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둑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
AI가 바둑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
[언론보도]
  • 박치문 중앙일보 바둑칼럼니스트|2022-11-24 오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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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1년 운당여관 특실에서 열린 15기 국수전 도전 4국의 김인(왼쪽)과 조남철. AI 시대 대국에선 나올 수 없는 풍경이다. [중앙포토]

○● [출처: 중앙일보_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AI가 바둑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 ☞클릭

바둑이 어려워지고 있다. 바둑은 본래 어려운 종목이었지만 AI의 등장으로 더욱 난해해지고 있다. AI가 바둑의 수준을 높이 끌어 올린 것은 맞지만 너무 높이 올라가는 바람에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느낌마저 준다. 프로기사는 어쩔 수 없이 AI와 더불어 산다. 신문·TV 해설자들도 AI와 더불어 산다. 모두들 AI의 깨달음과 통찰을 전수받고 AI의 비밀을 탐색하며 조금이라도 더 닮아지려고 애쓴다. 그러나 팬들은 어떤가. AI는 어렵고도 어렵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주가 열리듯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러나 AI의 옷자락이라도 거머쥐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어림없다. 그건 전문가의 영역이다.

삼성화재배를 해설하면서 이 ‘난해함’은 가장 큰 난제로 다가온다.

축구는 손흥민 선수가 멋진 슛을 성공시킬 때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팬들은 그 궤적과 몸놀림이 눈으로 보이기에 저절로 찬사가 나온다. 바둑은 설명해야 알 수 있다. 무슨 수를 두었는지,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지금 상황에서 왜 이게 좋은 수인지 비교 분석해야 한다. 축구로 비교하면 왼발 어디에 몇도 각도로 어떤 스핀을 먹여 어디를 겨냥해 찼는지 말해야 한다. 그래도 그림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비디오가 없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한데 AI가 바둑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다.

어려움은 곧 거리감을 의미한다. 팬들이 힘들어하고 또 새로운 팬들이 다가오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바둑을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 화두는 바둑 전체가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눈앞의 과제가 됐다.

AI가 알려주는 바둑판 위의 변화는 고차원적이고 심오하다. 그것은 진실이다. 쉽게 전달하자고 그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 바둑판은 그야말로 물리학이나 천문학처럼 난해해진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결할 때 광화문의 모든 전광판은 바둑으로 뒤덮였다. 대국장이던 포시즌 호텔에서 바라보니 바둑이 창공에 우뚝해 보였다. 바둑의 앞길에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 옛날의 바둑이 그립다. 운당여관의 대국장, 소복이 쌓인 눈, 섬돌에 놓인 하얀 고무신, 꽃과 나무가 있는 마당, 저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 그리고 방안에 들어서면 물씬 젖어 드는 승부의 세계, 그 숨소리와 눈빛.

TV 대국장엔 근접할 수 없다. 그 거리만큼 바둑도 멀어졌다. 그리고 AI와 더불어 이번엔 ‘인간’이 사라져가고 있다. 대국장은 TV 세트가 됐고 해설장은 AI가 주도한다. 잊으려 해도 운당여관 시절이 자꾸만 떠오른다. 섬돌에 놓인 하얀 고무신이 자꾸만 떠오른다.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전은 신진서 9단이 최정 9단을 꺾고 우승했다. 극적인 승부였다. 여자기사가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일은 세계대회 사상 처음이었다. 신진서라는 최강자와 맞서는 여자기사 최정. 최고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대국 탓에 이들의 모습은 섬처럼 분리됐다. 코로나 탓에 사람들은 서로 조금씩 멀리 떨어졌고 조금씩 겉돌았다. 눈빛, 숨소리, 땀방울, 갈등, 긴장감, 결심. 구경꾼을 몰입시키는 그 모든 승부의 요소들이 아쉽게도 허공으로 사라졌다.

바둑은 많은 것을 내주고 TV와 AI를 품에 안았다. 세상의 흐름인지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 스스로 자문해본다. 바둑의 난해함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TV 해설자도 괴롭다. 때로는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10수 이상을 주르륵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걸 따라잡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될까.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해야 할까.

AI는 바둑의 진실을 알려주고 있지만 바둑을 더욱 미로 속으로 끌고 간다. 방책이 없을까. 5000년을 살아남은 바둑이 지금 기로에 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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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바나나|2022-11-25 오후 8:06: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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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하 사범님 해설이 최고라고 봅니다.
차분하고 정확한 발음..알기쉽게 해설하시는 능력
최고
高句麗|2022-11-25 오후 1:45: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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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진입장벽은 인공지능보다는 하수과 고수의 실력격차입니다
예전에는 아마고수가 별로 없어서 단수치고 집만 지으면 누구나 바둑을 둘수 있었는데
지금은 바둑을 제대로 두려면 중급정도는 되야하고 그것도 모자라 위로 수많은 아마고수들이 있어
중급가지고는 하수소리 듣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중급가지고는 창피해서 바둑둔다는 소리를 못합니다
이런것이 바둑에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가고 있읍니다
누구나 쉽게 바둑을 둘수 있게 하려면 단수만 치고 집만 짓고 즐길줄 알면 바둑을 잘두시는구나 하고 인정해주는
풍토를 만들면 누구나 쉽게 바둑을 즐기리라 봅니다
아무리 공부 잘해도 공부 못한다 못한다 무시하면 공부하기 싫어지고 조그만 공부해도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면 공부하고
싶어지는 원리입니다
굵은바나나|2022-11-25 오전 10:24: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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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바둑은 더욱 더 쇠락하고 있습니다.
바둑정신|2022-11-24 오후 8:20: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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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나와서 좋은점이 많습니다. 그전에는 프로정상급 대국보면 아마 입장에서 이해못하는 어려운 수가 많았습니다.
왜 저렇게 두는지 어려워서 이해를 못하는거죠. 해설자도 몰라요. 제일 해설 못한 분이 노영하 사범이지요. ㅎㅎ 옛날 이야
기입니다만.
그런데, ai인공지능 나오고 나서 해설을 보면 그런거구나 알수잇게 됩니다. ai인공지능 참고도도 어려워서 봐도 이해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프로 정상급 바둑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이디77|2022-11-24 오후 6:0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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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좁히면 됩니다. 13줄 바둑판을 사용하면 이해가 좀 더 쉬워집니다. 해설하기도 쉽고요.
Unify|2022-11-26 오후 9:24: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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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방송에서 두어번 피아노는 건반의 한계로 철학을 담기에
는 한계가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적이 있었고 과연 전문가는 다르구나 무릎을 탁 쳤었
죠. 그런데 우연히 1~2년전에 음악에 약간 깊이 들어갔었고 키스자렛의 오버더 레인보우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피아노 곡을듣고 눈물이 날줄은 상상조차 못했고 키스자렛
이나 빌에반스가 음악의 인간계 수문장 수준이었다는것을 깨닫고 한번 더 충격을 먹었죠.
외계급은 그야말로 소리가 귀와 귀 사이를 관통하는 기분이라 영혼이 이탈하는 느낌! 그것
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아직까지 자가학습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것이라고 생
각이 듭니다. 인공지능 바둑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센것도 사실이지만 신의 수
준과는 거리가 상당한 것으로 생각이 되고 또 결국 더 강한것은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또 출현하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38U96O7rA0
Unify|2022-11-24 오후 2:45: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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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fy|2022-11-24 오후 2:39: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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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fy|2022-11-24 오후 2:27: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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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1000|2022-11-24 오후 2:26:00|동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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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십결의 첫째가 부(불)득탐승입니다. 바둑은 이기려고 탐하지 말라는 뜻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둑도 자본주의 경전 첫째 장에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겨야 한다는 말에 따라 과정은 차치하고 이기고 지는 것만 따지게 됨으로써 위기십결의 첫째 경구가 빛을 잃고 있습니다. 시대 변화를 어쩔 수 없지만 모든 바둑 애호가들이 바둑을 두는 목적이 이기기를 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쪽은 그쪽대로 가고 또 오늘도 바둑을 두는 사람은 또 바둑을 두겠지요. 처음 TV가 나오고 널리 보급될 때 영화관이 모두 문을 닫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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