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저는 바둑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이재윤, "저는 바둑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흑을 잡기 위해 11집 덤을 주는 애호가, 덕영배 30주년 인터뷰
[아마대왕전]
  • 최병준|2012-11-17 오후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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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윤 대구광역시바둑협회장

'일전에 어느 분이 '(당신들은) 가버리면 그만'이라고 하더군요. 가버린 사람은 없었어요. 저는 밥 먹기 위해 바둑을 둔 것도 아니고 일하기 위해서 바둑을 둔 것도 아닙니다. 프로들은 노는 시간에 바둑을 두지 않지만 우리는 노는 시간에 바둑을 두죠. 더 좋아하고 그래서 평생을 같이 한 겁니다.' - 대구광역시 바둑협회장 이재윤(덕영치과병원 원장)

83년, 이세돌이 태어났을 그해에 아마대왕전도 함께 세상에 나왔다. 이창호와 입단동기인 김원 7단은 85년도에 아마대왕전에 출전한 바 있다. 최철한,원성진,박영훈이 태어난 해다. 김원 7단은 ' 18살이었을 것이다. 여름이라 엄청나게 더웠던 기억이 난다. 바둑 시합을 두려 세상에 나온 첫 여행이기도 했다. 예선탈락의 아픔을 겪고 말았다. 오늘 이렇게 심판위원장으로 나와 '30'주년 이라는 숫자를 보니 까맣게 잊었던 기억들이 새롭게 기억났다. 이 대회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초청 자체가 아마추어 바둑에선 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유서깊은 대회가 계속 살아남은 것은 역시 이재윤 회장님의 공로가 크다'라고 말한다.

아마대왕전은 덕영배와 원래는 다른 대회였다. 덕영배는 한 10년전부터 대구에서 아마대왕전과 다른 대회로 진행되었으나, 5년전부터 대회를 통합해 2012년 11월 17일, 대구시 덕영치과병원 7층 대회장에서 제30회 '덕영배 아마대왕전'을 열게 됐다. 30살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회와 더불어 아마추어 대회의 전통을 이어가던 학초배, 세실배, 지송배. 아마최고위전이 슬며시 하나 둘 씩 사라진 것은 아프다.

11월 17일, 대회 30주년을 맞아 27년째 대구 바둑계의 리더를 맡아온 필생의 '바둑 애호가' 이재윤 회장을 바둑TV PD, 인터넷 기자들과 함께 만났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진실로 '바둑'이었다. 그는 흑을 잡기위해 백에게 11집 덤을 줄 정도로 적극적인 바둑을 즐긴다.


▲ 이재윤 회장이 17일 대회 개막식 후 1회전 시니어 대국이 끝나가는 것을 함께 관전하고 있다. 서있는 왼쪽에 조민수 선수, 가운데 이재윤 회장, 오른쪽 대한바둑협회 안성문 전무


▲ 전기 대회 여성부 준우승을 차지했던 김신영(오른쪽)은 프로가 됐다. 현장에서 즉석 지도기를 펼쳤다. 상대는 오명철 대구바둑협회 부회장. 김신영은 '프로가 되서 대구에 오니 감개가 무량해요. 이렇게 대회장에서 와서 많은 분들께 인사까지 드릴 줄은 몰랐어요.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 정말 오랫동안 많은 바둑 대회와 행사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바둑은 제 인생의 유일한 취미입니다. 대학시절부터 그랬어요. 그래서 좋아합니다. 27년전 대구 기우회를 맡았구요, 골프는 전혀 즐기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대구 바둑계의 리더로서 한국기원의 요청에 의해 바둑본부를 창설했고 이후에는 바둑협회 등을 맡게 되었어요. 초창기 함께 하던 분들은 모두 바뀌었지만 저는 그대로 있군요. 일본 후쿠오카,히로시마 지역과의 교류, 중국 칭다오, 청두 시와의 교류도 함께 하죠. 이렇게 바둑 둘 시간에 다른 나라 말을 공부했으면 5개국어도 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물론 바둑 안두고 그렇게 공부 했으면 5개국어를 할 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지금처럼 건강하지는 못 했을 겁니다. 바둑은 제게 즐거운 것이며 계산적으로 다가가지 못 할 부분입니다. '

- 대회가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덕영배와 따로 치르던 아마대왕전이 5년전부터 함께해 덕영배 아마대왕전이 되었어요, 대구에는 오직 이 하나의 대회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구시장배와 전국체전, 내셔널리그에 지역팀이 참가히자만 개인기업이 후원하는 대회는 하나죠.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덕영배 아마대왕전은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수담을 즐기고 정을 나누고자 하는 게' 그 기본입니다.'

- 특이하게 덕영배는 덤을 7.5집으로 잡았어요. 흔치 않은데요.
'프로급의 실력자들에게는 6.5가 균형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대국자들은 흑을 선호합니다. 응창치는 7.5입니다만, 그런 것을 감안해서 시범적으로 적용했더니 승률이 5:5로 같았습니다.

- 회장님은 점 7.5면 흑입니까? 백입니까?
'당연히 '흑'입니다. 힘싸움을 위주로 하는 바둑에는 당연히 흑이죠. 저와 비슷한 바둑을 두는 사람끼리는 흑이냐 백이냐의 차이가 15집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저와 호선으로 친선 바둑을 두는 친구들은 서로 흑 잡으려고 덤을 11집까지 줍니다.'

- 회장님이 생각하는 바둑의 매력이란 어떤 것이었습니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죠. 바둑은 '심플(Simple)'합니다. 대국 한 판 하는 게 복잡하지 않아요. 게임은 단순해야 재미있습니다. 또한 바둑은 민주주의와 가깝습니다. 장기와 같은 다른 보드게임에선 왕이 잡히면 끝나잖아요. 바둑에선 한 수 한 수를 교대로 두므로 두는 가치는 동일합니다. 또한 그 속에서 최선의 수를 찾게 되므로 이는 과학과 같습니다. 그래서 최선의 수를 찾는 그 과정은 TV나 인터넷으로 보기만 해도 재미가 있는 것이죠. 네번째는 두는 사람의 집중력을 키워준 다는 것이고, 마지막 다섯째는 두는 사람들이 다함께 하며 정을 나누는 것이 되겠죠.'


- 내셔널리그 대구 덕영치과팀은 올 한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인기 높은 팀이었습니다.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내년도 선수선발의 기준, 그리고 목표가 있을까요?
'꼭 우승을 하겠다는 그런 승부에 집착하는 목표는 없습니다. 2명이 프로에 입단했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게 될 것이고, 대회규정에 의해 시니어 1명을 더 보강할 겁니다. 대구 지역 시니어 선수 1명이 추가될 것입니다. 함께 하던 사람들과 계속하겠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번 후쿠오카와의 교류전에 우리 덕영팀도 함께해 많은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 최근 기억에 남는 일은?
'김원 사범이 대구에 온 이후 2~3명이 연이어 입단을 했어요. 내셔널리그팀의 김신영 선수도 입단했구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매년 1~2명의 프로를 광역협회에서 뽑을 수 있으면 좋겠어여. 프로의 문을 넓혀 바둑의 붐이 일어야 하지 않겠어요 '

- 이재윤 회장님 스스로에게 바둑이란 무엇일까요?
'일전에 허동수 이사장님(한국기원), 조건호 회장님(대한바둑협회)과 함께 점심을 함께 하는데 동석한 어느 분이 '(당신들은) 가버리면 그만, 남은 사람은 평생'이라고 하더군요. 가버린 사람은 없었어요. 저는 밥먹기 위해 바둑을 둔 것도 아니고 일하기 위해서 바둑을 둔 것도 아닙니다. 프로들은 노는 시간에 바둑을 두지 않지만 우리는 노는 시간에 바둑을 두죠. 더 좋아하고 그래서 평생을 같이 한 겁니다. 제가 이렇게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이렇게 있지 않습니까.'

- 많은 바둑애호가 분들께 한말씀 나누시자면
'바둑은 두뇌 스포츠의 가장 좋은 종목입니다. 사람들이 치매를 걱정하는데 전 항상 바둑 두는 사람은 1명도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랑하곤 하죠. 늘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좋습니다, 모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제30회 아마대왕전의 우승상금은 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300만원이다. 시니어 32강과 주니어 32강을 초청하며, 별도로 여성부 시니어와 주니어를 초청해 풀리그를 펼친다. 어린이부는 4년전에 생겼다. 17일 16강을 선발한 대회 시니어 주니어부는 18일 토너먼트로 우승 준우승자를 가린다.


▲ 심판위원장 김원 7단(오른쪽)과 대구바둑협회 연구생 지도사범을 맡고 있는 유경민 프로


▲ 시니어 대국장면


▲ 주니어 대국장면


▲ 어린이부 대국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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