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오로 팀. 김승준(왼쪽부터), 양건, 이기섭 감독, 이민진, 정대상.
“완주팀이 ‘이창호와 소녀들’이라면 오로팀은 ‘이민진과 건달들’이다”
2026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첫 경기를 마친 24일, 사이버오로 선수단 식사 자리에서 김승준 9단이 꺼낸 말이다. 곧바로 “아저씨가 맞나…”라며 수위를 낮췄지만 ‘건달들’이 입에 짝 붙는다. 선수들은 “양건의 어린 시절 별명이 건달이기도 했잖아”라며 역시 ‘이민진과 건달들’이 사이버오로팀의 별명으로 좋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오로는 여자기사들이 주축인 팀(박지은·이민진·이영신·박승문)으로 레전드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첫 경기에 맥아더장군팀을 2-1로 꺾고 개막 3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올해는 구성이 확 달라진 것이다. 4년 만에 레전드리그로 돌아온 김승준이 1지명, 양건이 2지명, 이민진이 3지명, 정대상이 4지명이다. 이기섭 감독은 선수 선발을 마친 직후 “전력이 상당히 강화됐다. 4강 진출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첫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 대국이 시작되던 순간.
[1국] 김승준(승)-김종수.
▲ 김승준(사이버오로 1지명).
▲ 김종수(쏘팔코사놀레드 3지명).
[2국] 이성재(승)-양건
▲ 이성재(쏘팔코사놀레드 1지명).
▲ 양건(사이버오로 2지명).
[3국] 이민진-박지은(승).
▲ 이민진(사이버오로 3지명).
▲ 박지은(쏘팔코사놀레드 2지명).
▲ 사이버오로 검토진. 이기섭 감독(왼쪽)이 일어선 채로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
▲ 쏘팔코사놀레드 검토진. (주)인포벨 김준수 대표(왼쪽부터), 심범섭 회장, 장수영 감독.
24일 오전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쏘팔코사놀레드와의 1라운드 4경기. 이민진이 지난해 한솥밥을 먹었던 박지은에게 불계패를 당했다. 김승준이 김종수에게 2집반승을 거두며 균형을 맞췄다. 승부는 양건과 이성재의 대국에 달렸다. 후반 들어 양건이 우세했지만 초읽기에서 연거푸 실수하며 이성재에게 역전승을 허용했다. 사이버오로의 1-2 패배였다.
경기 뒤 식사 자리에서 이기섭 감독은 다음 경기의 오더를 고민했다. 승리를 내줬지만 대국 내용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음 주에는 사흘 연속 통합라운드가 기다린다.
“아마 사흘 동안 좀 잘되지 않을까”
이 감독은 다음 경기에 기대를 걸었고, 첫 승을 거두는 데 그칠 생각도 아니다.
“우리가 4강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어 볼까 해서 지금 ‘작당’ 중이다”
선수들의 포부도 저마다 달랐다.
양건은 “강팀이 소속됐기에 기쁘게 생각한다. 2지명으로서 반타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9승을 거둔 이민진은 “열심히 해서 올해는 10승 고지를 밟아 보겠다”고 했다. 정대상은 “출전 기회가 많이 올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제가 나가는 경기는 무조건 잡겠다”고 했다. 김승준은 “이민진 선수를 잘 모시면서 남자 선수 중 한 명이 승리를 보태면 된다. 저는 MVP를 했던 예전보다 잘할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했다.
이민진과 건달들, 그들의 발칙한 작당은 식탁을 떠나 바둑판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