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9단은 “끝까지 집중하려고 했다. 저는 (신진서 선수를 상대할 때) 늘 초읽기 시간공격을 당하는지라 제대로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마가 잡힌 신진서 선수가 생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지현 9단이 신진서 9단을 꺾고 맥심커피배 우승을 차지했다.
7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제26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178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하면서 종합전적 2-1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지난 3월 31일 1국에서 선승을 거둔 이지현은 4월 2일 2국에서 졌지만, 최종국에서 승리했다.
최종국에서, 좌변에서 번져나간 전투는 좌상까지 이어졌다. 좌변과 좌상에서 이지현은 수습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전투가 발전함에 따라 점차 이지현의 공세로 바뀌었다. 형태상의 급소를 이지현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였다. 신진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맛 나쁘게 두며 전투에서 밀렸다. 결국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지현이 하변의 흑 대마를 잡아냈다.
최명훈 해설가는 “신진서 선수와 돌과 돌이 붙었을 때 바둑을 우세하게 이끌어가는 선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 별로 없다. 그런데 이지현 선수가 그렇게 했다”고 했다.
[결승3국] 이지현(승)-신진서.
▲ 이지현은 올해만 22승 4패 승률 84.61%를 기록해 1년 전까지만 해도 16위(2024년 4월 기준)였던 랭킹을 4위까지 끌어 올리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른 분야도 많지만 수읽기에서 신진서를 압도한 것은 이지현으로는 자부할 만한 성과다. 국후 이지현은 “상대가 강하니까 실수를 노리기보다는 제가 잘 두려고 노력했다. 수읽기 공부를 열심히 했다. 최소한 수읽기만큼은 제 스타일로 끌고 가려고 한 것이다. 그게 (실전에서) 잘 맞아 떨어졌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지현은 “초반에 제가 대마(좌변)를 방치하는 바람에 나빠질 여지가 있었다(그러나 위기를 벗어났다). 중반에 바꿔치기 될 때는 흑이 많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잘 두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대국 내용을 되돌아봤다.
우승을 차지한 이지현은 “기대를 너무 안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기쁘다.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현이 맥심커피배에서 우승하기는 5년 만에 두번째다. 또 2018년 제5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내프로토너먼트에서 첫 우승을 한 이래 통산 세 번째 타이틀을 획득했다.
결승 전까지 신진서와의 상대전적은 4승 11패로 열세였지만, 이젠 6승 12패가 되면서 격차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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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표 상하좌우 이동하며 볼수 있습니다.
동서식품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한 제26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3000만 원이다. 생각시간은 시간누적방식(피셔방식)으로, 각자 기본 10분에 매수 추가로 30초를 주었다. 시상식은 23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다.
▲ 맥심커피배 3연패에 도전했던 신진서는 이지현에게 1ㆍ3국에서 대마를 헌납하면서 2022년 10월 제45기 명인전 이후 2년 6개월 만에 국내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그림1] 1부터 5까지, 이지현(백)이 완벽하게 하변 전투를 마무리하던 장면이다.
[그림2] 이후 10까지 이지현이 우변 백을 안정시키면서 하변 신진서의 흑대마가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