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전날 밤 12월8일 김지석 9단과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중국 시안, 대국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의 훠궈집이었다.

훠궈는 중국식 샤브샤브다. 모처럼 바둑 동네 사람들이 중국 땅에서 오손도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회 관계자, 기자, 피디가 식사용 앞치마를 둘렀다. 식탁 가운데는 육수가 펄펄 끓고 있었다. 얇게 저민 양고기와 버섯과 채소를 첨벙 집어 넣었다가 재빠르게 꺼내 먹는 그거다.

다들 농담들을 하면서도 김지석이 부담스러워할 만한 화제는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암묵적인 저마다의 약속이었다. 기자만 그런지는 몰라도 먹는 것까지도 조금은 조심스럽다. 새우도 건져 먹고, 두부, 면 각종 건더기를 집어 넣어보고 있는데, 김지석이 갑자기 종업원을 부른다. 그러더니 추가로 주문을 한다.

“돼지 뇌 좀 갖다 주세요.”

▲ 가운데 하얀 게 돼지 뇌다.

‘으잉?’ 서유기에서 원숭이 뇌를 먹는 이야기를 읽은 적은 있는 기자는, 오늘날 중국에 이런 음식이 있는지조차 모르던 터라 귀를 의심했지만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다. 재차 확인해 봤는데, 정말 돼지 뇌란다. 언젠가 베이징에서 한번 맛 본 뒤로 김지석이 또 찾게 되는 메뉴란다.

기자한텐 파격적인 음식이지만, 김지석은 잘도 먹는다. 곱상한 외모의 김지석이 돼지 뇌를 젓가락으로 쪼개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노라니 참 신기하다.

김지석은 9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중국 시안 그란 멜리야 호텔 특별대국장에서 탕웨이싱 9단(中)과 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 1국을 시작한다. 맛있게 먹은 저녁 덕에 컨디션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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