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백합배 결승1국이 끝나자마자 사진을 찍으러 대국실로 달려갔는데 좀 놀랐다.

얼마나 쥐어 뜯었는지 커제 9단의 머리칼이 몹시 헝클어져 있었다. 이세돌 9단은 강렬한 눈빛으로 커제를 쏘아 보았다. 이 대국에 실린 무게감이 그대로 느껴져 왔다.

이세돌이 커제와의 결승 맞대결에서 천금 같은 첫승을 거뒀다.

현재 전 세계 바둑계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커제는 올해 처음 이세돌과 겨루면서 3연속 승리를 하고 있었고 “내가 이세돌 9단을 몽백합배에서 이길 가능성은 95%” “스웨 9단이 이세돌 9단보다 실력이 세다.”라고 말하는 등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 한껏 반외 포화를 쏟아놓고 있었다.

이세돌로선 자신감이 넘칠 대로 넘쳐 있는 커제와 번기 승부를 벌여 나가기 위해서 커제의 예봉을 꺾는 작업이 꼭 필요했다. 첫승이자 선승이 그것이었다.

30일 중국 난퉁 진스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2회 Mlily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5번기 1국에서 이세돌은 흑을 들고 143수 만에 불계로 이겼다.

첫 과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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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이 제2회 몽백합배 결승1국을 마친 뒤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은 이번 대회 이세돌과 늘 대화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도움을 주고 있는 최명훈 국가대표팀 코치다. 이세돌은 커제와 복기를 나누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커제는 몸만 대국실에 있을 뿐 영 복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 해설하던 최철한 9단 “갑자기 끝났다”
그동안 커제를 상대로 이세돌은 행마가 무겁고, 승부처에서 민첩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몽백합배 결승1국에서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초반, 이세돌은 서둘지 않았다. 포석에 시간을 쏟아 부으면서 너무 평범하지도 않았고 오버하지도 않았다. 커제도 넉넉한 덤(7집반)을 의식한 듯 단단한 행마로 일관했다. 이세돌은 실리에서 앞서는 작전을 펴면서 중반 전투를 실속 있게 풀어 나갔다.

흔들린 쪽은 커제였다. 초조해졌는지 자꾸 반상에 닿을 듯이 얼굴을 가깝게 가져가며 수읽기했다. 전투마다 뜻대로 되지 않자 무리했다. 돌을 거두기 직전엔 몹시 흔들렸다. 실패를 하더라도 차분히 따라 붙어야 하는데 크게 빗나간 수를 뒀다. 오로대국실에서 해설하던 최철한 9단은 급기야 “커제 9단 뭐 하는 거죠?”라며 지적했다. 그게 커제가 항서를 쓰기 전 마지막 수였다. 최철한은 갑자기 끝났다고 했다. 심리적인 면에서도 커제가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최철한 9단은 “중반에 커제 9단이 자신의 우변 돌에 보강하지 않고 중앙에서 이세돌 9단을 더 괴롭혔다면 이세돌 9단으로서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세돌 9단의 실리 작전이 주효했던 한판”이라고 평가했다.

■ 커제의 가공할 백번 무패 기록도 깨뜨려
우리나라 기록으로 그렇진 않지만 중국기원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커제는 올해 백을 들고 한 판도 지지 않고 있었다. 이 대국 직전까지 백번으로 34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커제는 이런 공포를 느끼게 하는 승률 덕으로 프리미엄을 안고 대국에 들어간다. 사실 커제는 적어도 중국 기록으로 2015년 한해 백번으로 무패라는 기록을 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이 오기 이틀 전 깨졌다. 이세돌은 커제의 이런 백번 무적 행진에 제대로 흠집을 내고 커제의 백번 전승이던 성적표에 1패라는 꼬리표를 달아놓았다.

백번 전승을 깨뜨린 건 이번 결승시리즈에 대해서도 이세돌에게 수확이다. 60%정도에 머무르는 커제의 흑번 승률을 고려한다면 커제의 백번을 이겼다는 건 앞으로 남은 2국~5국을 위해서도 값지다.

▲ 중국의 CCTV5plus는 이번 몽백합배 결승시리즈를 해설과 함께 중계하고 있다.

■ 허영호 9단, 오로대국실서 결승2국 생중계해설
사이버오로는 현지 수순 중계를 받아 오로대국실에서 이어지는 몽백합배 결승5번기를 해설 생중계한다. 제2회 몽백합배 결승2국은 31일 오전 10시30분(한국시각) 벌어지며 허영호 9단이 오로대국실에서 해설한다. 책상 위 데스크톱서도, 이동 중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 속 <오로바둑>앱으로도 중계를 감상할 수 있다.

제2회 몽백합배의 덤은 7집반. 우승상금은 180만 위안(약 3억2,000만원), 준우승상금은 60만 위안(약 1억600만원)이다.

사이버오로는 12월30일부터 새해 1월5일까지 벌어지는 제2회 몽백합배 결승5번기 전판을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실시간 해설중계한다. 연말연시는 사이버오로와 함께 이세돌-커제의 세기의 대결을! 본방 사수! ^^ [단독취재 | 중국 난퉁=김수광]

12월30일 결승1국 한국시간 오전10시반부터 - 최철한 9단 해설
12월31일 결승2국 한국시간 오전10시반부터 - 허영호 9단 해설
2016년 1월2일 결승3국 한국시간 오전10시반부터 - 조한승 9단 해설
2016년 1월4일 결승4국 한국시간 오전10시반부터 - 이영구 9단 해설 (제대 복귀신고 해설 ^^)
2016년 1월5일 결승5국 한국시간 오전10시반부터 - 프로기사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