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과 위기를 맞은 명지대학교 바둑학과가 기적을 바라도 될까.
‘바둑학과 폐지’ 등을 담은 명지대·명지전문대 통합추진안 승인신청서를 명지대가 예정대로 교육부에 제출했다. 한데 그 절차가 학교 측의 강력한 의지처럼 착착 진행되지는 않았다.

9일 제5차 통합추진위원회를 통과하며 확정된 통합추진안은 교무위원회 이후 16일 평의회에서 부결(참석 인원 중 찬성 1명, 반대 6명)됐다.

평의회는 견제기관이다. 대학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교수, 학생, 직원 등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공식적인 조직으로서 학교법인과 대학집행부에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감시한다. 명지대 평의회 구성은 교원 4명, 직원 3명, 학생 2명, 동문 1명, 학부모 1명, 지역사회 1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는 교원 1명이 결원이어서 11명이다.

‘부결’된 것은 통합추진안에 관해 학교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해 온 데 대해서 학교 구성원들이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바둑학과의 경우, 학교 측은 ‘바둑은 사양 산업이다’ ‘한국바둑고등학교의 입학률이 높다’ ‘실용과 특성화를 중시하는 학사개편 방향에 비춰볼 때 4년제 대학에서 바둑학과가 필요 없다’ 등의 이유를 들어 폐과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를 놓고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며 각계가 여러 차례 반박한 바 있지만 학교가 의견을 귀기울여 듣는 자세가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학교 측은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27일 이사회를 열었고 통합추진안 승인신청서를 교육부로 넘겼다. 평의회는 대학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 평의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평의회의 목소리는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여서 학교 집행부로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에 통합 동의서, 교무위원회·평의원회·이사회 의결 사항도 함께 제출됐다.

교육부에 통합추진안 승인신청서를 이미 제출한 이후 시점인 29일, 유병진 명지대 총장은 평의회의 재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논의 결과, 위원의 과반수가 재표결은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서 사인을 받는 기간도 한 차례 연기됐다. 19일까지가 기한이었는데 학교 측은 좀 더 많은 수를 기대했던 것인지, 25일까지 기한을 늘리고서야 교수 80% 이상, 직원 90%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교육부 새 정책 발표로, 명지대·명지전문대 통합 시 200명 이상의 추가 정원이 확보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폐과 철회 가능성이 늘어났다. 벼랑 끝까지 몰린 바둑학과로서는 실낱 같은 희망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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