 7까지 패가 되는데, 만약 이런 진행이었다면 여전히 국면은 오리무중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