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중국 시나닷컴] 미녀 기사의 커리어 전환 “바둑만으론 생계 어려워” 외모로 경계 허물다 ☞클릭

‘바둑계의 스위트하트’로 불리는 대만 출신 프로 4단, 위리쥔(俞俐均).

바둑팬들에게 그녀는 첫인상은 단연 ‘미녀 기사’였다. 그 빼어난 외모 덕분에 적지 않은 인기를 얻었다. 시나 웨이보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선 그녀는 여느 때처럼 양갓집 규수 같은 단아한 모습이었다.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수줍음이 살짝 묻어났다. 질문에 답하기 전에는 늘 “음...” 하고 부드럽게 읊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번에 시나 웨이보에 오기 전, 위리쥔은 쿤밍(昆明)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요즘 정말 바빴다. 쿤밍에서 열린 아세안 바둑 교류전에 참가했는데, 낮에는 공식 행사에 참여하고 밤에는 게임 스트리머로 활동했다. 바둑과 게임, 둘 다 제게는 큰 즐거움이다”

인터뷰 전날, 지인들과 훠궈(샤브샤브와 비슷한 중국요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눌 때만 해도 그녀는 무척 편안한 모습이었다. 대화가 무르익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술술 털어놓던 그녀였지만 막상 스튜디오의 카메라 앞에 서자, 그녀는 다시 수줍어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대뜸 ‘수입’이라는 민감한 주제부터 던졌다.

프로 바둑기사라는 직업, 과연 바둑만 두어서 자신을 부양하고 이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위리쥔은 자신의 수입이 불안정했으며 오직 성적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만기원 대회의 최고 우승 상금이 180만 신대만 달러(약 7,700만 원)다. 끝까지 연승해서 우승하면 그 상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첫판에서 지면 대국료는 3,000 신대만 달러(약 13만 원)에 불과하다. 승패가 곧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수입이 정말 보잘것없다”

“성적이 가장 좋았을 때 연 수입이 70만~80만 신대만 달러(약 2,900만~3,400만 원) 정도였고, 아주 안 좋았을 때는 10만 대 신대만 달러(약 420만 원대)에 그치기도 했다”

위리쥔이 밝힌 액수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할 만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프로기사가 대국 한 판에 수백만 원을 받고,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만으로 수억 원을 버는, 돈 벌기 쉬운 직업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문제는, 피라미드 정점에 오를 수 있는 고수는 소수라는 점이다. 대다수 프로기사의 현실은 바둑만 두어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기원 소속 기사 중에서는 대략 상위 30위에서 50위권에 들어야 순수하게 대국료와 상금만으로 생활할 수 있다. 이는 그나마 갑조리그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의 프로기사 수는 엄청나다. 올해 상반기에만 랭킹 변동이 있었던 활동 기사는 450명이며, 비활동 기사는 쿵제, 추쥔, 마샤오춘 등 일선에서 물러난 기사들을 포함해 499명이 있다. 이를 보면, 바둑만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전체 활동 기사의 10% 안팎, 전체 프로기사 수의 5%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터넷상에서는 여자 기사가 남자 기사만큼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위리쥔은 오히려 오해라며 여자 기사들이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 대회에는 여자 기사도 참가해서 상금에 도전할 수 있지만, 여자 기사들만 출전하는 대회에는 남자 기사들이 나올 수 없다. 여자 기사들이 대국할 기회가 더 많은 셈이다. 수입의 높고 낮음은 결국 성적에 달린 문제다. 2년 전 최정 선수가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서 준우승했을 때 상금이 많았고. 그해 수입이 엄청났다”

다른 프로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만이 가장 큰 승자가 된다. 피라미드의 허리와 하단에 위치한 프로기사들에게 오직 바둑에만 몰두할 수 있는 삶은 대부분 꿈에 가깝다.

그런 프로기사 중 상당수는 바둑을 가르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로기사가 입단 준비생에게 지도기를 두고 복기까지 해주는 데 받는 비용은 한 번에 약 1,000~1,500위안(약 18만~27만 원) 정도이며, 이러한 시장 수요는 결코 작지 않다.

위리쥔은 이 점에 대해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생계와 미래를 위해 이미 커리어 전환을 선택했으며, 바둑은 더 이상 자기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최정상급 남자 기사들은 바둑을 가르치지 않아도 대회와 상금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저 같은 경우는 100% 바둑만으로 생계를 꾸릴 수는 없다. 다른 일과 기회를 찾고, 배우고, 전환해야 했다”

“게다가 기사의 전성기는 평균적으로 30세 이전이다. 그 이상 실력이 늘기는 정말 어렵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대부분의 프로기사는 은퇴하면 바둑 교사나 바둑 교육 관련 일을 한다. 제가 아는 기사들도 대부분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위리쥔이 말한 ‘예외’는 그녀의 새로운 길이 바둑 교육이 아닌, 게임 스트리머 분야로의 진출이었음을 가리킨다.

“아직은 노력하는 단계지만 게임 스트리머로서의 수입은 꽤 만족스럽다. 몸은 좀 피곤해도 감수할 만하다”

이제 게임은 위리쥔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게임 방송에서 그녀는 게임을 조작하며 팬들과 농담을 주고받는데, 인기가 상당하다. 바둑을 잘 모르는 네티즌들도 그녀의 미모에 이끌려 방송을 찾아와 응원하곤 한다.

“제 팬들을 분석해봤는데, 약 93%가 남성분들이다. 비율이 아주 높다. 이런 남성 팬분들의 지지 덕분에 제가 게임을 할 수 있고, 게임 관련 비즈니스 제안도 받을 수 있는 거라 마음 깊이 정말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는 메이크업이나 패션 스타일링처럼 여성분들이 더 흥미를 느낄 만한 콘텐츠도 해보고 싶다. 남녀를 떠나 저를 지지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부인할 수 없이, 외모는 위리쥔이 바둑계의 경계를 넘어 폭넓은 인기를 얻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그녀를 ‘꽃병(얼굴만 예쁜 사람)’이라 부르지만, 그녀는 이미 그런 평가에 무뎌졌다.

“꽃병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사실 기분 나쁘지 않다. 남들이 말하는 뜻은, 보기엔 좋지만 쓸모는 없다 즉 얼굴은 예쁜데 실력은 별로라는 거겠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별로 신경 안 쓴다. 괜찮다”

외모는 양날의 검이다. 때로는 거침없는 순풍이 되어주지만, 때로는 그 사람이 뒤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가려버리는 섣부른 꼬리표가 되기도 한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위리쥔 역시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살아남았다. 프로기사가 되는 것 자체가 수천, 수만 명이 하나의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아서, 그 경쟁은 대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바둑 인구 평균 14,580명 중 단 1명만이 프로기사가 된다. 게다가 남녀 기사 비율이 8대1에 달해, 바둑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자 기사는 더욱 귀하다.

위리쥔이 바둑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그야말로 ‘무심코 심은 버드나무가 그늘을 만든 격(無心插柳柳成蔭)’이었다. “집안에 바둑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언니를 따라 기원에 갔을 뿐인데, 제가 언니보다 더 진득하고 차분하게 앉아 한 판의 바둑을 끝까지 둘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한번은 남자아이들 시합에 인원이 부족하다고 저를 데려가 수를 채웠는데, 제가 덜컥 이겨버렸다. 그걸 보신 어머니가 제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셨다. 처음에는 수동적으로 바둑을 배웠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마추어 6단이 되면서부터 제 자신의 꿈을 갖고 저 자신을 위해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열여덟살, 대학에 갈 것인가 프로기사가 될 것인가. 위리쥔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대학 입시와 프로 입단 시험이 동시에 있었다. 저는 둘 다 응시하고 결과를 보기로 했다. 마침 프로 입단에 성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됐다”

“만약 바둑을 두지 않았다면 아마 평범하게 대학 가고, 회사에 다니는, 바둑을 좋아하는 직장인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선택의 기회가 와도 저는 프로기사가 될 거다. 바둑을 배운 것도, 프로기사가 된 것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에는 한국기원에서 1년간 훈련했는데, 그때 제 기량과 다른 모든 면이 정말 빠르게 성장했다”

“지금 활동 중인 기사 중에는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예전에 이창호 사범님을 정말 존경했다. 기량은 물론이고, 표정이 없어서 희로애락을 읽을 수 없는 그 강인한 평정심이 정말 감탄스러웠다”


전성기 시절, 위리쥔은 대만 여자 명인전과 여자 최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8강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2022년, 그녀는 바둑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이다. “당시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대표 자격을 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은 4년에 한 번인데, 제게 다음 4년이 또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마침 그때 여러 비즈니스 제안과 행사 초청을 받았는데, 예전 같았으면 모두 거절했을 거다. 그치만 당시 너무 힘들어서 한동안 바둑을 두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다른 일을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다”

“최종 선발전에서 지고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이제 내 기량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바둑에 모든 걸 쏟아부어도 실력이 더 늘긴 어려울 것 같았고, 미래가 막막하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게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설령 제가 대표로 뽑혔더라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그 또한 별거 아니었을 테니까. 모든 것은 결국 최선의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간절히 원했지만 얻지 못했던 것을 막상 내려놓으려 하자 오히려 새로운 길이 열렸다.

올해, 위리쥔은 중국 여자 갑조리그에서 출전 제의를 받았다. 그녀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여자 갑조리그 참가는 처음이다. 꿈에 그리던 최고 수준의 단체전이라, 초청을 받고 정말 기뻤다. 한편으론 좀 의외였다. 지금은 제게 약간 애매한 시기라서다. 3~4년 전, 바둑에 모든 걸 쏟아부었을 때가 제 최전성기였는데, 최근 2년은 커리어 전환을 하느라 훈련이나 시합에 100% 집중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 여자 갑조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도 스폰서와 단장님께서 경기장 밖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저를 알게 되면서 얻은 기회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위리쥔이다. 바둑이라는 세계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접했고, 그 경험이 결국 그녀의 바둑에 자양분이 되어 돌아왔다. 이는 아마도 ‘공부는 바둑판 밖에 있다(功夫在棋外)’는 말의 또 다른 의미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승부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했다. 바둑이 제 전부였고, 지기라도 하면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삶을 접하고, 바둑 외의 많은 것을 배우면서 인생에는 바둑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요즘은 바둑 훈련 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 그런데 여자 갑조리그는 단체전이라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자투리 시간에 훈련을 하려고는 한다. 그러나 비중이 정말 적다. 최근 한동안은 훈련을 거의 못 했다. 이번 달만 해도 바둑 관련 활동이 시간의 80%를 차지했고, 나머지 20%는 개인 방송과 SNS 활동이었다”

“하지만 대회가 다가오면 반드시 훈련 시간을 확보할 거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제게 아주 좋은 기회다. 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해도 스마트폰만 켜면 언제든 훈련할 수 있으니. AI는 정말 중요한 바둑 스승이다. 벼락치기 같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바로 커리어 전환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선택과 집중이다”

위리쥔처럼, 많은 여자 기사들이 개인 방송에 뛰어들고 있다. 이 새로운 트랙은 그들에게 더 많은 직업적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다른 기사분들이 방송하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힘도 커지지 않는가. 많은 분이 여자 기사들의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될 테니, 이것 역시 좋은 일이다”

“2년 전 미디어 분야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댓글을 전혀 안 봤다. 하지만 나중에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아직 이 분야를 배워가는 중이라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브이로그를 찍고, 바둑 지식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팬들의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영상 품질이나 내용에 대해 의견을 듣고 개선해나가고 싶었다”

“칭찬 댓글을 보면 당연히 기쁘다.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다만 제가 살쪘다는 댓글을 보면, 그건 좀 신경 쓴다(웃음)”

“요즘도 틈틈이 다른 영상들을 찾아본다. 사람들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알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니까. 배워야 할 게 정말 많다”

“어쩌면 저는 남들이 저를 욕하는 걸 보는 걸 꽤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욕한다는 건 그만큼 저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이런 말도 있다. ‘욕을 먹는다는 건 당신이 꽤 핫하다는 증거’라고(웃음)”


미래에 대해, 위리쥔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야가 넓어지자, 눈앞의 길 또한 환하게 트였다.

“미래에 대한 제 바람 중 하나는, 앞으로 비즈니스 기회가 점점 더 많아졌으면 하는 거다(웃음). 지금은 막 시작해서 운영 상황을 배워가는 단계다. 예전에는 바둑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자료 검색조차 할 줄 몰랐고, 바둑 사이트 외에는 다른 웹사이트를 열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접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아졌다”

“두 번째는 즐겁게 바둑을 두는 것이다. 커리어를 전환하고 나니 바둑 두는 시간은 줄었지만, 오히려 더 행복해졌다. 지금은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행복하고 기쁜 일이다. 예전에는 그저 압박감과 막막함 속에서, 바둑을 위한 바둑을 두는 느낌이었다. 제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제 바둑은 제 전부가 아니라,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가 되었다”

자신의 인생 선택지를 풍부하게 만들고, 바둑을 순수하게 즐기며,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목표를 탐색하고 추구하는 위리쥔. 그녀의 인생은 이제 더욱 넓고 자유로워졌다.

스물여섯 살 ‘바둑계의 스위트하트’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글·리푸리(李普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