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팬들은 술렁였다.
신진서 9단을 맞이한 안성준 9단이 계속해서 우세했다.
60수 부근에서 우세해지기 시작해서 130수를 지날 때도 안성준 9단의 우세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일 내는 것 아닌가’

안성준은 이전 신진서에게 11전 전패를 하고 있었다. 더구나 신진서는 63개월 연속 한국랭킹에서 1위로 독주 중이고, 지난해 말부터 16연승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국갑조리그 팀 승리를 견인했고, 농심신라면배 한국 우승을 견인했고, 부담스런 중국의 차세대 간판 왕싱하오를 스트레이트로 꺾고 난양배 초대 우승을 달성했다.

바둑팬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나 신진서 매직은 늘 그렇듯 생각지 못한 시각에 찾아왔다. 약한 상변 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안성준의 예봉을 피하더니 신비로울 정도로 깔끔한 타개를 해냈다. 이후 안성준이 까다로운 숙제를 냈지만 신진서는 수상전 결과에서 자신이 이긴다는 걸 확신하고 그대로 바둑을 끝냈다.

6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에서 펼친 제3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16강전에서 신진서는 안성준에게 204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하며 8강에 올랐다. 국후 신진서는 “초반에 승기를 잡을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패싸움 끝나고 나서는 안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계속 안 좋다가 나중에 실리로 많이 버텨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17연승을 달리게 된 데 대해선 “컨디션은 괜찮은 것 같다. 다만 좀 피곤한 느낌은 있는데 이기고 있어서 기세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안성준과의 상대전적에서도 12승무패(2014년~2025년)를 이어가게 됐다.

맥심커피배 8강에 한국랭킹 2위 박정환 9단과 대국하게 된 신진서는 어쩌면 GS칼텍스배 8강에서도 박정환 9단과 맞붙게 될지 모른다. 박정환이 16강전에서 김민석 4단을 꺾고 올라온다면 그렇다. 이를 놓고 신진서는 “세계대회에서만 대진운이 안 좋은 줄 알았더니 국내대회에서도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마지막에 사활 상황에 대해선 “(마지막에 좌변에서) 100% 살았다고는 생각했는데 흑이 집으로 좋은 수를 잘 두어오면서 만만치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매일경제신문과 MBN, 한국기원이 공동주최하고 GS칼텍스가 후원하는 제3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3000만 원이다. 생각시간제로는 시간누적방식(피셔방식)을 적용해, 기본시간 각자 30분에 매수 추가시간 30초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