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 팀 승리를 하면서 기뻐하는 사이버오로의 박지은(1지명, 왼쪽)과 이민진.
이창호 9단과 박지은 9단은 2000년대 초중반, 해마다 열리는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남·녀인기상을 매번 수상하며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신기한 것은, 오랜 시간 두 사람은 공식대국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시니어가 된 뒤 한 판을 두었다. 그것이 올해 대주배 16강이었다. 4월, 이창호가 백으로 불계승했다.
그러곤 22일 서울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레전드바둑리그 2라운드에서 두 사람이 두번째 공식대국을 치렀다. 이창호는 지난해 우승팀 수소도시완주의 1지명, 박지은은 신생팀 사이버오로의 1지명. 이 대국에서 이창호가 불계승했다. (팀 승리는 사이버오로가 가져갔다. 이민진과 박승문이 각각 권효진, 강훈에게 승리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포석으로 조심스럽게 탐색전을 펼친 초반, 이창호가 재미있는 모양의 2선 침투를 감행했다. 생소한 모양은 아니고, 알파고가 등장하기 전부터 있던 수법이긴 하지만 대처법은 사뭇 달라진 것 같다. 인공지능이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변화도를 다음에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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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팀 사이버오로의 승자 이민진과 박승문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민진은 '지난 일은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고, 오늘도 공배를 메우는데 너무 떨려서 신중히 메웠다'고 했다. 박승문은 '완주팀은 우승 후보인데 저희가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 사이버오로의 이기섭 감독(오른쪽)과 3지명 박승문이 함께 검토를 하고 있다.
▲ 관심을 모았던 1지명전의 복기 장면. 이창호(수소도시완주)-박지은(사이버오로). 우변 급전에서 주도권을 잡은 이창호가 승리를 놓치지 않았다.
[장면도] 이창호가 1로 침투했다. A, B를 맞보기한다.
[그림1] 1이 고전적인 응수. 지금도 나쁘지는 않다. 백은 나중에 A로 건너는 수단을 남겼다.
[그림2] 실전에서는 백1에 대하여 2로 받아 건넘을 차단했는데, 백이 3으로 건너가면서 득점했다. AI가 2가 조금 느슨했다고 판단했다.
[그림3] 8까지 전투가 급박해졌다. 이 전투를 거치면서 이창호가 우세해졌다.
[그림4] 흑의 응수로는 어떤 대안들이 있었을까. AI는 1도 괜찮다고 한다.
[그림5] 4까지면 '아름다운' 바꿔치기가 일어난다. 호각의 결과.
[그림6] 인공지능이 최강의 응수로 꼽는 수는 1의 어깨짚기다. 당초 백이 2선 침투해 온 것을 외면하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작전일까?
[그림7] 1로 받아준다면 6까지 중앙을 두텁게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수순은 최대한 쉽게 재구성했다).
[그림8] 1로 반발하면 2로 강력하게 밀고 들어갈 수 있다.
[그림9] 백이 3까지 두면, 4의 마늘모가 감칠맛 난다. A와 B를 맞본다.
[그림10] 이후 백이 1로 잇는 것이 최선. 6까지 흑도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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