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1위 박정환을 꺾고도, 예상치 않았던 상대의 기권패를 안고도 패했다면?

박정환을 조한승이 이길 때만 해도 티브로드의 승리가 유력해보였다. 게다가 3국에서 정관장 선수가 지각으로 인해 기권패 당하면서 승리는 거의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정관장에는 용감한 '안씨'형제들이 있었다. 안성준-안형준 형제의 승리에 이원영의 결정타가 보태지면서 정관장은 3-2의 싱그런 승리를 안아갔다. 티브도드의 입장에선 미칠 노릇이겠지만 말이다.

7승 가운데 6승이 4-1 이상의 대승이었던 티브로드는 선두를 위협할 팀으로 꼽혔다. 만약 티브로드가 선두를 꿈꾸고 있었다면 이번 13라운드가 통한의 '패착'이 될 듯하다.

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2한국바둑리그 13라운드 1경기에서 정관장은 안형준 안성준 형제의 수훈으로 강호 티브로드를 3-2로 제압했다. 따라서 양 팀은 7승6패로 동률을 이루었으나 개인승수에서 앞선 티브로드가 5위, 정관장이 6위.

▲ 1지명 맞대결에서 승리한 조한승. 박정환은 10연승 후 2연패.

●○…박정환은 또 지고, 안성준은 또 이기고…

① 박정환-조한승 ② 안성준-허영호

오전에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을 치른 후 다시 오후 7시에 주장전을 펼치게 된 조한승. 그러나 최근 9할에 육박하는 승률을 자랑하는 박정환이 어제 물가정보배 4강전에서 많이 좋았던 바둑을 역전패한 다음이라 박정환도 좋은 컨디션을 아니었다.

박정환(흑)은 그 답지 않게 초반엔 매우 안정적으로 두었다. 좌상귀에서 흑이 뚫고 나오면서 기분 좋은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중반 들어 조금 느슨한 상황을 연출했는데, 이 틈을 이용해 하변을 급습하며 실리를 바짝 당긴 조한승이 역전에 성공했다.

실리에서 앞선 조한승이 후반 미세한 끝내기 싸움에서도 박정환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다. 계가까지 갔다면 2집반~1집반 정도의 격차에서 박정환은 싹싹하게 돌을 걷었다. 박정환은 10연승 뒤 2연패, 조한승 9승3패.

2국에 나선 안성준도 어제 물가정보배 4강전에서 이영구를 반집으로 누르고 생애 처음 결승무대에 나선 좋은 기분을 이어나갔다. 쉽지 않은 허영호를 상대로 안성준은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중앙 요석을 잡으면서 하변과 바꿔치기를 통해 승세를 굳혔다.

▲ 안성준은 난전 끝에 2지명 허영호를 꺾었다.

▲ 3국 류수항이 오지 않은 상대 김기원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김기원은 기권패.

●○…예기치 못한 기권패, 예기치 못한 역전승

③ 김기원-류수항 ④ 이원영-이원도 ⑤ 안형준-이지현

사실 1,2국이 진행되는 동안 사고가 일어났다. 3국에 출전해야 할 정관장 3지명 김기원이 지각을 하여 기권패가 선언된 것. 1승 보증수표라 믿었던 박정환도 나가떨어진 마당에 김기원이 락스타 류수항에게 기권패를 당했다면 정관장으로서는 거의 자멸이나 다름없었다. 김기원은 9시 대국인 줄 알고 허겁지겁 달려왔으나 그가 당도한 시각은 8시 29분. 규정은 20분간만 기다려준다.

티브로드는 거의 승리를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남은 4,5국 중 5국 이지현에게 보다 많은 기대가 실린다. 6승5패 안형준보다야 9승3패 이지현에게 더욱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니까.

먼저 4국 이원영-이원도의 대국이 끝났다. 서로 큰 모양을 만들었지만 후반 중앙을 파고드는 데 성공한 이원영의 승리.

역시 침착한 이지현이 앞서갔고 아무래도 속기파인 안형준보다야 후반능력이 탁월한 이지현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대국 중반 넉넉한 형세를 믿고 그만 집 차이를 좀 더 벌이려다가 방심의 한 수가 등장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안형준은 우변에서 패를 만들며 승부를 걸어갔다. 결국 전체 대마가 걸려있는 부담스런 패싸움을 극복하지 못하고서 이지현은 좌하귀 부근이 뚫리면서 역전당하고 말았다.

올 들어 처음 발생한 기권패로 인해 거의 이번 라운드를 놓칠 뻔한 정관장은 안형준의 찬스포착력에 힘입어 다시 ‘4강 싸움’에 뛰어들게 되었다.

▲ 이원영이 이원도에게 낙승. 이원도는 아직 1승도 건지지 못했다.

▲ 안성준은 최근 물이 올랐다.

▲ 승리의 주역 이원영 안형준.

●○…맘 비운 SK에너지를 조심하라!

3일(금) 13라운드 2경기 SK에너지-스마트오로 간 대결이 벌어진다. 현재 7승5패로 종합순위 3위에 올라있는 스마트오로로서는 매우 중차대한 한판이다. 만약 이 대결에서 패한다면 개인승수가 모자라는 정황상 다시 중위권으로 곤두박질친다.

① 최철한-이영구 ② 김현찬-민상연 ③ 진시영-김승재 ④ 안국현-홍기표 ⑤ 김동호-안조영(앞 SK에너지, 뒤 스마트오로)의 매치 업이다.

스마트오로가 오더에서 확실히 앞서는 경기는 3국의 김승재 뿐이다. 그러나 상대인 진시영도 상위지명 잡는 '킬러'로서 손색이 없다. 냉정히 봐서 SK에너지가 약간 두터운 오더이다. SK에너지는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갔기 때문에 맘을 비웠다는 점이 오히려 변수.

▲ 김기원의 기권패가 확정되자 조금 허탈해하는 정관장 검토실.

▲ 조한승이 박정환을 꺾자 고무된 티브로드 검토실.

2012 KB한국바둑리그는 지난해 우승팀인 포스코LED를 비롯해 넷마블, 신안천일염, Kixx, 티브로드, 한게임 등 지난해 참가팀 6개팀과 롯데손해보험, SK에너지, 정관장 등 3팀을 더했고 '스마트오로'가 마지막 제10구단으로 합류하며 역대 최다 10개팀으로 출범했다.

한국바둑리그는 이전의 '2일 1경기'를, '1일 1경기'로 변경해 속도감을 크게 높였으며, 매 경기는 매주 목,금, 토, 일 저녁 7시(1, 2국) 저녁 8시(3국), 밤9시(4, 5국)에 동시대국으로 펼쳐진다. 모든 대국은 40초 초읽기 5회. 2012 KB 한국바둑리그 규모 역시 역대 최고 40억이다.

한국바둑리그 정규리그는 10개팀 더블리그(18라운드)로 총90경기(대국 수 450국)가 벌어지며, 순위는 팀 전적(승률)→개인승수→승자승→동일팀 간 개인승수→상위 지명자 다승 순으로 가린다. 10월 말부터 열리는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상위 4팀이 스텝래더(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확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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