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바둑국가대표팀 감독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9단의 블로그 [다카오 일기]의 메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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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LG배 결승전에선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기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국 중 따낸 돌을 반드시 돌통 뚜껑 위에 놓아야 한다. 규정을 위반하면 처음에는 경고를 받고 두번 위반하면 반칙패가 된다.
결승1국에선 커제 9단이 이겼지만 2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새 규정을 커제 9단이 위반하며 반칙패를 당했다. 3국에서는 미묘한 시점에 규정 위반을 지적받은 커제 9단이 강하게 항의하다 결국 기권했다. 이렇게 한국의 변상일 9단이 우승했다. 씁쓸함을 남긴 채 대회가 끝났다.
일본과 한국의 바둑룰에서는 집을 계산할 때 따낸 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것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나 중국룰에서는 집 계산에 따낸 돌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기사들은 종종 따낸 돌을 아무 곳에나 두는 경향이 있다. 커제 9단도 새 규정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대국에 몰두한 나머지 평소의 습관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는 완전히 나의 개인적인 견해다.
최근 들어 의자에 앉아서 하는 대국과 인터넷 대국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우선 첫째로, 왜 새로운 규정이 생겼을까? 상대의 사석을 보는 행위가 실제로 유효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다다미 방에서 대국을 했기에 상대방의 사석을 볼 수 없었다. 즉 기사들은 따낸 돌의 수를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바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정석.
흑A의 경우, 돌을 따낸 자리이므로 실제로 보이지는 않더라도 1집으로 계산한다.
또한, 정석 이후에 나타나는 이런 형태를 보겠다.
이 백의 영역에서 B의 곳은 돌을 따낸 자리가 있기 때문에 제 경우엔 이를 5집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젊은 기사들 중에는 이를 4집으로 계산한 뒤, 나중에 상대방의 사석을 세어 더하는 경우가 많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대국이 보편화되면서 상대의 사석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일상적으로 인터넷 대국을 통해 연습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인터넷 대국에서는 따낸 돌의 수가 화면에 자동으로 표시된다. 물론, 나중에 따낸 돌을 더하는 방식이 더 정확하고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대면 대국에서는 사석의 수를 잘못 세거나, 사석이 너무 많아지면 계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최근 상대의 사석을 보고 계산하는 기사들이 늘어나면서 사석을 보는 행위를 규칙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심지어 세계대회에서 상대가 사석을 보고 있을 때 손으로 가린 기사가 있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장기를 예로 들면, 잡은 말은 반드시 상대가 볼 수 있는 곳에 올려 놓아야 한다. 장기에서는 잡은 말을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벌칙 규정은 모르지만, 잡은 말을 숨기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이 숨기고 있으면 공정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바둑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석을 돌통 뚜껑 위에 놓아 상대방이 볼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양측 모두에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한국기원이 새 규정을 도입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새 규정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국기원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기원에 이러한 변경을 요청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따낸 돌에 관한 새 규정엔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예컨대 ‘돌통 뚜껑에 돌을 놓으려다 실수로 떨어 뜨리면 어떻게 되는가’, ‘사석이 너무 많아 돌통 뚜껑에 다 들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
이상으로 저의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렸다. 바둑판 밖에서 일어난 새 규정 위반으로 말미암아 반칙패를 당한 커제 9단의 처지가 안타깝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계대회에서 통일된 규칙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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