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B국민은행바둑리그 16라운드 4경기
신진서-강유택 대국서 희귀한 형태의 <3패빅> 발생
티브로드-CJ E&M 빅뱅 대결 무승부로 끝나

12년 바둑리그 역사상 최초의 '3패빅'이 출현했다. 무대는 2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티브로드와 CJE&M의 16라운드 4경기. 주인공은 강유택과 신진서였다.

이날 양 팀의 3국 주자로 출전한 두 사람은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3패'가 발생했다. 같은 3패라 해도 한쪽(신진서)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특이한 형태. 말하자면 신진서로선 절대 지지 않는 보험을 들어 놓고 대국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우하귀 공격 과정에서 망하자 하는 수 없이 무승부를 택했다.

2004년 출범 이래 12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바둑리그에서 '3패 빅'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생 가야 한 번 보기 힘들다는 3패빅은 프로의 예선시합에선 몇 차례 등장한 일이 있지만, 본선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다. 국내에선 1978년 장두진 3단과 한철균 2단의 대국에서 3패빅이 등장한 것이 최초 사례. 바둑리그는 2년 전 최철한-안성준 대국에서도 '장생 무승부'가 나와 대단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3패빅'으로 종료된 강유택-신진서 대국의 실제 판.

▲3패빅이 발생한 장면. 상중앙의 3패는 흑만이 무승부를 만들 수 있는 보기 드문 형태. 형세가 유리했던 신진서에게는 아무 때나 행사할 수 있는 '꽃놀이'나 다름없었으나 우하 공격에서 크게 실패하자 마지 못해 3패빅의 권리를 행사했다. 흑A,백B 흑C로 따내는 순환패가 두 번 반복된 끝에 무승부로 처리 됐다.

티브로드-CJE&M 대결도 무승부로 끝나

강유택-신진서의 '3패빅'으로 시작한 이날 경기는 결국 팀 승부까지 무승부를 만들었다. 같은 9승4패의 두 팀이 리그 선두자리를 놓고 맞붙은 경기로 우승 후보간의 '빅뱅 대결'이었다. 이기는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짓고 나아가 챔피언결정전 직행까지 바라볼 수 있는 중차대한 승부.

강유택이 천만다행으로 무승부를 만들면서 승부는 티브로드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뒤이어 2지명 이동훈이 2지명 동급대결에서 이지현을 꺾었고, 양 팀 주장의 맞대결로 긴장감을 불어넣은 1국(장고)에선 박정환이 강동윤에게 회심의 역전승을 거두며 2승 1무로 앞서갔다.

▲제1국. 박정환이 흑진 속에 갇혀 있던 백 대마를 그림 같은 수순으로 살려내며 형세가 역전됐다. 승리한 박정환은 11승째를 거두며 강동윤 나현 최철한과 다승 공동 2위를 마크했다. 선두는 12승의 윤준상.

하지만 패배의 위기에 몰린 CJ E&M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박승화가 3패만을 당하고 있던 김승재를 꺾은 데 이어 마지막 대국에서 강승민이 윤찬희를 제압하면서 1무 2패를 2승1무 2패로 만들었다. 신진서의 무승부, 강동윤의 역전패애 낙담하던 CJ E&M은 크게 가슴을 쓸어내렸고, 승리를 눈앞에 뒀던 티브로드는 씁쓸한 뒷맛을 다셨다.

무승부를 기록한 두 팀은 규정에 의해 0.5승씩이 더해져 나란히 9.5승 4패가 됐다. 이긴 것만은 못하지만 10승이나 진배없는 것으로 잔여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시되는 전적이다.

달갑지 않은 것은 상상도 못 했던 무승부를 지켜보는 경쟁팀들의 입장이다. 이날 경기를 치른 티브로드와 CJE&M 모두 두 경기가 남은 상태지만 설령 다 진다고 하더라도 Kixx(9승.1경기)와 신안천일염, SK엔크린(8승.2경기) 등 경쟁팀들은 남은 경기를 전승하지 않는 한 두 팀을 따라잡을 수 없다. 어느 팀이든 패한 팀을 잡으려 했던 이들 팀의 입장에선 두 마리 닭이 동시에 지붕으로 올라간 격이 됐다고나 할까.

이로써 16라운드를 마친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이번 주 추석 연휴 때 벌어지는 17라운드와 그다음 주 18라운드를 소화하면 6개월의 정규시즌을 마감한다. 이어 상위 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탭레더 방식으로 최종 순위를 다툰다. 팀 상금은 1위 2억 원, 2위 1억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제2국. 양 팀 2지명간의 동급 대결에서 이동훈이 두터운 반면 운영으로 이지현을 꺾었다.

▲제5국. 막바지 미세한 상황에서 김승재에게서 대착각이 나오면서 박승화가 승리를 가져갔다.

▲제4국. 강승민이 윤찬희를 상태로 초반 우세를 끝까지 지킨 끝에 귀중한 팀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리그 2연패를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티브로드. 이날의 무승부에 대해 이상훈 감독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개인 승수가 부족한 CJ E&M에서도 이날의 무승부는 좋으면 좋았지 나쁜 결과는 아니다. 이날 낮의 광화문 차없는 날 행사에 참가한 비바도장 원생들이 김승준 9단과 함께 검토실을 가득 메웠다.

KB리그 운영본부가 제공한 사진과 글을 사이버오로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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