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자바둑 전성시대, 여자프로에게 배우자!
지금은 여자바둑 전성시대, 여자프로에게 배우자!
[썰전說戰]
  • 김성룡|2018-02-16 오후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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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식에서 깜찍한 포즈를 취한 여자선수들.

#1 ‘잘 나가는’ 한국 여자바둑, 어떻게 반전상황 만들었나?

조영숙 선생님 때의 1960-1970년대 얘기는 잘 모른다. 내가 태어나기 전 얘기를 하는 것도 이상하고. 90년대로 접어들며 여자 입단대회가 생겼다. 첫 입단자는 남치형, 이영신이다.

입단과 함께 학업에 열중한 남치형과 달리 이영신은 바둑에 매진했다. 물론 이영신도 대학을 다녔다. 여자바둑의 기틀을 만드는 데에는 사실 권갑용 사범의 공이 절대적이다. 당시엔 여자가 바둑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도 없었지만 가르치는 사람도 없었다. 두 딸이 바둑을 배웠기에 권갑용 사범은 학원과 도장에서 자연스레 또래의 여자아이들을 가르쳤고 훌륭하게 키웠다. 90년대 ‘강남 권도장’ 하면 여자기사들의 산실이었고 윤영선, 김민희, 하호정, 강승희 등 어린 10대기사들이 연일 최연소 입단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000년대 접어들며 이세돌, 최철한, 원성진, 윤준상, 이영구 등 ‘권도장’ 최고 스타들의 활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90년대 여자프로가 되려면 권도장이라 할 정도였다.

윤영민, 하호정은 전국어린이대회 우승을 했다. 여자바둑이 전국어린이대회 우승하던 때는 이들 세대 말고는 바둑계 역사상 없다. 더구나 하호정은 결승에서 이세돌을 이기고 우승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금같이 프로가 되어도 도장에서 공부를 하거나 국가대표 시스템에 의해 어린 영재들을 양성하는 그런 제도가 당시엔 없었다. 프로가 되면 본인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일본의 전통을 우리도 그대로 따르다 보니 어린 여자기사들은 그야말로 방치상태가 된 것이다. 여자기사들은 한국기원의 무책임한 처사에 큰 상처를 받았고 대부분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학교공부로 전향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 이 패턴은 이어졌다.

▲ 1975년 9월 25~26일 벌어진 제1회 여류입단대회 모습. 한국 최초의 여자기사 조영숙, 윤희율 초단이 탄생했다. 오른쪽 맨앞 대국자가 윤희율 선수다.


▲ 15년이 지나 재개된 여자들만의 입단대회. 1990년 11월 열린 2회 여류입단대회에서 남치형, 이영신 두 명이 입단했다. 왼쪽부터 윤영민, 윤영선, 맨오른쪽에 수읽기에 여념이 없는 남치형 선수가 보인다. 거의 30여 년 전 사진으로, 감회가 새롭다. 지금 여자바둑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해야하나.


#2 상황반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3년 전 여자리그가 시작됐다. 중국이 여자리그를 창설한 데 자극을 받아 우리도 만들었다. 중국도 그동안 여자기사들에 대한 방치수준이 심했는지(국가대표라는 제도가 있어 우리보다는 덜했지만) 정관장배 단체전 주역인 판웨이징, 왕샹윈 등 대다수가 대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한 여자기사는 중국 여자리그 참가 때 감격해 울었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

우리 여자리그는 창설과 함께 용병제도를 채택했다. 그리고 지역연고가 있는 선수를 지역팀 우선 배정했다. 지방투어도 적극적으로 했고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바둑리그의 문제점을 마치 우리는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는 듯이 다 바꾸었다. 바둑TV 시청률이 대박을 쳤다. 여자바둑 재미있네, 소리가 나왔고 수준도 생각한 것보다 상당하네,였다. 중국의 톱 용병들도 저녁대국과 속기대국에 흔들렸고 자신들이 보기에 무명인 줄 알았던 한국기사에게 당하자 다음해엔 중국 여자리그에 한국 여자기사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실 용병제도는 바둑리그가 훨씬 이전에 논의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채택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밥그릇 때문이다. 용병을 쓰면 바둑리그 4지명부터 퓨처스리그 선수들 대략 40명 이상은 ‘신분’이 변한다. 그런 이유로 시행하지 못했다. 당시엔 우리 남자바둑이 중국과 대등하던 때였다. 지금은 시행하고 싶어도 중국기사들의 몸값이 비싸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둑리그의 시청률은 여자리그 올라가는 것과 정반대로 하락했다.

2017년 여자바둑이 재미있었던 데에는 한가지 확실한 요소가 있다. 아마 방송을 보신 분들은 변화를 감지하셨을지 모른다. 물론 실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더 흥미를 끈 점과 다양한 기전이 생기며 여자기사들의 얼굴이 익숙해진 면도 없지 않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이 있다. 바로 ‘피셔방식’ 도입이다.

○● 피셔방식, 시간제 대세될까 ☜ 관련기사 클릭

▲ 피셔방식에 사용하는 전용 초시계.


현대바둑은 빠르게 두는 바둑으로 변해왔다. 당연히 초읽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의 방식은 마지막 “아홉”할 때 두기만 하면 다시 초읽기 시간이 처음부터 리셋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뻔한 곳에서도 바로 두지 않고 이 시간을 활용해 다른 곳의 수읽기를 한다고 안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전같이 다음날 신문 관전기로 바둑을 보던 시대면 상관없다. 그런데 지금은 방송으로 바둑을 보는 시대다. 단수 쳤는데 ‘아홉’에 두면 솔직히 “니가 사람이냐~” 이런 말 나올 때 많다. 해설할 때 프로는 시간을 활용할 줄 안다고 말하지만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자바둑 2시간 본 거랑 남자바둑 2시간 본 차이를 설명하라고 하면 여자바둑은 집중이 잘되고 승부처에서 호흡을 같이 하게 되는데 남자바둑은 지루하다는 점이다. 2017년 여자바둑은 대다수의 기전에 피셔방식을 적용했다. 반면 남자는 아직 검증이 덜 되었다고 도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둑팬들을 위해서라도 올해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3 어려울수록 더 파격적으로

90년대 바둑을 사실상 포기했던 10대 여자기사들이 대학교수, 여자리그 감독이 되고 2000년대 바둑을 포기했던 여자기사들은 기사회장이 되었거니와 방송, 꽃보다 바둑센터, 바둑의 품격, 대학강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이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데에는 상황에 따른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내가 보기에 적어도 학교교육을 통해 다양성을 가진 게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바둑계에서 바른얘기 하는 사람들은 여자기사들이다. 그리고 발전적으로 남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여자기사들의 발전된 모습에 심한 자극을 느껴서이다.)

우리 바둑계를 보면 남자들은 여자보다 훨씬 어렵게 프로가 된다. 된 이후에도 엄청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점이 학교교육을 받을 여유를 앗아간다. 좀 더 뛰어난 아이들에겐 기원, 도장, 선배 프로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학교공부하면 최고가 되기 어렵다고 몰아붙인다. 그 중 성적이 나기 시작해 자신감이 붙을 즈음엔 군대문제가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상황을 1년, 2년 견디다 종내엔 28살이 되고 조카뻘들과 함께 군복무를 하게 된다. 제대하면 30살. 바둑은 이제 점점 힘들고 대학 졸업장도 없고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니 다른 걸 하기도 어렵다. 결국 한국기원 관련 일을 해야하나 자리가 많지 않다.

지난해 여자기사들(또는 여자기전)의 눈부신 발전은 이런 고전 속에 바둑만 열심히 했던 20~30대 남자기사들에겐 반대로 상처가 되고 있다. 여자기사들의 힘들었던 시간을 남자기사들도 반면교사로 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 국내바둑은 물론 세계바둑을 휩쓸고 있는 최정 9단. 2018년에도 독주할 수 있을까.


#4 잠시 전망: 그렇다면 ‘잘나가고 있는’ 2018년 여자바둑계는?

우선 최정은 여자바둑에서만큼은 남자바둑의 커제보다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루이 9단 전성기와 비교한다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중국의 위즈잉과 아직 실력에서 완벽히 앞섰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오유진, 김채영, 김다영과 내전도 치러야 한다. 만만치 않은 상대가 즐비해 항상 긴장해야 하는 장점도 있지만 여차하다간 한순간에 여왕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상금이나 여러 면에서 여자바둑은 2018년을 기점으로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여자대회도 우승 1억원 시대가 열리고 있고 국내대회도 여자대회의 창설이 훨씬 많이 이뤄질 것 같다.

이런 점은 여자바둑을 바라보는 꿈나무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 더 많은 유망주 탄생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되기도 할 것이다. 영재발굴단으로 유명한 ‘초딩’ 김은지(2007년 5월27일생)는 또래의 남학생들을 압도한다. 얼마 전 미래의 별 대회에서는 프로 언니들에게 3승을 거두며 본선 24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만약 3월초에 끝나는 여자 입단대회에서 프로가 될 경우 31년 만에 이창호 9단의 기록(11세 1개월)을 10세 9개월로 경신할 수도 있다. 고무적인 것은, 최정의 어릴 때보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스템이 갖춰 있는 현재, 김은지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루이 이후 남자기사와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여자기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자바둑계는 박지은, 조혜연, 김혜민의 베테랑들과 오정아 박지연의 만만치 않은 언니들과 최정, 오유진, 김채영, 김다영의 폭발력을 갖춘 스펙트럼이 형성돼 있는 데다 여기에 김민정, 김경은, 허서현 등의 청소년 그룹이 튼튼하게 자라고 이 뒤를 다시 김은지를 위시한 알파고 세대 초딩그룹이 가세해 경쟁하는 여자바둑 르네상스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 2017 여자리그를 후원한 엠디엠그룹 문주현 회장이 공로상을 받자, 여자기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단상에 올라가 꽃다발을 건넸다. 대상시상식에서 이렇게 많은 여자기사로부터 꽃다발 세례를 받기는 또 처음이라 시선을 끌었다. 예기치 않은 꽃다발 세례를 받은 문주현 회장은 감격어린 표정으로 '3년전부터 후원해 오고 있는데 공로상을 받은 걸 보니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꽃다발 잊지 않고, 더 열심히 후원하겠습니다.'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대회를 지속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5 남자프로기사들의 미래는 한국기원의 미래, “여자기사에게 배울 때!”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촘촘한 여자바둑계와 입단하면 동아줄마저 잘 보이지 않아 막막한 남자바둑계. 앞으로 바둑을 지망하는 남학생의 수도 지금과는 분명 다를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보자.

한국기원은 1986년 만18세 이하의 연구생에게만 프로입단 기회를 주었다. 일본을 이기려면 어린 영재들을 집중해서 키워야한다는 거였다. 초기엔 당연히 반발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입단권에 근접해 있는 일반인에 비해 연구생의 실력은 많이 약했다. 하지만 이 시기 한국기원은 명분을 내세워 비난을 감수했다. 연구생 입단 1기생인 이창호의 활약이 89년부터 두드러지면서 이 얘기는 싹 사라졌다. 더욱이 5년 후 일반인 입단대회를 부활시켰다. 영재교육을 통해 연구생과 일반인의 실력이 비슷해진 것이다. 같이 붙여놔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시기에 연구생을 했던 70년대 생은 한국기원에서 정책적으로 키워줬을 뿐만 아니라 선배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말이 선배지 (60년대 생이 몇 명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이 삼촌이나 부모님 세대뻘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후배사랑은 더 각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세대의 특징은 한국기원의 무상교육과 사랑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바둑도장이 거의 없던 시절이다. 대부분 선생님 집에서 생활하며 바둑을 배웠고 다들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스승은 자신의 후계자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사례비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고마움을 연구생 1세대들은 다들 간직하고 있다.

이창호 붐을 타고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깃발만 꽂아도 100명은 기본이라던 시절이다. 연구생의 수도 대폭 늘어났다. 80년대 연구생이 20~30명이던 것이 100명이 넘게 되자 한국기원의 비용부담이 너무 커졌다. 그 방책으로 연구생들에게 월 10만원 정도의 회비를 받기 시작했다. 무상혜택을 받던 연구생이 유상교육으로 바뀐 시스템에 주목해야한다. 한국기원이 종로 관철동시대에서 왕십리 홍익동으로 이전할 때부터인 것 같다. 이 시기는 우리 바둑이 세계무대를 호령하던 초창기다. 한국기원의 가장 큰 실책은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인원이 많다보니 연구생 생활도 당연히 길어졌다. 80년대 연구생들처럼 중학생 시기에 입단하는 게 힘들어졌다. 연구생 생활만 10년째 하는 학생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아이들을 가족같이 가르치던 연구생 사범의 모습은 사라지고 점차 관리자로 변하더니 어느 샌가 대국(리그)을 지켜보는 심판의 역할로 변해버렸다. 연구생 사범의 권위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 후에는 생활이 어려운 기사들에게 월급자리로 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 1989년 한국기원 연구생들의 하계강화훈련 때의 기념촬영. 자세히 들여다보면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대다수 70년대에 출생한 한국기원 연구생 1세대들은 한국기원에서 정책적으로 키웠을 뿐만 아니라 선배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기에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이후의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어릴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두 존재라면 부모와 선생님이다. 유년기와 달리 청소년기엔 선생님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연구생의 경우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않기에 한국기원 연구생 사범의 역할은 여러 모로 중요하다. 한국기원은 이 부분을 놓쳤다. 90년대~2000년대 이창호, 이세돌의 활약에 취해 우리 후배들의 교육을 방치한 것이다. 어떤 식으로 해도 지원자는 몰릴 것이고 이들 중 제2,3의 이창호, 이세돌이 나올 것이라 안일하게, 혹은 행정편의적으로 생각한 면이 있다.

연구생이 급증하고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돈을 받아 한국기원 스스로 사교육 단체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1990~2000년대엔 워낙 국제대회 성적이 좋아 한국기원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니 이 시기 프로가 된 이들도 프로가 되지 못한 이들도 이후, 특히 지금처럼 삭막한 시기에 이르러 한국기원에 대한 마음이 어떻겠나. 한국바둑계가 (바둑)리그 중심으로 변했고 여기에 들어갈 수 없는 20~30대 기사들은 폭발 일보직전이다. 한국기원 스스로 원망의 대상을 자초한 셈이다.

지금은 솔직히 한국기원 재정이 어렵다. 연구생 회비가 사라지면 분명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다른 걸 줄여서라도 연구생에게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아버지가 가난하다고 권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이치로, 한국기원이 권위를 세우는 첫번째는 한국기원의 자식이 될 연구생에게 절대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돈을 받았다. 그리고 ‘기전이 없어진 건 심히 안타까운 일이긴 하나 우리도 뭐 어쩔 도리가 없다’ 식으로 방치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 프로기사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은 냉정할 것이나 연구생 2세대 프로기사들로선(더군다나 뛸 무대, 기전도 많이 없는 처지에서) 한국기원에 ‘책임과 대책’을 요구할 자격 있다.

#6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남자기사들이 바뀌어야할 때

사실 1990~2000년대 우리 바둑이 일본, 중국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한국기원의 공교육(연구생시스템)이 망가지고 있을 때 일선현장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가르친 바둑도장들의 역할이 지대한 덕분이었다. 이 시기에 이들을 키워낸 도장 원장님들은 다 공로상 받을 자격이 있다. 이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특유의 스파르타식 도장 시스템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변했다. 이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바둑은 이제 선생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무형문화재 계승자를 키우는 곳이 아니다. 승부계의 스타, 여기에 바둑의 전반적인 행정을 이끌 수 있는 행정가, 그 밖의 여러 분야의 인재들이 필요하다. 오로지 “바둑으로 1등만 생각해!”라고 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남치형, 오주성, 윤재웅 같이 중학교 때까지 바둑으로 프로가 되고 나서 다시 공부해 서울대, 연세대에 간 사람들도 있다. 이 레퍼토리로 부모를 설득하고 유인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난 10년간 지금 20대가 된 프로기사 중 이런 식으로 그렇게 잘 풀린 얘기 들어본 적 없다. 공부도 이제 옛날처럼 고등학교 때만 열심히 해서 되지 않는다.

중학생이 되면 우리의 아이들 학교로 보내 주자. 초등학교 6학년까지 유소년대표를 노릴 정도 바둑 실력이면 이들은 커서 바둑이 특기이자 취미가 될 수 있고 바둑계 일을 할 수도 있다. 우린 이런 사람이 더 필요하다. 바둑계 전반적으로 스펙트럼을 넓혀야할 때다. 이걸 등한시한 채 최정상 엘리트 몇 명에 의존해 왔던 게 사실이다. 운이 좋아 국제대회를 휩쓸었고 착시현상에 젖어 더 게을리하게 되었다. 그러고선 거품이 꺼졌다.

기사들의 태도 혹은 마인드도 따져보자. 이창호시대 같이 바둑만 잘 두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프로니까 당연히 바둑을 잘 두는 건 기본이다. 그렇지만 바둑기량만 노력을 해야 할 것이 아니다. 스타성도 키워야 한다. 이러한 걸 요구하고 있는 시대다. 이것도 물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바둑실력을 향한 노력만큼이나 필요한 것임을 깨달아야한다. 기자들이 어찌하여 “이세돌, 커제!” 하는지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결코 바둑을 잘 둬서라고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남자프로들에게서 흔히 읽게 되는 것이, 바둑실력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상대를 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속된 말로 승부세계다 보니 ‘실력이 장땡’으로 대접받는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배어버렸고 또 다들 거기에 익숙해져버린 탓이다. 필자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그래서 어찌되었나? 한때 우리들은 실력만 보았다. 그렇지만 이것이 정답이 아니란 걸 우리 여자프로들이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자프로들의 바둑실력만을 보지 말고 그들이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안다면 우리 바둑계는, 한국기원은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본다. 남자프로들은 여자프로들에게 한 수 배울 때다. 바둑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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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끗|2018-03-05 오후 4:51: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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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ㅈㄹ 긴데 남자기사가 여자기사한테 뭘 배우라는건지 모르겠네 ㅋㅋㅋ 학교다니고 공
부하면서 바둑 말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라는 소리인가? 여자기사가 다방면으로 진출한건
남자보다 실력이 딸려 바둑 외적인 쪽으로 밀려난거 아닌가 그리고 여자기사들도 바둑기사
되려고 학업 다 내팽겨치지 않나? 아님 신발끈 묶는법이랑 볼펜 구조를 연구하라는건가? 아
님 여자바둑처럼 무조건 강하게 전투형으로 두라는건가? 배우라고만 하지 말고 뭘 배우라는
건지 알아볼수있게 좀 똑바로 글 쓰면 좋겠습니다
네멋대로1|2018-02-21 오전 10:4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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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사범님의 바둑에 대한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글 잘 읽었읍니다.
김사범처럼 소신있는 목소리가 바둑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거라 믿고
응원합니다.
이미 인공지능시대에 돌입한 이때, 실력제일주의보다는 사람냄새나는 대회가 필요합니다.
여자대회처럼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운데 사진처럼 후원자에게 꽃다발세례 보기
좋습니다.
덕바우골|2018-02-19 오후 9:05: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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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이 김성룡 사범이 필요한 타임이에요. 혹자는 자신의 개인적 취향으로 넘 나댄다고
싫어하는 기객들이 많은데요. 바둑계에선 알아서 동분서주 하는 김사범을 응원해야돼요.
보배에욤. 무조건 화이팅!!!
일상과음식|2018-02-19 오후 8:2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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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연도 전국어린이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오리온배)
달밤에사활|2018-02-19 오후 12:47: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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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관전하는 재미는 실력만은 아니다. 중국프로 1,2위가 두는 것 보다는 한중전이 더
재미있지 않은가? 중국 1위와 한국 7-8위가 둬도 그게 더 재밌잖나?

실력으로만 따지면 알파고 대 알파고나 다른 인공지능들의 대국이다. 그런데 해설할 사람
이 없어서 관전하기도 그닥 재미 없다.

여자기사들의 대국을 재밌게 보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의외성이
라고 생각한다. 강한 승부근성 화끈한 전투 끈질긴 추격 등은 남녀바둑 다 있지만 여자바
둑에서 좀 더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여자바둑이 세계대회에서 성적이 좋은 것도 한
이유겠고.

그나저나 처음 두장 사진만 보고 2018년 여자리그 개막한 줄 알았음. 선수구성이 두 팀 다
지난 해와 똑 같네 하고 보니 작년 사진.
트로터|2018-02-19 오전 8:23: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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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초등학교에서 예체능과목으로 채택하도록 하는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 여자프로기사들의 바둑교사진출이 활기를 띠면서 바둑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일 것이다.
쿠엔틴|2018-02-18 오후 11:10: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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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사범의 말에 대한 억지 꼬투리들이 눈에 성가셔 댓글 남깁니다. 프로가 뭡니까, 관심과
흥행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무슨 소용일까요, 김사범의 해법은 여자바둑리그가 보여주는 예시
에서 찾자는 거 아닌가요? 진정한 실력 대결을 보고 싶다면 인공 지능이랑 인간 최고수가 시
합하는 거 보여주는 게 최고겠죠? 근데 이젠 사람들은 그런 결과가 이미 정해진 승부에 얼마
나 관심을 보일지 잘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여자기사들의 실력이 그렇게 일천하다고 여겨지지
도 않구요. 피셔 시간 방식이 지금보다 훨씬 박진감을 주기에 저도 찬성합니다.
ieech|2018-02-18 오후 6:12: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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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기획 기사를 쓴 김성룡 프로에게 놀라움과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바둑전문 기자라고 할만큼 흥미있는 기획기사를 썼네요. 물론 김성룡 프로의 의견이나 주장에 100% 찬동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의견 개진 자체가 바둑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봄니다.
바둑 해설도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이런 글재주까지 갖춘 프로는 흔치 않단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reply 대자리 가족이세요?
2018-02-18 오후 7:18:00
소수겁|2018-02-18 오후 3:05:00|동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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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바둑이 잘 나가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지만 너무 단순화하고 과장이 심해서 그만 논리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여자바둑에게 그럼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피셔방식의 계시? 끼? 그게 지금의 쇠퇴한 바둑을 일으킨다고 보면 너무 단견인 듯하네요. 연구생에게 수업료를 안받아야 한다? 그러면 연구생이 몰릴까요? 기재가 있다고 다른 방면에서도 능력이 뛰어난건 아니겠지만 조금 재주 있는 아이가 있으면 IT교육 시키는게 더 낫다고들 생각하지 않을까요? 한국기원의 무능력과 비효율, 이런 것들부터 고쳐나가자고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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