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이 모처럼 강력하게 신진서 9단을 몰아 붙이고 있었다. 승리가 저 앞이었다. 도전5번기에서 2패를 먼저 당했지만 3국에서 승리하며 차분히 반격을 노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부족했다. 박정환은 도리어 자신의 팻감을 줄어드는 수를 두며 자멸하고 있었다. 정신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생각할 게 많은 장면에서 신진서는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우하귀 패는 신진서가 해소했다. 일단 역전 흐름이 되자 급물살처럼 걷잡을 수 없었다.

신진서는 대마를 하변에서 중앙에 이르는 대마를 잡는 데 성공했다. 집으로 무려 65집반 가량 앞섰다. 마침내 신진서가 승리했다. 대회5연패가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백홍석 해설가는 “흑이 백을 잡으려면 다섯 수나 필요했다. 그런데 잡았다…”라며 놀라워했다.

29일 성남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펼친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도전5번기 3국에서 신진서는 229수 만에 도전자 박정환에게 흑으로 불계승하며 종합전적 3-0으로 방어에 성공했다.

최종국을 끝낸 후 신진서는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5연패를 해내서 기분 좋다. 내용은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라며 “바둑은 계속 좋지 않았다. 조금씩 밀렸다고 생각해서 (마지막에) 버텼는데, (원래는)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정환 선수가 1선으로 한 칸 뛴 수 이후에 복잡해졌다.”며 승부처를 돌이켜봤다.





또 이번 도전승부를 돌아보면서 “저만이 아는 포석을 쓰려고 고민했는데 연구가 부족했다. 초반에 더 잘 뒀어야 했다. 모든 선수들이 늘고 있다. 계속해서 세계대회에서도 우승하려면 더 많이 늘어야 한다. 더 열심히 해서 계속 발전하고 싶다. 예전에는 포석에서 앞서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엔 상위랭커를 상대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앞서질 못해서 좀 더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바둑을 하면서 외부활동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했다.
“개인적으로, 바둑이라는 게임 자체가 들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소 기분이 좋을 때도 텐션을 높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계속 바둑만 할 때보다는 리듬이 깨지긴 한다. 그래도 그렇게 심하게 외부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선을 유지하면서 두 가지를 할 것 같다.”

신진서는 박정환과의 타이틀전 성적에서도 더욱 차이를 벌리며 앞선다. 신진서와 박정환은 그동안 13번 결승전을 벌였으며 신진서가 9차례, 박정환이 4차례 우승했다.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은 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 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방송사다. 사이버오로는 오로대국실에서 모든 대국을 수순중계했다. 이 대회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생각시간은 시간누적방식을 적용해 각자 1시간에 매수 30초를 추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