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석 감독이 되돌아본 신진서 춘란배 우승까지의 여정
목진석 감독이 되돌아본 신진서 춘란배 우승까지의 여정
[춘란배]
  • 목진석 바둑국가대표팀 감독|2021-09-16 오후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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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춘란배에서 우승한 신진서 9단(왼쪽)과 선수의 훈련에 심혈을 기울였던 목진석 감독이 기쁨을 함께하고 있다.

신진서 9단이 15일 메이저 세계대회 춘란배에서 우승했습니다. 함께 결승전 준비를 해왔던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이 그 뒷얘기를 페이스북에 담았습니다. 목진석 감독의 동의를 구하고 사이버오로에 싣습니다.



작년 여름, 탕웨이싱의 웨이보에서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2016년 응씨배 우승 당시의 과정을 열두 편에 걸쳐 연재한 글인데요, 본선 1회전에서부터 결승 5국까지의 여정을 탕웨이싱 본인의 솔직담백한 필치로 써내려간, 매우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한국으로서는 아픈 기억이지만, 언젠가 약으로 쓰일 때가 있을거라 생각, 수일간의 번역작업을 마치고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올 초 열린 춘란배 준결승, 신진서 9단은 롄샤오와의 대결에서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와 대역전승을 거뒀고, 다른 한쪽에서는 탕웨이싱이 커제의 대마를 잡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결승 일정이 미정이던 3월 경, 번역해두었던 글을 인쇄해 신진서 9단에게 건넸습니다.

탕웨이싱의 기술적인 부분이야 저보다 훨씬 잘 파악하고 있겠지만, 그가 어떻게 승부를 준비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승부에 임하는지, 어떤 유형의 승부사인지 좀더 파악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신진서 9단이 읽어보았을까요?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6월 경, 역시 탕웨이싱의 웨이보를 통해 그의 자서전 발간 소식을 접했습니다. 중국에 있는 지인에게 책을 구해 보내달라고 부탁하여 단숨에 읽었습니다. (앞에 얘기한 응씨배 이야기도 이 책에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여 그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는 뛰어난 책략가, 인내력이 뛰어나며 특히 번기 승부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탁월한 강철 멘탈, 초일류와의 기술적 차이를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와 자기암시 등 심리적인 부분으로 보완하며, 병법서나 고전철학 등에서 지혜를 얻어 바둑에 응용시키는 '사고(思考)하는 승부사'>

제가 내린 나름의 결론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연되다 9월 중순으로 잡힌 춘란배 결승이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대부분 신진서 9단의 쉬운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였지만, 내심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승을 앞둔 약 한달 간 탕웨이싱의 성적은 50%를 맴돌았지만, 세계대회 결승에서의 탕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그동안 여러 차례 보아 왔죠. 큰 무대일수록 큰 힘을 발휘하는 기사입니다.

짧게나마 신진서 9단에게 메시지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정상급 기사들에게 어설픈 조언을 남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큽니다. 그들만의 승부관과 자부심, 시합 준비과정이 있는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과하게 주문하는 것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되도록 말을 아끼는 편입니다. 그러나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아낌없는 조언도 해야 합니다. 그게 제 일이기도 하구요. 신진서 9단의 자신감은 매우 큰 무기이지만, 자신감이 지나쳐 '방심'이라는 도깨비가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되면 쫓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결승 1국을 사흘 앞두고 국가대표실에서 신진서 9단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용성전 3국에서 박정환 9단에게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날이었습니다.

목: 방심 안하지?
신: 세계대회 결승인데요, 방심 안하죠.
목: 탕웨이싱은 큰 판일수록 어떻게 승부해야 되는지 아는 전략가야. 꾹 참고 기다리다가 빈틈을 찔러 들어올거야. 가끔씩 중반에 나오는 경솔한 실수를 조심해야돼. 탕은 그런걸 놓치지 않고 찔러들어오니까.

이 외에도 간단히 몇마디 더 나누었지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위에 나눈 짧은 대화 속에 다 담겨 있었습니다.

9월 13일, 결승 1국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대로 탕웨이싱은 단단하게 실리를 차지하며 기회를 엿보는 바둑을 짜 나갔습니다.

▲ [그림1]


초반 백46...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얼핏 보면 당연해보이는 먹여침이지만 조금만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면 48 자리로 그냥 단수쳐야 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곳이었거든요.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반은 팽팽하게 흘러갔고 중반 상변에서 백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조금이나마 두기 편한 형세가 되었습니다. AI의 그래프는 70% 부근을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1~2집 차이이므로 인간의 바둑에서는 한수 삐끗하면 바로 역전되는 차이이기도 합니다.

[그림2]


탕웨이싱이 초읽기에 몰린 시점, 흑125에 대해 노타임으로 백126로 상변 2선을 막아 흑127의 반발을 당했을 때, 가슴 철렁함을 느끼며 '이 판은 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126은 단순히 기술적인 실수가 아닌, 가장 우려했던 '느슨함에서 나온 경솔한 수' 였고 그 빈틈을 탕이 127로 정확히 응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흐름은 흑쪽으로 넘어갔고 흑177의 끝내기 호수마저 당하며 반집 끌려가던 형세, '1국은 어렵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

신진서 9단의 동물적 승부감각에 의한 흔들기와 탕웨이싱의 실수가 겹쳐 천신만고 끝에 재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참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바둑이었습니다.

국후 복기 때 신진서 9단은 역시 46, 126 두 수를 가장 후회했습니다.
'46은 별 생각 없이 두었으나 두자마자 바로 실수를 깨달았고, 126의 시점에서는 형세를 낙관해서 쉽게 두어도 우세하다고 생각했다. 실전 진행이 되고 나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느꼈다'

복기가 마무리될 즈음 신진서 9단은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중국리그에서 여러 판을 둔다고 하면 양딩신이나 구쯔하오보다 탕웨이싱과 두는 것이 편하겠지만, 세계대회 한판 승부에서는 탕웨이싱도 똑같이 상대하기 까다롭다.'

실수를 교훈삼아 마음을 동여매는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1국 종료후 탕웨이싱이 웨이보에 글을 올렸습니다

'전략은 모두 맞아떨어졌으나 마지막 부분에서 정확히 읽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역시 철저히 전략을 세워 승부에 임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휴식일인 다음날에도

'결승을 준비하며 신진서가 패한 바둑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그에게서 가끔씩 엉뚱한 실수가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실수를 캐치해 승리하는 전략을 세워 대국에 임했고 1국의 전략은 괜찮았다. 2국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신진서 9단을 성가시게 하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뿐, 승부는 상대가 마음가짐과 컨디션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달려있다'

라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신진서 9단에게 느슨해지지 않고 평소대로 둘 것을 다시금 카톡 메시지로 전달하고 2국을 기다렸습니다.
오늘 벌어진 2국, 어려운 장면도 많았고 불리한 순간도 있었지만 신진서 9단의 집념으로 결국 승리를 이끌어내며 멋지게 춘란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까다로운 승부사인 탕웨이싱을 맞아 더 큰 배포와 승부근성으로 제압한, 신진서 9단의 멋진 승리였습니다. 바둑 내용으로는 두판 모두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신진서 9단의 기세와 승부기질이 탕웨이싱의 경험과 전략을 제압한 승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멋진 승부를 보여준 자랑스러운 신진서 9단에게 다시금 축하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리길 응원합니다.

한국 바둑 화이팅입니다~!

관련기사 ○● (인터뷰) 신진서 '가끔 세계대회 우승하는 꿈을 꿨다' (☞클릭!)
관련기사 ○● (종합) 신진서, 춘란배 우승…두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 획득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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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i7175|2021-09-19 오후 7:27: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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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감독님 신진서 더 조련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바둑내용은
2 대 빵 으로 진바둑입니다...
reply 레지오마레 내용보다 결과!!
2021-09-25 오전 12:15:00
나오목|2021-09-18 오전 9:29: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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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치즈|2021-09-17 오후 8:30:00|동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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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세계대회 우승 축하합니다. 인공시대에 쉽게 드러나는 승부의 내용, 대단한 역전 우승
이라 더욱 값진 승리였습니다. 신진서 선수도 잘했지만 국대 목감독님도 잘 지도하셨습니다.
모두에게 축하드립니다.
닥치는대로|2021-09-17 오후 4:53: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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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 바둑 뉴스 기사에도 팬이 참여할 수 있는 👍(좋아요) 같은 표현을 할 수 있게 기능을 넣어 주세요. 😢
힌눈2|2021-09-17 오전 11:50: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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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감독 수고많앗습니다
바둑정신|2021-09-17 오전 11:13: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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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좋은 선배다
원대추|2021-09-17 오전 10:16: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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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목 진석 사범님 !
<그에게서 가끔씩 엉뚱한 실수가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저희 일반인 들도 해설하는 것을 보면 느낄수 있습니다
이부분에 많은 조언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세계 최강 신 진서 화이팅 !

알파고수|2021-09-16 오후 3:36:00|동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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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을 결승에서 이긴다는게 쉽지많은 아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신진서에게서 판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신진서의 인공지능같은 초반을 버텨내야 하고, 버텨내는데 소요되는 제한시간으로인해 중후반에 시간이 부족해짐
신진서의 초중반을 버텨내거나 유리함을 가져왔다고 해도 부족한 시간 내에서 신진서의 버티기 흔들기를 얼마없는 제한된 시간내에 완벽히 받아내야 한판을 가져올 수 있으니 얼마나 힘든 일일지
캐쉬리|2021-09-16 오후 2:55:00|동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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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씨배 탕웨이싱 우승기 올려주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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