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대표 커제가 펼치고 있는 3번기 2국 모습. (사진제공/구글)
알파고를 ‘바둑의 신’으로 추앙한 커제를 보면서 알파고의 기술 중 무엇이 가장 큰 울림이 있었을까를 생각 보았다. 알파고의 강점은 주로 이런 것이 아닐까.
1. 우리가 알고 있는 수를 적재적소에 두는 점.
2. 예상치 못하게 찔러오는 응수타진.
3. 몇 차원 높은지 예측하기 힘든 계산능력.
4. 바둑을 간명하게 만드는 힘.
5. 자유자재의 기풍.
바둑기술 외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느낀 중국 우전에서의 ‘바둑의 미래 서밋’이었지만 바둑의 기술적인 부분만 정리해 보았다.
1. 한 차원 높은 응수타진!
커제와의 3번기 1국에서 알파고가 둔 백50. 이 한 수에 그저 할말을 잃어버렸다.
▼ <3번기 1국>
1. 왜 지금 이 수가 필요한가?
2. 설마 ‘A'로 받아주길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
3. 반발할 때 확실히 교환한 게 득이라는 판단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여하튼 우리는 응수타진의 신세계를 연 한 수로 기억할지 모른다.
2. 행마란 이런 것!
▼ <이런 장면>
백2를 보자. 경쾌한 행마라고 하지 않나. 분명 우리는 이런 바둑을 본 적이 있다. 그것도 꽤나 옛날에 말이다.
▼ <3번기 2국>
흑1을 보면 어떤가 느낌이 오나. 과연 비슷한가.
본 적은 있는데 우리는 두지를 못했다. 왜? ‘고정관념’ 때문이다.
위에 두 가지가 어떻게 같아.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같다.
알파고는 우리가 모르는 수를 두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수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단면을 확실히 보여 준다.
3. 저공침투!
▼ <침투1>
조-이 사제대결 시절. 백1이 놓여질 때 참 신기했다. 이런 수도 있구나. 초반에 패망선인 2선을 두다니.
흑이 A로 두는 착점을 미리 방해하는 백1, 아주 적시의 타이밍으로 한때 유명한 수였다. 이후의 진행은 보통 흑이B로 두고 백은 C로 선수를 잡을 수 있다.
배웠으면 활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만 우리는 적용했고 다른 경우에는 둔 적이 없다.
▼ <침투2>
오늘 두어진 페어대결에서 나온 장면이다.
현재 상황을 보자. 흑이 주변 배석이 두터우니 백을 어떻게 하면 공격할까를 생각해야 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알파고의 흑1이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수가 통하나. 알파고가 말을 했다면 이렇게 했을지도. ‘너희도 알잖아!’
이젠 정말 안다. 고맙다 알파고.
▲ 2연패를 당한 후 커제가 보인 이 웃음의 속내는?
4. 타개의 묘!
다시 3번기 1국. 1국에서 커제는 모양을 키웠다. 마치 어디까지 들어올 거야 물어보듯.
▼ <타개1>
알파고의 대답은 백1, 그리고3.
사활에 자신도 있어야 하고 계산도 정확해야 한다. 사활이 약할 것이다,라는 얘기는 알파고에겐 통하지 않는데 사활(국면)에 걸리기도 전에 타개해 버리니까. 백1,3의 간격. 머릿속에 맴돈다.
▼ <타개2>
이번엔 3번기 2국이다.
하변의 흑돌이 아주 곤란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떻게 두는 것이 최선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흑1,3을 보자.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다니. 그것도 우리가 아는 너무 간단한 수였다.
이것은 아래 고목정석에 나오는 수순을 변으로 옮기면 똑같다. ‘바둑 어렵지 않아요’ 라고 하는 것 같이.
▼ <고목정석>
이번에는 알파고 대 인간고수 5명이 벌인 상담기에서.
▼ <타개3>
백1로 둘 때 흑집을 깎으려고만 하는 줄 알았다. 백3이 두어지기 전에는...
반대로 백3이 두어지니 백1이 얼마나 무서운 수인지 알게 됐다. 바둑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 백1,3에서 7까지 알파고의 타개 솜씨. 그 어떤 고수보다도 훌륭하다.
5. 필살기!
커제와의 2국을 한번 더 본다.
복잡한 바둑은 누구나 빨리 정리하고 싶다. 실력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때가 바로 이런 장면이다.
▼ <필살기>
흑1.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바둑이 갑자기 정지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흑은 이 한 수로-
A로 백대마를 잡는 수,
B로 붙이면 상변 타개가 가능하며,
C로 우변 백대마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돌을 안정시킨 점까지 감안한다면 ‘상황종료’를 알려 준 것.
어릴 적 ‘사카다의 묘 시리즈’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마치 무적의 사카다가 자신의 바둑을 토대로 바둑이 무엇인지 조각을 내서 보여주듯 이번 알파고는 분야별로 우리에게 좋은 수를 보여줬다. 이것은 마치 여러분도 충분히 공부만 하면 알 수 있다고 말하듯 보여줬다는 점이다.
항상 그렇다. 이세돌과의 대결이 끝났을 때 우리는 알파고가 좀 더 보여줬으면 했듯 이번에도 너무 아쉽게 끝이 난 것은 아닐까. 하여간 많이 배운 일주일. 알파고야 고맙다! 눈물 나도록.
- 우전 현장에서 급히 원고를 보내다...'썰전' 김성룡.
▲ '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의 '입심'을 구글도 알아주었다. 구글의 초청으로 우전 대결 현장에 가 공개해설에 여념이 없는 모습. 기자들이 구라 사범의 '썰'을 실시간 받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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