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랭킹 1위, 농심신라면배 마지막 주자 신진서 9단(왼쪽)이 중국 선봉 셰얼하오 9단의 대마를 잡으며 이긴 후 복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에서 한국의 전패를 막는 소중한 승리를 일궈냈다. 이번 승리는 지난달 경기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펼친 2023 삼성화재배 8강에서 당한 패배를 되갚는 것이기도 했다. 당시 신진서는 중반에 기습을 당해 대마가 잡히며 불계패했다. 부담을 가질 법했으나 신진서는 한국 바둑팬들의 걱정을 씻어내며 상대를 압도했다.
신진서의 압도적 공격
난타전, 그러나 일방적인 우세
신진서 9단의 공격이 성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동안의 대국들에서 속기로만 두던 셰얼하오 9단이 장고했다. 신진서는 그럴 만한 고민을 안길 수 있는 최고의 기사였다. 신진서는, 좌변에서 중앙으로 뻗어있는 셰얼하오의 중앙 백 대마 연결 상태가 확실한지를 물었다. 어느 겨를엔가 대마가 두 동강 났고, 셰얼하오는 사는 데 급급했다.
난타전이라지만 신진서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내용이었다. 셰얼하오는 7연승을 거두는 동안 잠깐 우세를 내어준 적은 있어도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린 적은 없었다. 왼쪽 대마는 탈출했다. 그러나 나머지 하나, 오른쪽 대마가 위태로웠다. 신진서는 급소를 짚으며 대마를 잡으러 갔고 결국 잡아냈다. 셰얼하오가 워낙 기세가 올라있던 터라 잊을 뻔했다. 신진서의 위엄을.
신진서, 간절했던 첫승 한국에 선사
한국 전패도, 셰얼하오 8연승 신기록도 막아
4일 부산 농심호텔에서 펼친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차전 마지막 대국, 9국에서 한국의 마지막 희망 신진서는 중국 선봉 셰얼하오(謝爾豪)를 맞아 133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하며 한국에 간절했던 첫승을 선사했다.
신진서가 졌더라면 한국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괴로운 기록을 남길 뻔했다. 그랬더라면 3차전이 열리는 상하이에선 중국과 일본이 우승을 다투게 되는 것이었다. 신진서의 활약으로 한국은 다시 생기를 찾는다. 한편 셰얼하오는 시즌 최다연승 기록을 경신하는 데 실패하고 7연승으로 종전 타이 기록에 만족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2차전까지를 되돌아 보면 한국은 선봉 설현준 8단이 일본의 쉬자위안 9단에게 졌고 변상일 9단ㆍ원성진 9단ㆍ박정환 9단이 셰얼하오의 연승을 막지 못했다. 이제 신진서는 추가로 5연승을 거둬야 우승을 노릴 수 있다.
▲ 한국과 일본의 합동 검토.
▲ 대국이 막 끝난 후는 좀처럼 포연이 걷히지 않는다. 그 열기 속으로 한국 바둑국가대표팀 코치진과 동료 대표들이 찾아왔다.
▲ 상대로부터 항서를 받은 신진서가 대국석에서 일어나고 있다.
▲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에 이어, 신진서의 상하이 대첩은 이뤄질 것인가.
▲ 신진서의 외로운 싸움은 계속된다.
3차전은 내년 2월 상하이에서
중국 4명, 한국·일본 1명씩 남아
중국은 구쯔하오 9단·커제 9단· 딩하오 9단·자오천위 9단까지 4명이 3차전으로 향한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야마 유타 9단 혼자 남아 있다.
우승 국가를 결정하는 3차전은 내년 2월 19일부터 장소를 중국 상하이(上海)로 옮겨 진행한다. 3차전 첫 대국인 10국에서는 신진서와 이야마 유타가 대결한다. 상대전적은 신진서가 2승무패로 앞선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 시 1000만 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생각시간으로는 각자 1시간에 60초 초읽기 1회를 준다.
◇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선수
· 한국 : 신진서 / (탈락)
설현준ㆍ변상일ㆍ원성진ㆍ박정환
· 중국 : 커제ㆍ딩하오ㆍ구쯔하오ㆍ자오천위 / (탈락)
셰얼하오
· 일본 : 이야마 유타 / (탈락)
쉬자위안ㆍ시바노 도라마루ㆍ이치리키 료ㆍ위정치
[신진서의 국후 소감]
-한국에 첫 승리를 안겼다.
“셰얼하오 선수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고 나왔다.”
- 7연승이라는 좋은 기세를 보이고 있던 셰얼하오 선수에게선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작년이랑 비교할 때 굉장히 달라졌다고 느꼈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기사였는데 단점은 없어지고 장점이 좀 강력해진 것 같아서 까다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제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으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대국에 들어가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부산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준비했나?
“사실 둘지 안 둘지 몰랐기 때문에 엄청난 준비를 하기보다는 좀 쉬었다. 그런데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했다. 그래도 셰얼하오 선수에 비해서는 제가 훨씬 휴식을 많이 취했기 때문에 체력 면에서는 유리했다. 준비는 뭐, 평소대로 한 것 같다. 휴식은 평소 세계대회에 나올 때보다 더 많이 취했던 것 같다.”
-오늘 고비는?
“많이 좋다가 전투가 끝나고 약간 추격당했을 때가 고비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끝까지 열심히 뒀다.”
- 3차전은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이제 겨우 한판 이긴 거라서 아직 우승에 대한 욕심은 내지 못한다. 한 판, 한 판 그냥 좋은 바둑을 두자고 생각하겠다. 그래도 보통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다섯 판 정도 승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섯 판 남은 것이니까, 보통의 세계대회 첫판을 둔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하겠다.”
- 바둑팬들에게.
“최근 한국 선수들이 많이 지고 있어서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워낙 잘 해줬기 때문에 이제 중국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 한국과 중국 바둑은 5대5의 흐름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 9국이 시작되기 5분 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신진서와 셰얼하오가 대국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 중국 검토진.
▲ 심리적 동요 없이 완벽한 대국 내용을 보여준 신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